'사유 건물 헐고 공원 만든다'는 구청, 제동 건 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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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청이 삼청공원 조성 사업 추진 중 인근 갤러리 건물을 헐어 공원 부지에 편입하려다 법원에서 제동이 걸렸다.
이 같은 상황에서 서울시는 2020년 A씨 땅처럼 미집행 공원구역에 해당하는 토지들에 대해 "공원 조성 사업 인가를 내라"고 일선 구청에 지시했고, 종로구청은 그해 6월 A씨 땅과 건물을 수용해 공원으로 조성하겠다고 고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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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과 사익, 불균형 심해 위법"
재판부, 절차적 하자도 지적
서울 종로구청이 삼청공원 조성 사업 추진 중 인근 갤러리 건물을 헐어 공원 부지에 편입하려다 법원에서 제동이 걸렸다. 건물 면적만큼 공원 잔디밭이 늘어나는 공익보다 건물 철거로 인해 발생하는 재산권 침해가 더 크다고 봤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재판장 강동혁)는 건물주 A씨가 “도시계획시설사업(공원) 실시계획 인가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종로구청장을 상대로 낸 소송을 최근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A씨는 2020년 1월 종로구청으로부터 ‘장기 미집행 도시공원 보상사업 추진 계획’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받았다. 그는 종로구 일대에 327.6㎡(약 99평) 정도 되는 땅과 그 부지 위 건물을 실점유하고 있었는데 미술 갤러리 및 카페로 활용 중이었다.
문제는 A씨가 소유한 땅과 건물이 ‘자연녹지지역’으로 지정된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A씨 땅은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가 1940년 삼청공원 일대를 공원으로 조성할 당시부터 공원 구역에 포함된 상태였지만, 1957년 적법한 건축 허가 없이 A씨 건물이 지어졌다. 현재도 미등기 상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서울시는 2020년 A씨 땅처럼 미집행 공원구역에 해당하는 토지들에 대해 “공원 조성 사업 인가를 내라”고 일선 구청에 지시했고, 종로구청은 그해 6월 A씨 땅과 건물을 수용해 공원으로 조성하겠다고 고시했다. A씨는 이에 불복해 “구청 처분에 절차적·실체적 하자가 있다”면서 소송을 내고 대리인 선임 없이 ‘나 홀로 소송’에 나섰다.
재판부는 A씨 땅과 건물을 수용해 공원 부지를 넓혔을 때의 공익이 A씨의 사익을 침해하는 정도보다 크지 않다고 봤다. A씨의 손을 들어준 것인데, 재판부는 “구청 처분은 공익과 사익 사이 불균형이 중대해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먼저 ‘비례의 원칙’을 들었다.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공공 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해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
재판부는 “행정청이 인가처분을 할 때는 처분과 관련된 자들의 이익을 정당하게 비교하고 비례의 원칙에 적합하도록 해야 한다”며 “이 사건 인가 처분으로 A씨가 입게 될 재산권상 불이익은 명확한 데 반해, 얻게 될 공익은 그 정도가 매우 미미하다”고 설명했다. 종로구청의 경우 건물을 허물고 그 부지에 잔디밭을 조성하겠다는 게 전부라 활용도가 극히 제한적이고, 공원 조성을 위한 구체적 계획도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A씨 건물과 관련해서는 “적법한 건축 허가를 받지 않은 미등기 건물이기는 하나, ‘서울특별시 기존무허가건축물 업무처리 기준’에 따라 철거대상에서 제외됐고 A씨가 재산세를 납부하고 있어 보호가치가 없는 재산권이라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절차상 하자’도 지적했다. 국토계획법 제88조 5항은 ‘인가고시를 할 때는 사업시행에 필요한 설계도서, 자금계획, 시행기간,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 등을 자세히 밝히거나 첨부하여야 한다’고 돼 있다. 재판부는 “사업 시행에 필요한 자금 계획을 자세히 밝히거나, 필요한 서류를 첨부하거나, 관계 서류의 사본을 14일 간 일반이 열람할 수 있도록 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어 국토계획법 위반”이라고 밝혔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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