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언트 스텝 임박, 커지는 'S공포'..옐런은 "침체 징후 없다"

송승환 2022. 7. 25.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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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현지시간) 미국 NBC 방송에 출연한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 그는 "경기침체 징후는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본격적인 ‘거인의 발걸음’이 시작되면서 미국이 경기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S(스태그플레이션, 경기침체+물가상승)의 공포’가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물가를 잡기 위한 Fed의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 행보가 자칫 물가는 잡지 못한 체 경기후퇴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다만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경기침체 징후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시장에선 Fed가 26~27일(현지시간)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자이언트 스텝)할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달 1994년 이후 처음으로 0.75%포인트 인상한 데 이어 2회 연속 ’자이언트 스텝‘을 밟을 수 있다는 얘기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Fed가 이번에 자이언트 스텝을 밟을 확률은 25일(현지시간)일 기준 78.7%에 이른다. 나머지( 21.3%)는 1%포인트 인상의 울트라 스텝을 예상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당분간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은 이어질 수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연준이 저지를 수 있는 가장 큰 실수는 물가 안정에 실패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준의 정책 목표 우선순위는 '물가 안정'인 것이다.


“1년 안에 경기후퇴” 비관론 커져


Fed의 고강도 긴축 예고에 1년 안에 미국 경기가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비관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24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금융시장 전문가(이코노미스트) 대상으로 지난 8~14일(현지시간)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47.5%가 '향후 1년 안에 경기후퇴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응답했다. 지난달 조사 때보다 응답자 비중(30%)이 17.5%포인트 늘었다. 블룸버그는 “Fed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금리 인상을 했지만, 물가는 잡히지 않고 경제성장은 이미 둔화하기 시작했다고 보는 전문가들이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미국 경제가 이미 기술적인 경기침체 상태에 빠졌다는 주장도 나온다.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지난 1분기 -1.6%에 이어 2분기에도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서다.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은 미국의 2분기 GDP 성장률을 -1.6%로 추산했다. 일반적으로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은 기술적 침체로 판단한다.

웰스파고 투자연구소는 이달 7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미국의 실업률은 현재 50년 만의 최저치인 3.6% 수준이지만 내년 말엔 5.2%까지 오를 것”이라며 “이미 경기침체가 시작됐다”고 분석했다.

마이클 게펀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미국경제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 역시 올해 하반기부터 약한 경기침체 상태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미 기준금리 추이(0.5% 인상시)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미국연방준비제도(Fed), 한국은행]

전ㆍ현직 재무장관의 ‘엇갈린 진단’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연착륙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경기침체를 우려했다. 중앙포토.
특히 ‘경기 침체’ 전망을 두고 미국의 전ㆍ현직 경제수장이 엇갈린 진단을 내놨다.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은 “성장이 더뎌져도 경기침체라고 보긴 어렵다”는 입장이지만, 래리 서머스 전 장관은 “연착륙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경고했다.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은 24일(현지시간) NBC 방송에 출연해 “우리는 성장이 느려지는 이행기에 있기 때문에 일자리 창출 속도가 일부 느려질 수 있지만, 그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라며 “미국의 노동 시장은 한 달에 약 40만개씩 일자리가 새로 만들어지는 매우 견고한 상태인데 이런 상황을 경기침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28일 발표될 미국의 GDP 성장률에 대해선 “2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한다고 해서 경기침체로 규정한다면 그건 동의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 Fed가 빠르게 금리 인상을 해 경기가 다소 둔화할 수는 있지만, 경제 전반이 취약해진 것은 아니다”며 “미국의 소비 지출은 견고하고 산업생산은 최근 6개월 가운데 5개월 동안 증가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같은 날 CNN 방송에 출연한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미국 경제가 연착륙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경고했다. 서머스 교수는 미국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재무장관,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다. 서머스 교수는 “물가가 크게 오르고 고용이 낮을 때 경기침체가 따라올 가능성은 아주 높다”며 “중앙은행과 정부가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은데 위험을 외면하는 타조처럼 행동한다면 나중에 더 큰 고통이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서머스 교수와 옐런 장관은 지난해 초에도 인플레이션 전망을 두고 논쟁이 붙었다. 당시 코로나19에 대응해 연준이 유동성을 공급하고 조 바이든 행정부가 1조9000억 달러의 대규모 경기부양안을 내놓은 것에 대해 서머스 교수는 “심각한 인플레이션이 발생해 Fed가 결국 물가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미 Fed와 옐런 장관 등 미 경제당국은 “인플레이션은 세계 공급망의 혼란 때문에 발생하는 외부적이고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반박했다.

송승환 기자 song.se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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