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오뚜기 이어 한화도?..계열사 합병 논의 살펴보니

백일현 2022. 7. 25.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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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서울 롯데호텔월드에서 롯데제과·롯데푸드 합병법인 출범식이 열렸다. [사진 롯데제과]


대기업들이 최근 중복되거나 연관성이 큰 계열사를 합병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금리 상승, 인플레이션 등으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자 조직 효율성을 키우고, 선제적으로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시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중복 조직 통합하는 작업”


25일 재계에 따르면 한화그룹은 방산 계열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디펜스, ㈜한화 방산 부문의 통합을 검토 중이다. 다음 달 중 이사회를 열어 이런 방안을 결정할 예정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21일 공시를 통해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관계사와 합병 등을 포함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나 현재까지 확정된 사안은 없다”며 “이와 관련해 구체적인 내용이 결정되는 시점 또는 1개월 이내에 재공시하겠다”고 밝혔다.

한화 관계자는 “외부에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위해 합병을 추진 중이라고 해석한다. 하지만 현재 입장에서는 뭐라 말할 수 없는 단계”라고 말했다.

한화그룹 방산계열사(한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한화디펜스)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지난달 국가유공자, 국군 장병 300여 명을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로 초청해 한화이글스 홈경기를 함께 관람했다. [뉴스1]


이에 앞서 롯데그룹은 롯데제과와 롯데푸드의 합병 법인인 ‘롯데제과’를 이달 초 출범시켰다. 통합 법인의 빙과시장 점유율은 약 45.2%로 해태와 빙그레의 합산 점유율(40.2%)을 넘어 1위 업체가 됐다. 연매출도 3조7000억원 규모로 CJ제일제당에 이어 국내 2위 식품 기업으로 올라섰다.

이영구 롯데제과 대표는 지난 5일 출범식에서 “이번 합병으로 양사의 사업 영역이 확대됐을 뿐 아니라 업무 효율화, 미래 투자 재원 확대, 마케팅 시너지를 추진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롯데 측은 영업·생산·구매·물류 등 중복되는 조직과 생산라인을 통합해 효율을 극대화한다는 방침이다. 또 두 회사의 거래선을 공유해 해외 판로를 확장하고, 이커머스 조직 통합을 통해 물류 효율을 개선할 계획이다. 롯데 관계자는 “조직이 완전히 합쳐지려면 1년은 걸릴 것이라는 게 내부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화·포스코는 “확정 안 돼”


오뚜기도 계열사인 오뚜기라면지주와 오뚜기물류서비스지주를 흡수 합병한다고 지난 18일 공시했다. 오뚜기 측은 “지배구조를 단순화하고 투명하게 개선하기 위한 목적”이라며 “핵심 원재료와 중간 제품 등을 안정적으로 조달하고, 급변하는 소매유통 환경에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합병은 오는 10월 완료될 예정이다.
오뚜기 회사 로고.


업계에선 과거 오뚜기라면지주의 매출 대부분이 오뚜기와 거래에서 나오는 등 내부거래 문제가 이번 합병으로 해결될 거라고 전망한다. 오뚜기는 2017년부터 내부거래 의존도가 높은 계열사나 관계사 지분을 사들여 흡수 합병해왔다.

포스코그룹도 종합상사 자회사인 포스코인터내셔널과 포스코에너지의 합병을 논의하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액화천연가스(LNG) 가스전을 보유한 포스코인터내셔널이 LNG터미널 발전소를 갖고 있는 포스코에너지를 흡수해 시너지 효과를 내려 한다는 해석이 있다”며 “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 개편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논의가 나온 것일 뿐 확정된 건 없다”고 말했다.


“빠른 자금 조달 위해 합병하는 듯”


이런 움직임에 대해 한 사모펀드 관계자는 “현재 금리 상승 등으로 경제 불확실성이 크고 자금 시장이 더 안 좋아질 것으로 예상되니 과거처럼 사업부 분할 등을 통해 외부 자금을 끌어들이기보다 계열사가 보유한 현금 등을 통합해 이른 시일 내 자금을 조달할 생각으로 기업들이 발 빠르게 움직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계열사 간 합병은 사업이 중첩되는 부분을 해소하고 시너지를 내기 위한 것일 수도 있지만 특수관계인의 지분 확보, 지배구조 문제 등도 얽힐 수 있어 주주와 시장이 납득할 수 있게끔 당위성을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일현 기자 baek.il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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