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어민 북송, UN사 승인 받았다" 한마디에 무너진 국힘..하태경 '당황'

곽우신 2022. 7. 25.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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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정부 질문] 국방부장관·통일부장관, UN사 승인 사실 시인..태영호 의원 질의에도 같은 답변

[곽우신 기자]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25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질의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 탈북 어민 북송 문제 질문 드리겠다. 북송을 하려면 판문점을 통과해야 하고, 그 지역 관할권은 UN사(유엔군사령부)에 있지 않나? 그러면 UN사 승인을 거쳐야 됐던 것 아닌가?
"네, 승인을 거쳐야 들어갈 수 있다."

- 그러면 UN사가 당시 승인을 했나?
"네, 그것은 UN사가 승인한 것으로 저희가 확인했다."

- UN사가 승인을 했다고?
"네, 그렇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답변하자,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의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집권여당과 다수 보수 언론이 제기한 의혹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난 순간이었다.

국민의힘은 국가안보문란 실태조사 TF를 중심으로 2019년 당시 문재인 정부가 UN사의 승인을 거치지 않고 탈북 어민들을 북송했다는 의혹을 제기해 왔다. 일부 탈북민의 증언을 근거로 한 이같은 주장에 여러 보수 언론은 기사와 칼럼 등으로 문 정부를 향해 날을 세웠다. 당시 정부가 UN사에 여러 차례 승인을 요청했으나, 비무장지대를 담당하는 UN사가 이를 승인하지 않자 정전협정을 위반하면서까지 절차를 무시하고 이들을 강제 북송했다는 게 비난의 요지였다.

그러나 집권여당 국회의원의 질의 시간에 윤석열 정부 국방부 장관이 승인 사실을 확인해줌으로써, 이들의 주장은 거짓으로 드러났다. 

권영세 "당시 통일부, UN사에 탈북 어민 북송 승인 받아"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2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답변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25일 오후 국회에서 진행된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 질의자로 나선 하태경 의원은 탈북 어민 북송 문제의 절차적 문제와 국제인권적 측면에서의 부당함을 지적했다.

하 의원은 "동해 어민 북송 사건에서 국제사회는 우리 대한민국을 문명국가가 아니라는 식으로 보기 시작했다"라며 "고문위험국에는, 고문하고 구타하고 총살하고 화형하고 이런 나라에는 그 누구라도 강제 송환하면 안 된다는 고문방지협약 제3조를 어긴 대한민국이 문명국가가 아니라 또 다른 괴물 국가로 국제사회에서 비치기 시작한 것이다"라는 주장이었다.

그는 "윤석열 정부는 이전 정부가 괴물로 만들어놓은 국가를 정상 국가로 되돌려놓아야 한다"라며 질의를 시작했다. 그러나 당시 UN사가 탈북 어민 북송을 승인해주었다고 이종섭 장관이 인정하자, 하 의원은 "그러면, 그, 두 사람 북송 시 안대와 포승줄을 하고 있었는데 사령관이 안대를 벗기고 포승줄 풀어야 한다고, 그렇지 않으면 북송을 할 수 없다고 해서 안대와 포승줄이 풀린 건 사실인가?"라고 재차 물었다. 이 역시 일부 보수 언론을 중심으로 제기된 주요 의혹 중 하나였다.

그러자 이종섭 장관은 "방금 말씀하신 그 질문에 대해서는 제가 답변드리는 것보다 소관 부처에서 답변드리는 게 맞는다고 생각한다"라며 "민간인 북송 문제는 통일부소관이다. 북한 군인에 대한 북송은 저희 국방부가 책임지는 것이고, 민간에 대한 것은 국방부가 담당할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하 의원은 질의 주제를 돌렸다.

이후 하 의원은 권영세 통일부 장관에게도 "민간인을 북으로 보낼 때 UN사의 승인을 얻는 절차를 통일부가 진행하느냐?"라고 물었다. 권 장관은 "네, 그렇다"라며 "군인인 경우에는 국방부가 주도하고, 민간인의 경우에 있어서는 통일부가 주도하게 된다"라고 답했다.

하 의원이 "당시 통일부가 그걸 UN사의 승인을 얻었느냐?"라고 질문하자, 권 장관은 "UN사 승인을 받은 것으로 안다"라고 답했다. "승인을 받았느냐?"라고 되물었으나, 권 장관은 "네, 네"라고 재차 승인 사실을 확인했다.

"승인 없이 판문점 가는 건 불가능... 승인 받았으면 정전협정 위반 아냐"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발언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자신들이 제기한 주요 의혹이 흔들렸으나, 뒤이어 질의자로 나선 태영호 의원은 "당시 문재인 정부가 UN사에서 강제 북송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자, UN사를 패싱하고 국방부에 개문을 지시했고, 국방부는 합동참모본부를 건너뛰고 판문점 현장의 국군 지휘관에게 바로 개문을 지시했다고 보도했다"라고 일부 보수 언론의 주장을 인용하며 재차 따져 물었다.

"(문재인 정부가) UN사를 패싱하고, 국방부에 직접 '개문하라' 지시한 건 팩트가 아닌가?"라는 태 의원의 질문에,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UN사 승인 없이 판문점까지 들어가는 것은 불가능하다"라며 "그렇기 때문에, UN사 승인 하에 판문점을 통과한 건 사실이다"라고 못 박았다.

태 의원은 당시 북송 업무를 군인이 아니라 경찰특공대가 담당했던 것을 근거로 UN사 승인을 받지 않은 것 아니냐고 연이어 의혹을 제기했다. 이 장관은 "북송 과정에 군이 직접 관여한 건 없는 게 맞다"라고 답했지만, 승인 여부에 대한 답변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러자 태 의원은 탈북 어민들이 북송 과정에서 저항하자, 이를 경찰특공대가 제압한 게 정전 협정 위반이 아닌지 문제 삼았다. 이 장관은 "UN사의 승인을 받았다면 정전협정 위반이 아니고, 승인을 받지 못했다면 위반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특공대가 물리력을 행사하는 점을 북한 측 판문점 대표부에 통지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국방부에서 확인하기 어려운 내용"이라고 말했다.
 
 통일부는 지난 2019년 11월 판문점에서 탈북어민 2명을 북한으로 송환하던 당시 촬영한 사진을 12일 공개했다.
ⓒ 통일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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