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강서 떠오른 여성·어린이..이 시신 4구엔 공통점 있다
지난 23일 오전 8시25분쯤 경기도 연천군 군남면 임진강 하류의 수풀. 인근에서 야영하던 A씨의 눈에 이상한 것이 들어왔다. 시신이었다. A씨의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백골 상태의 시신을 발견했다. 가로줄 무늬 상의에 치마 등을 입어 여성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부패가 심하게 진행된 탓에 나이대 등은 추정하기 어려웠다.
한강·임진강 하구에서 발견된 유아·어린이 시신
신원을 알 수 없는 시신이 경기도 북부 한강과 임진강 하구 등에서 발견된 것은 이달만 4번째다. 경찰은 최근 수해 등으로 인해 북에서 떠내려온 시신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25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16일 오전 7시쯤엔 육군 부대원들이 파주시 문산읍 임진강 통일대교 인근에서 표류 중인 영아의 시신을 건져냈다. 70㎝의 키에 옷을 입지 않고 있었다. 부검 결과 생후 6개월로 추정됐다. 지난 5일 정오쯤엔 김포시 하성면 전류리 한강 하구에서 7~8살 전후로 추정되는 어린이의 시신이, 지난 2일엔 인천 강화군 교동도 앞 갯벌에서 3~7세로 추정되는 어린이 시신이 발견됐다.
경찰은 이 시신들이 북한에서 떠내려온 것으로 보는 것은 차림새와 백신 접종 여부 등에 근거를 두고 있다.통일대교 인근에서 발견된 영아의 경우 국가 의무 접종 흔적이 없었다. 우리나라에선 생후 2개월 이내 결핵예방접종(BCG) 등 예방주사를 의무적으로 맞지만 이 영아에게선 발견되지 않았다.김포시 한강 하구와 인천 강화군 갯벌에서 발견된 어린이 시신 2구는 상표가 없는 옷을 입고 있었다. 경찰이 의류·패션산업협회를 통해 아이들 옷의 유통경로 등을 확인하려 했지만 “확인이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김포 한강 하구에서 발견된 어린이의 경우 DNA를 채취해 실종 아동들의 DNA와 비교했는데 일치하는 것이 없었다”며 “키도 110~115㎝로 우리나라 7~8세 평균(120㎝ 이상)보다 작고 야윈 편이라 북한에서 떠내려왔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다른 경찰 관계자도 “시신이 발견된 곳들이 전부 군사분계선과 가깝다”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최종 감정 결과와 인근 CCTV 조사 등을 통해 최종 결론 낼 것”이라고 말했다.
北 주민 시신 왜 남쪽에…수해에 어려운 경제 사정 반영?
전문가들은 지난달 말부터 북한 곳곳에 이어진 집중 호우와 이에 따라 진행된 두 차례의 황강댐 방류가 북한 주민 시신 유실의 직접 원인으로 추정하고 있다.
강동완 동아대 교수(정치외교학과)는 “북한은 산림 부족과 치수시설 미비 등으로 매년 홍수 피해 등을 겪고 있다”며 “올해 북한의 봄 가뭄이 심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국경이 봉쇄하면서 식량난이 심해져 상대적으로 비 피해에 대한 대책이 예변보다 더 부족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종철 경상대 교수(일반사회교육과)는 “북한은 지역마다 개발 격차가 커 대도시나 중국 국경과 가까운 곳은 발전하는데 반해 남북 군사경계선과 가까운 DMZ 지역 등은 개발이 더디다”며 “과거엔 북한에서 수해 등으로 떠내려온 시신을 먼저 인계해 달라고 요구했는데 이번엔 남북관계가 좋지 않아서 그런지 아이들의 시신이 포함됐는데도 인계 요청이 없다. 사망자들이 경제적으로 빈곤한 지역이나 김정은 정권의 영향권과 떨어진 곳의 주민일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경찰은 이들 시신이 북한 주민이라는 최종 결론이 나오면 통일부에 전달할 예정이다. 2000년부터 시행된 ‘북한 주민 사체 처리 지침’에 따라 시신이 북한 주민으로 확인되면 통일부 장관은 북한에 이를 통지한다. 북한 군인은 정전협정에 따라, 민간인은 북한의 의사를 가급적 반영해 처리한다. 북한이 인수하기를 거부하고, 우리나라에 시신의 연고자도 찾을 수 없는 경우엔 발견된 지역의 무연고자 묘지에 안장된다.
최모란 기자 choi.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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