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간 표류하던 북한인권재단..윤석열 정부서 출범 가시화

박현주 2022. 7. 25.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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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간 원 구성 합의로 국회 '개점휴업' 사태가 해소되면서 6년간 표류하던 북한인권재단 출범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앞서 지난 20일엔 문재인 정부 5년의 공백을 깨고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도 임명됐다.
2016년 9월 서울 마포구에 마련됐지만 재단 이사진 추천이 지연되면서 2018년 6월 결국 철수한 북한인권재단 사무실 모습. 1년 9개월 동안 내내 빈 사무실이었다. 연합뉴스.


"재단 조속 설립 추진"


통일부는 25일 오전 국회에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을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여당과 야당 몫의 재단 이사진 명단을 마련해달라고 요청했다.

조중훈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인권법이 2016년 9월 시행된 이후에도 북한인권재단이 출범하지 못해 법률의 중요한 부분이 실질적으로 이행되지 못했다"며 "국회의 이사 추천이 이뤄지는 대로 재단을 조속히 설립해 북한 주민의 인권 개선과 인도적 어려움을 해결해 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북한인권재단 출범을 위해선 이사진 구성이 급선무다. 여당과 야당이 각각 5명씩을 추천하고 통일부 장관이 2명을 추천해 총 12명의 이사진을 꾸린다. 이사진 추천이 완료되면, 국회의장 결재 → 정부에 명단 제출 → 창립 이사회 등 행정적 절차를 걸쳐 재단이 출범한다.
조중훈 통일부 대변인이 2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2016년 삐걱대다 무산


박근혜 정부 당시였던 2016년에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상근이사 두 자리 중 한 자리를 무조건 민주당 추천 인사가 맡아야 한다고 주장하며 자당 몫의 이사 추천을 거부했다. 민주당은 "법 제정 당시 약속 받았던 사항"이라고 주장했고, 당시 여당인 자유한국당은 "재단 출범을 지연시키기 위한 민주당의 꼼수"라고 비판했다.
이에 북한인권재단은 북한인권법 제정 1년이 넘도록 출범 첫 발조차 못 뗐다. 이듬해인 2017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이사진 구성 작업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고, 이후 정부와 여당의 재단 출범 노력은 사실상 전무했다는 지적이다. 2018년 6월에는 서울 마포구에 마련됐던 북한인권재단 사무실이 1년 9개월만에 철수했다. 당시 빈 사무실에 매월 냈던 월세만 약 13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북한인권재단 설립을 위한 정책 제언 대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인권ㆍ인도 지원 논의


윤석열 정부 들어 북한인권재단이 처음으로 출범할 경우 주요 기능은 ▲북한 인권 실태 조사 연구 ▲남북인권대화 추진 ▲북한 내 인도적 지원 수요 조사 ▲대북 인도 지원 정책 개발 및 건의 등이다. 북한 인권 개선을 모색할 뿐 아니라 코로나19 확산 속 대북 인도 지원 문제도 다룰 수 있는 기구다.

지난 22일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업무보고를 하는 자리에서도 재단의 조속한 출범 필요성은 비중 있게 논의됐다. 윤 대통령이 이 자리에서 "재단의 출범을 조속히 추진하라"고 당부했다고 대통령실이 이날 전했다.

특히 최근 2019년 북한군에 의한 해수부 공무원 피격 사건과 2020년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을 둘러싼 논란이 재점화하면서 북한 인권 관련 이슈가 정국의 핵으로 떠오르고 있다. 두 사안은 각각 국제사회가 인권 측면에서 꾸준히 우려를 표해온 북한의 반인도적 조치와도 연관돼 있다.

정부는 더는 북한 인권 문제를 못 본 척 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지난 20일 5년째 공석이던 외교부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에 이신화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를 임명한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앞서 2017년 2월 김정남 피살 사건 당시 국제 사회가 한 목소리로 북한 인권 실상을 규탄했는데 정작 한국에선 북한인권재단이 출범조차 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던 만큼 과거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北에도 할 소리 해야"


전문가들은 북한인권대사 임명에 이어 북한인권재단 출범 등 북한인권법에 명시된 대북 인권 정책이 속속 현실화해 실질적인 북한 인권 증진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보편적 가치인 인권 분야에서 원칙 없는 모습을 보이는 건 금물이라고 지적한다.

지난 2016년 9월부터 1년 동안 초대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를 지냈던 이정훈 연세대 국제대학원장은 25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해 보편적 가치인 인권을 저버렸던 지난 5년의 대북 인권 정책을 되풀이해선 안 된다"며 "과거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종차별주의를 타파했던 사례처럼 인권을 억압하는 권위주의 국가를 향해선 때론 '이름 불러 망신주기'(naming and shaming) 전략 또한 효율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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