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디도 안 진 한동훈 "박범계 장관일 때 검찰총장 패싱"

박소희 2022. 7. 25.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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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정부 질문] '총장 없는 검찰인사' 지적에 "지난 정권은?" 맞불.. 국민의힘은 박수·환호

[박소희 기자]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이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질문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 : "(검찰총장이) 두달째 넘는 공석인데 대검검사급, 고검검사급, 평검사 (인사) 전부 다 한동훈 장관이 다 해버렸다. 이런 선례가 있나."

한동훈 법무부 장관 : "과거에 의원님께서 장관일 때 검찰총장을 완전히 패싱하고 인사한 것으로 무리한 적이 있다."

박범계 의원 : "택도 없는 말씀하지 마시고."

25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 순간 국민의힘 쪽 의석에선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곧이어 한동훈 장관이 특유의 강한 어조로 발언을 이어갔다.

한동훈 장관 : "저는 검찰 인사의견을 과거 어느 때보다 많이 반영했다고 확신한다. 검찰에 물어봐도 저만큼 이번 인사처럼 확실하게 검찰 의견을 반영한 전례가 없다고 말할 거다. 검찰총장 없이 인사한 전례도 당연히 있다. 과거에 지난 정권 하에서 윤석열 당시 중앙지검장이 임명될 때 검찰총장은 없었다."

한 마디로 '문재인 정부도 검찰총장 없이 검찰 인사를 해놓고선 무엇이 문제냐'는 반응이었다. 직전 법무부 장관이었던 박범계 의원은 황당하다는 듯 "내가 두 차례에 거쳐 윤석열 총장과 인사협의를 두 번 했다"며 "2시간, 2시간. 그 중에 1시간 50분, 1시간 50분은 전부 윤 총장이 말했는데? 그런 협의를 패싱이다?"라고 물었다. 한 장관은 "저는 '그때'와 달리 충실하게 인사협의를 했다는 말씀"이라며 전혀 동의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전·현직 법무장관의 맞대결... 의원들도 기싸움

이날 한 장관은 처음으로 대정부 질문 답변자로 나섰다. 전임자인 박범계 의원이 첫 질의자였던 만큼 전직 법무부 장관과 현직 법무부 장관이 맞붙는 광경은 시작 전부터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었다. 박범계 의원은 한덕수 국무총리를 먼저 호출하며 질의를 시작했지만, 중간에 대통령실 인사문제를 언급하며 "한동훈 장관이 저기 뒤에 있지만"이라는 등 미리 군불을 땠다. 한 총리도 기다렸다는 듯 "법무부 장관이 좀더 상세히 답변 드리겠다"고 응수했다.

박범계 의원은 한동훈 장관이 나오자 "헌법에 포괄위임 금지 원칙을 아느냐"고 물었다. 한 장관이 "인사정보관리단을 말씀하신다면 그 요건(법률을 근거로 대통령령, 부령 등에 위임한다는)에 해당한다 생각한다"고 치고 나가자 박 의원은 "넘겨짚지 말고 질문에 대답하라"고 했다. 이어 박 의원이 행정조직법정주의, 조세법률주의, 죄형법정주의 등 기본적인 법률 개념을 물어보자 한 장관은 "말씀해주면 듣겠다. 너무 기본적인 걸 말씀하시니까"라고 반응했다. 

두 사람의 기싸움은 여야 의원들의 대립으로 이어졌다. 민주당은 "열심히 좀 하세요" "제대로 답변하세요"라며 한동훈 장관의 태도를 문제 삼았다. 반면 국민의힘은 "답변할 기회를 주라니까" "질문을 명확하게 해주세요"라며 박범계 의원의 질의 방식을 지적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박범계 의원의 목소리는 점점 높아졌다. 그는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설치의 위법성을 지적하며 "정정당당하면 법무부 직제령 3조 직무조항에 인사 두 글자를 넣어야 하는데 넣지 못했다. 즉 업무는 없는데 지위를 만들었다. 이게 꼼수이고, 법치농단"이라고 주장했다. 또 한 장관이 법무부가 대법관 후보자 인사검증을 맡진 않는다고 하자 "한동훈 장관이 내 마음에 들면 (검증)하고, 내 마음에 안 들면 하냐"며 고함을 쳤다.

한동훈 장관은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박 의원의 노무현 정부 청와대 근무 이력을 거론하며 "과거 의원님이 근무한 민정수석실에선 어떤 근거로 사람 명부를 다 대놓고 검증하셨나"라고 되물었다. 이어 "저는 법적 문제가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며 "이 업무는 과거 민정수석실에서도 계속 해온 것이다. 제가 이 일을 하는 게 잘못이라면 과거 민정수석실에서 했던 인사검증업무는 모두 위법"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또 박수를 쳤다.

세 번 '한동훈 나오세요' 했지만... 

대치 상황만 거듭되자 박 의원은 잠시 질의를 멈춘 뒤 한 장관에게 "잠깐 들어가 계시라"고 했다. 그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호출했다가 다시 한 장관을 불렀다. 이어 "이 질문은 안 하려고 했는데, 이재명 의원 부인 법인카드 유용의혹 관련해서, 행안부 소관이긴 하지만, 130회 이상 압수수색했다"며 "과잉수사 아니냐"고 따졌다. 한 장관은 "경찰이 수사하는 것"이라며 "저는 의원님과 달리 구체적 사안에 대해서 개입하지 않겠다고 이미 말씀드렸다"고 반박했다.

박 장관은 한 번 더 이상민 장관을 부른 뒤 세 번째로 "우리 한동훈 장관님, 한번 더 나오셔야겠다"며 호명했다. 이번에는 윤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 수사 상황을 묻기 위해서였다. 한 장관은 "과거 정권부터 굉장히 오랫동안 수사하고 있는 사안이고, 충분한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 생각한다"며 "검찰이 법과 원칙에 맞춰서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짧게 답변했다. 약 10여 분에 걸친 두 사람의 팽팽한 설전은 그렇게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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