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사망신고 없다"..조위금 못 받은 피살 공무원 유족

최민지 2022. 7. 25.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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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9월 북한군이 피살한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 씨의 형 이래진 씨가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 앞에서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김종호 전 청와대 민정수석, 이광철 전 민정비서관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고발하기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유가족 측 변호인 김기윤 변호사. 연합뉴스

공무원연금공단이 북한 군에 피격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씨의 유족에게 조위금 지급을 거부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씨의 ‘재직 중’ 사망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2020년 9월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에서 표류하던 이대준씨는 북한군 총격에 사망한 뒤 시신이 불태워졌다.

25일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이씨의 유족들은 지난달 공단 측에 조위금 수령 여부를 문의했다가 사실상 거부 답변을 들었다. 조위금은 재직 중 사망해 ‘당연퇴직’ 처리된 공무원의 유족에게 위로금 조로 지급되는 돈이다.

공단은 이씨 유족이 지난 5월 실종선고를 받은 것을 이유로 800여만원의 조위금 지급을 거부하고 있다. “이씨는 실종으로 인해 ‘직권면직’ 처리됐기 때문에 조위금 지급 대상(당연퇴직자)이 아니다”라는 게 공단 측 설명이다. 직권면직은 임용권자의 일방적인 의사와 직권으로 공무원 신분을 박탈, 공직으로부터 배제하는 처분을 말한다. 하 의원은 “공무원연금공단은 유족에게 ‘법원에 가서 실종선고 취소판결을 받아오라’는 황당한 요구까지 했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사망일(2020년 9월 22일)까지도 해수부 서해어업관리단 소속 공무원이었다. 그래서 이씨의 사망 경위나 자진 월북 여부와 무관하게 조위금 지급 대상에 포함된다는 게 유족과 하 의원의 주장이다.

하 의원은 유족 측이 이씨가 숨진 지 2년 동안 사망 신고를 하지 못하고 실종선고를 받게 된 데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고도 설명했다. 사망 신고를 하려면 사망 후 1개월 내 사망한 이의 진단서나 검안서를 첨부해야 한다. 하지만 이씨는 북측에서 피살됐기 때문에 진단서를 뗄 상황이 아니었다.

가족관계등록법(84조)에 따르면 사망 증빙 서류로 진단서 등을 첨부할 수 없는 경우, 대법원 규칙에서 정한 대체 서면을 제출하면 된다. 대체 서류 중엔 관공서의 사망증명서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이씨의 사망 경위를 수사하던 해경은 사망일자가 기입된 서류를 발급해주지 않았다고 한다. 이씨의 상속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유족은 어쩔 수 없이 지난해 말 법원에 실종선고 청구심판을 제기했고 8개월을 기다린 끝에 실종 선고를 받았다.

하 의원은 “해경도 2년 만에 이씨에게 월북 의사가 있었다는 판단에 문제가 있었단 수사 결과를 발표한 만큼 이씨의 재직 중 사망 사실을 인정하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인 판단”이라며 “이제라도 적극적 행정을 통해 대한민국이 유족들을 따뜻하게 보듬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한 한덕수 국무총리는 하 의원의 관련 질문에 “9월 22일 사망했다는 것을 확정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던 것 같다”며 “그 문제는 조속히 검토를 해서 합리적인 결론이 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최민지 기자 choi.minji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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