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전쟁 목표는 정권교체" 말 바꾼 러시아의 진짜 야욕
아프리카를 순방 중인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목표가 우크라이나의 정권 교체라는 뜻을 밝혔다. 침공 6개월차를 맞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친(親)서방 정권을 전복시키고, 친러 정권으로 교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단 점을 공식화한 발언이다.
24일(현지시간) 알자지라와 독일 DPA통신에 따르면, 이날 이집트 수도 카이로에 도착한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아랍연맹 회원국 대표와의 만남에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국민과 역사에 매우 적대적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정권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확실하게 돕겠다”면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국민은 미래에 함께 살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에 따르면 라브로프 장관은 같은 자리에서 “러시아는 지금보다 훨씬 더 나은 삶을 누릴 자격이 있는 우크라이나 국민을 동정한다”면서 “눈앞에서 우크라이나의 역사가 망가지는 것이 애석하고, 우크라이나 정권의 선전선동에 넘어가 러시아와 영원한 적이 되기를 바라는 이들이 안타깝다”고도 했다.
이 같은 발언은, 전쟁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루한스크·도네츠크주) 지역 공략에서 승기를 잡았다고 판단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정권 교체 야욕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분석된다. 라브로프 장관은 지난 4월까지만 해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정권을 교체할 생각이 없으며, 어떤 정권에서 살아갈지는 우크라이나인이 스스로 결정할 사안”이라고 했었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도 우크라이나 전쟁의 목표가 정권 교체임을 암시한 바 있다. 지난 5일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러시아 국가안보위원회 서기는 러시아 하바롭스크에서 열린 국가안보 관련 모임에서 “러시아의 특별군사작전 목표는 신(新) 나치 정권의 학살로부터 주민 보호 및 우크라이나 영토의 비무장·탈나치화”라고 발언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정권을 ‘신나치’, 젤렌스키 정권의 전복을 ‘탈나치’라 부르고 있다.
파트루셰프 서기의 발언과 관련해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그가 공개 발언에서 푸틴 대통령과 다른 입장을 드러낼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러시아의 목표가 우크라이나 정권 교체임을 보여주는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러시아군은 돈바스 점령을 완료하더라도, 공격 범위를 확대해 점령지를 최대한 늘리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라브로프 장관은 지난 20일 러시아 영문 방송 RT와의 인터뷰에서 “특별군사작전의 범위가 돈바스 지역보다 확대될 수 있다”며 “헤르손주와 자포리자주 등 남부지역을 점령하는 작업을 꾸준히 이어가겠다”고 확전을 예고했다.
한편, 라브로프 장관은 러시아에 대한 아프리카 국가의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 24~28일 이집트·에티오피아·우간다·콩고민주공화국 등 아프리카 4개국을 순방 중이다. 그는 순방 일정에 맞춰 현지 언론에 서방의 대(對)러 제재에 동참하지 않은 아프리카의 ‘독립노선’을 높이 평가하는 기고문을 게재하기도 했다.
아프리카는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길 봉쇄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지역 중 하나다. 라브로프 장관은 첫 방문지인 이집트에서 우크라이나 곡물의 안전한 수출을 보장하기로 한 우크라이나·튀르키예·유엔과의 4자 합의가 여전히 유효하다고 밝혔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지난 22일 흑해 봉쇄로 막혀있던 곡물을 안전하게 수출하기로 합의했지만 이튿날 러시아가 오데사항을 공습하며 곡물 수출 합의가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국제사회의 우려가 커졌다.
라브로프 장관은 이날 “러시아는 아프리카의 충실한 동맹국이며, 이집트가 주문한 만큼 곡물을 정확하게 수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식량 대란 문제는 전적으로 서방과 우크라이나 탓”이라고 책임을 돌렸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라브로프 장관은 아프리카를 순방하며 ‘서방과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지속하려 한다’는 등의 홍보전을 계속할 것”이라고 전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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