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약 타고 '녹조' 낙동강 돌아본 경상도 주민의 바람 [정수근의 우리 강 이야기]
[정수근 기자]
▲ 낙동강 녹조 탐사대 대원들이 카약을 들고 낙동강으로 배를 띄우기 위해 내려가고 있다. 이들은 낙동강 도동서원 나루터에서 우곡교까지 탐사를 했다. |
ⓒ 낙동강 녹조 탐사대 |
경상도 주민들이 화가 잔뜩 났다. 영남의 젖줄이자 1300만 영남인의 식수원인 낙동강에 발암물질이자 청산가리 100배 수준의 독이 들어있는 '녹조'가 창궐하고 있는데도 아무런 대책을 세워주지 않는 정부에 뿔이 단단히 났다. 더구나 녹조가 핀 낙동강물로 농사지은 농작물에서까지 녹조 독이 검출됐다는 환경단체 등의 발표에도 정부가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서, 분노지수가 더욱 치솟고 있다.
정부의 무책임함에 화가 난 경북 고령군, 대구 달성군, 경남 창녕군 주민과 농민들이 '낙동강 녹조 탐사대'를 만들었다. 이는 지난 6월 낙동강 녹조 문제의 심각성을 공유하고서 '낙동강 녹조 탐사대'를 꾸릴 것을 결의했다. 지난 23일, 이들은 출정식을 열고 직접 배(카약)를 타고 낙동강에 들어가 녹조가 창궐한 강을 탐사했다.
▲ 경상도 주민 뿔났다…낙동강 녹조 탐사대 떴다 ⓒ 정수근 |
이날 이들은 달성군 구지면 도동서원 앞 낙동강 선착장에서 출정식을 연 후 총 7명이 네 대의 카약에 나눠 탄 뒤 하류의 우곡교까지 약 13km를 탐사했다. 이들이 돌아본 곳은 지독한 녹조 우심지역들 중 하나다.
이들은 도동서원을 시작으로 도동양수장을 둘러보고, 대구 달성군이 벌이는 수상레저사업장인 낙동강레포츠밸리를 지난 뒤 답곡양수장도 둘러봤다. 이후 낙동강변의 아름다운 정자인 이노정 앞을 지나 국가산단취수장과 대암양수장을 거친 뒤 마지막 우곡교까지 가는 일정으로 배를 몰았다.
이날 탐사는 김장수 탐사대장부터 서윤발, 곽상수, 김수옥, 구대근, 이동락, 성기욱 이렇게 7명의이 카약에 탄 채 탐사를 진행했고 김은영과 최영준이 탐사대 지원을 맡았다. 이들 '낙동강 녹조 탐사대'가 발표한 활동 배경과 목표는 다음과 같다.
▲ 녹조 알갱이 둥둥 떠다니는 강을 카약을 타고 돌아보고 있다. 한화진 장관이 카약을 꼭 타봐야 하는 이유다. |
ⓒ 낙동강 녹조 탐사대 |
녹조 문제에서 국가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가?
"보트를 타고 직접 강에 들어가보니, 강 중간에도 녹조 알갱이가 엄청나게 있었습니다. 며칠 전 비가 왔는데도 강가는 완전 페인트를 부어놓은 것 같고, 강가의 자갈들은 녹조가 들러붙어 변색돼 마치 옥돌처럼 보입니다. 악취도 심하고, 역풍이 불어 눈도 따가워서 20여분간 눈물이 흘렀습니다. 레포츠시설에서는 수상스키를 타고 있었고 마침 훈련을 하고 있던 소방대원들은 직업이니까 물속에 들어가는 거지 절대 들어갈 수가 없다고 말하더군요."
▲ 녹조가 할짝 핀 녹색강에서 수상레저 활동을 하는 이들. 달성군이 직영하고 있는 낙동강레포츠밸리에서 벌이지고 있는 현실이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조류경보 경계단계에 해당하는 남조류 개체수가 확인이 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국가에서 아무런 제제나 경고 입간판 하나 내걸지 않으니 버젓이 수상스키를 타는 사람들도 있었다.
▲ 녹조 핀 강물이 그대로 양수장 파이프를 통해 논으로 들어간다. 논에서 녹조는 자란다. 녹조 독이 농작물에 그대로 들어간다. 심각한 현실이다. |
ⓒ 낙동강 녹조 탐사대 |
"양수장 주변에서도 짙은 녹조띠가 목격되었습니다. 이 녹조가 양수장의 취수구를 통해서 각 수로에 전해지고 그 수로에서 각 개별 농가의 논으로 이 강물이 그대로 들어갈 것이라 걱정입니다. 이 물로 농사지으면 녹조 독이 농작물에 그대로 전이돼 검출이 되고 있는 현실을 정작 해당 농민들은 거의 모르고 있습니다. 국가가 나서서 위험성을 이야기해주지 않고 있으니 그런 것입니다."
낙동강 녹조 탐사대 대변인이자 대구환경운동연합 운영위원장인 곽상수 고령군 포2리 이장의 현장 증언이다.
현실이 이런데도 한화진 환경부장관은 4대강 보를 유지하고 활용률을 높이겠다고 한다. 그런 그를 보며, 4대강의 실태를 제대로 알고나 있는지 묻고 싶다. 녹조 독으로 국민이 위험에 내몰릴 수도 있는데 이런 현실에 대한 언급 없이 보의 활용률을 높이겠다니...
한화진 장관이 직접 카약을 타고 낙동강을 돌아봐야 하는 이유
▲ 낙동강 화원유원지에 핀 심각한 녹조. 그 앞에 강준치로 보이는 대형 물고기가 한 마리 죽어있다. 낙동강의 죽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만 같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4대강 보가 만들어지고 물을 채운 지 10년이다. 정확히 그 10년 동안 녹조현상은 반복되었다. 해가 갈수록 그 양상은 더 심해진다. 점점 더 심각한 녹조 현상이 목격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만큼 국민이 더 위험에 내몰고 있는데고 불구하고, 어찌 보 활용률 제고를 운운할 수 있는지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한화진 환경부장관에게 낙동강에 와서 이 배를 꼭 한번 타보시라 말하고 싶어요. 녹조가 창궐한 강에서 배(카약)를 타고 노를 한 번이라도 저어본다면 4대강 보 활용률 높이겠다는 식의 발언은 할 수 없을 거예요.
한 장관이 지금 고민해야 하는 부분은 어떻게 하면 국민을 이 심각한 녹조 독의 공포로부터 벗어나게 해줄 것인가여야 합니다. 그것이 국가부처를 책임지는 책임자의 역할입니다. 한 장관이 제발 현장에 나와 현실을 제대로 보는 실사구시의 자세를 가지시길 부탁드립니다."
탐사단의 일원으로 참가한 임희자 낙동강네트워크 공동집행위원장의 일갈이다.
이날 오전 9시에 시작된 탐사대의 일정은 오후 5시가 돼서 끝났다. 이들은 낙동강 현장의 녹조의 심각함을 직접 목격하고 많이 놀랐다. 그래서 이날의 생생한 경험을 주변에 널리 알려서 낙동강 녹조 문제가 하루 빨리 해결 되도록 미약하나마 힘을 보태겠다고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했다. 이들의 값진 경험이 작은 파문을 일으키는 중요한 결실이 되길 함께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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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로서 지난 15년 동안 낙동강 현장을 기록해오면서 4대강사업의 병폐를 고발해오고 있습니다. 녹조는 심각한 독입니다. 이 심각한 녹조 독의 공포로부터 벗어나는 길은 강을 흐르게 해주면 됩니다. 4대강 보 수문을 하루빨리 열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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