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뒤 인도네시아 변화, 온라인 플랫폼의 부상

박준영 2022. 7. 25.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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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자카르타에서 발견한 변화의 흔적.. 디지털 전환과 공공서비스의 광고화

[박준영 기자]

해외 방문자들은 자카르타를 방문할 때 주로 수카르노-하타 국제공항을 통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로 들어온다. 코로나 19 바이러스 확산 이후 해외 입국자 격리를 시행했던 인도네시아는 현재 2차 이상 백신 접종을 하고 관련 증상만 없다면 격리 없이 입국할 수 있다.

인천에서 출발하는 한국 항공사의 비행기들은 주로 심야 시간에 자카르타에 도착하고 이 시간대에는 약 25km의 거리인 공항에서 자카르타 시내까지 약 40~50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확산되기 전이던 2020년 초에 자카르타에 방문했던 지역 연구자(필자)는 2022년 7월 1일 약 2년 반 만에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방문했다.

코로나, 인도네시아 

인도네시아는 전 세계 여느 국가와 마찬가지로 코로나 바이러스와 힘겨운 싸움을 했다. 인도네시아 조코 위도도(Joko Widodo) 대통령은 2021년 1월 '중국 백신'으로 알려진 시노백을 맞으며 백신접종을 독려한 이후 현재는 약 62%인 약 1억 7천만 명이 백신 접종을 완료했다.

인도네시아는 지난 4월부터 확진자 수를 1000명 이하로 유지하다 최근 변이 바이러스의 유행으로 확진자 수가 약 5000명으로 증가했다. 인도네시아 인구가 약 2억 7천만 명이 넘는 세계 4위의 최대 인구인 점을 감안하면 현재까지는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사태를 상대적으로 잘 관리해왔다고 평가할 수 있다.

현재는 인도네시아가 코로나 19 바이러스 확산으로부터 한 숨 돌리며 해외 관광객들도 조심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지만, 코로나 바이러스가 인도네시아에 남긴 상처는 컸다. 인도네시아 전역에서 약 615만 명이 감염됐고 약 15만 7천 명이 사망했다. 인도네시아에 거주하는 한인들도 이 상황에 직격탄을 맞았다.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이전 약 4만 명에 달했던 한인 수는 여러 복합적인 원인에 코로나 관련 원인이 추가되며 현재 약 1만 7천명대로 급감했다.

코로나 이후 인도네시아의 수도인 자카르타는 어떻게 변했을까, 혹은 변하지 않았을까. 이러한 궁금증을 갖고 자카르타로 향했다. 포스트-코로나 뿐만 아니라 자카르타는 인도네시아가 행정 수도를 이전하기로 결정하며 여러 의미에서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필자는 약 열흘간 머무른 자카르타에서 몇 가지 변화를 관찰할 수 있었다. 이 변화는 전문가와의 인터뷰나 수치로 증명된 변화라기보다 자카르타에 대한 애정어린 시각으로부터 발견된 자카르타의 여러 단면들이다. 따라서 아래에서 소개하는 내용은 지역 연구자가 발견한 자카르타 변화의 '흔적'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모바일 결제 플랫폼의 확산 

2010년 창업한 공유 모빌리티 플랫폼 업체 고젝(Go-Jek)은 자카르타를 포함한 인도네시아에서 2010년대 중반 이후부터 빠르게 확산되며 모빌리티로부터 생활 전반을 변화시키고 있다. 2010년 초반까지만해도 자카르타에서는 오토바이 택시인 Ojek(오젝)이 주요 대중교통 수단 중 하나였다. 오젝은 도시의 주요 거점에서 비공식적 정류장에서 거리에 따라 가격을 흥정하여 이용할 수 있는 대중교통수단이었다. 오젝은 만성적인 교통 체증으로 악명높은 자카르타에서 꽉막힌 자동차 사이를 유연하게 빠져나가는 유용한 교통 수단으로 꼽힌다.

그러나 비공식적 정류장에서 손님을 기다리던 오젝 기사들 사이에서, 2010년 중반 이후부터 고젝의 상징 색인 초록색 점퍼와 헬멧을 입은 기사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고젝은 미국에서 경영학을 공부한 현재 교육연구문화기술부 장관인 나딤 마카림 (Nadiem Makarim)에 의해 창업됐다. 이후 고젝은 음식 배달, 청소 대행, 출장 마사지 등 오토바이로 이동하여 실시하는 서비스로 확대했고 현재는 고젝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컨텐츠 사업 진출도 시도하고 있다. 이제 자카르타에서 고젝은 시민들의 일상 생활에 깊숙이 들어와있다.
 
▲ 고젝 어플리케이션 고젝 어플리케이션 첫 화면 갈무리
ⓒ 박준영
 
고젝은 충전식 어플리케이션 내부 결제 시스템인 고페이(Go-pay)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는데, 고페이는 처음에 고젝의 서비스를 이용할 때 할인을 적용해주는 수단 정도로 사용되다 현재는 다른 매장에서 결제하거나 송금을 할 수도 있는 모바일 결제 플랫폼으로 발전했다. 자카르타에서는 고페이를 비롯하여 OVO, ShopeePay 등 다양한 모바일 결제 플랫폼이 사용되고 있다. 첫 번째 변화의 흔적은 이 모바일 결제 플랫폼의 확산이다.

이번 자카르타 방문에서 필자는 고젝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자동차, 오토바이 택시를 수십 번 이용했지만, 거스름돈을 위한 잔돈을 준비해 다니는 운전기사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고젝을 이용하는 손님의 대부분은 고페이로 결제했고 따라서 정확한 금액이 자동 결제되기때문에 거스름돈은 준비할 필요가 없다.

또한 일부 매장에서는 '현금 없는 매장'으로 운영했다. '현금 없는' 매장들은 앞서 소개한 여러 모바일 결제 플랫폼을 활용할 수 있도록 돼 있지만, 필자처럼 현금으로 결제하는 손님을 시스템은 없었다. '현금 없는' 카페에 방문한 필자가 주문한 음료는 이미 만들어지고 있었고 필자가 미안하면서도 간절한 표정을 짓자 카페의 직원은 필자의 현금을 받은 뒤 자신의 고페이로 결제해줬다. 몇 차례 이러한 경험을 한 이후 어디서든 현금으로 계산할 때 쭈뼛쭈뼛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었다.

모바일 결제 시스템은 인도네시아 은행 계좌 또는 신용카드와 연동시키거나 해외 결제 가능한 신용카드와 연동하여 사용할 수 있지만, 한국에서 가져간 해외 결제 가능한 신용카드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인증 절차에서 가로막혀 등록되지 않았다. 모바일 결제 시스템으로 결제할 경우 페이백이나 할인을 제공했고 현금으로 결제할 경우 괜히 손해보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지하철에서도 QR코드로 결제... 현금없는 매장도 많아 

2019년 개통하여 현재 13개 역의 하나의 노선이 운영되는 자카르타의 지하철 MRT에서도 QR코드를 활용하여 결제할 수 있다. 교통카드나 신용카드보다 모바일 결제 시스템으로 QR 결제하는 시민들이 훨씬 많았다. 모바일 결제 시스템으로 자카르타 MRT를 이용할 경우 할인이 적용됐다. 

2010년대 중반 이후 고젝과 같은 모바일 플랫폼이 자카르타 시민들의 일상 속으로 들어오며 자카르타 시민들은 남녀노소 스마트폰을 필수적으로 사용해야했고 애플과 삼성의 스마트폰부터 중국의 저가형 스마트폰이 자카르타 시민들의 손에 쥐어져있다. 이처럼 스마트폰의 보편적인 사용은 코로나 19 대응에도 활용됐다. 인도네시아는 코로나 19 바이러스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Peduli Lindungi'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하여 사용했다.

이는 한국의 질병관리청 쿠브앱(QOOV)과 비슷했는데, 건물 출입시 QR 코드를 찍으면 이동 동선 및 백신 접종 정보와 연동됐다. 한국에서는 자신의 고유 QR코드를 띄워 각 건물의 인식용 카메라에 인식시키는 방식이지만, 자카르타에서는 반대로 각 건물의 QR코드를 사용자들의 카메라로 인식하는 방식이었다.
 
 인도네시아 국립 박물관 입구에 세워진 출입 인증 QR코드 안내판
ⓒ 박준영
 
지하철역과 큰 쇼핑몰은 물론 작은 식당에도 이 어플리케이션 QR 안내 포스터가 있었다. 해외에서는 이 어플리케이션에 가입하고 접종 정보를 연동시키는 것이 다소 불편했지만, 자카르타의 건물 출입시 사용 방법은 매우 편리했고 반응 속도도 빨랐다.

기존 건물 출입보다는 시간이 걸렸지만, QR 코드를 찍고 출입 가능 여부가 화면에 뜨면 이를 출입 관리자에게 보여주고 입장하는 데엔 많은 시간이 걸리진 않고 대부분의 경우 원활하게 출입할 수 있었다. 자카르타 시민들이 2010년 중반 이후부터 보편화된 생활 기반 플랫폼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한 보편적인 개별 스마트폰 보유 현황은 이러한 방식의 방역이 가능했던 주요 원인 중 하나이다.

한국 역시 여러 모바일 결제 플랫폼이 있고 일부 매장은 '현금 없는' 매장으로 운영되기도 하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결제는 신용카드 또는 현금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QR코드를 활용한 코로나 방역도 이 방식이 낯선 이들을 위해 전화를 하여 출입인증을 하는 대안을 마련했다. 이러한 점에서 자카르타에서는 한국보다 최신 핀테크 기술 적용이 보다 전면적으로 전환, 시행되고 있다고 이해할 수 있다. 고젝을 위시로 한 디지털 기술 기반 일상 서비스의 확대는 자카르타에서 여러 분야로 확대 적용되는 '디지털 전환'의 기반이 되고 있다.

광고판이 된 공공서비스

앞서 간단히 소개한 자카르타의 MRT는 개통 초반만 하더라도 잦은 고장과 역과 주요 시설과의 접근성 부족 등의 문제로 인해 자카르타 시민들의 보편적인 이동 수단으로 인식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개통 이후 약 3년 반이 지난 2022년 7월 자카르타의 MRT는 제법 많은 시민들이 이용하고 있었다. 출퇴근 시간에는 이용자가 많아 서울 지하철의 '지옥철'을 잠시나마 재현하기도 했다.

필자는 지하철 역과 인접한 숙소에서 묵었지만, 일부러 기회가 될 때마다 지하철을 이용했다. 

MRT 기본 요금은 3000루피아(Rupiah, 약 260원)이고, 거리에 따라 1000루피아(약 87원)이 추가되며 최대 1만 4000루피아(약 1220원)이 부과된다. 자카르타 MRT는 한국의 수도권 지하철 요금(기본 요금 약 1250원)과 비교했을 때 매우 저렴하다. 비록 현재는 13개 역을 지나는 하나의 노선만 운영중이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심각한 도로 교통체증이 있는 자카르타에서 저렴하고 쾌적한 대중 교통수단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자카르타 MRT는 매우 쾌적했다. 무더운 열대 기후인 자카르타에서 시원하게 정시에 맞춰 이동할 수 있었다. 모든 역에는 스크린도어가 설치되어있었고 보편적 이동권을 위한 에스컬레이터와 엘리베이터도 잘 설치되어 있었다. 안내 메시지에서는 각 역의 이름을 알려주는 메시지뿐만 아니라 매 역을 지날 때마다 환영 인사가 나와서 약간의 감동(?)을 받기도 했다.

또 열차 2~3칸의 한 명씩 질서를 유지하고 고충을 해결해주는 경비 요원이 있었다. 경비 요원의 존재가 조금 긴장된 분위기를 만들긴 했지만, 필자가 지하철을 이용할 때 눈에 띄는 문제를 일으키는 이용객은 없었다. 아직 지하철이 '신 문물'로 받아들여지는지, 종종 지하철 이용 '인증샷'을 찍는 이용객들도 볼 수 있었다.

자카르타의 MRT 역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광고였다. 역사의 거의 모든 벽면은 광고가 부착되어 있었다. 광고 중 일부는 한국 가수들이 광고 모델이었는데, 이를 통해 한국에서보다 BTS 멤버들의 얼굴과 더 익숙해질 수 있었다. 이러한 광고는 스크린도어와 지하철 열차 내부에도 빼곡히 붙어있었다. 심지어 손잡이에도 광고가 붙어있었다. 스크린도어 일부는 LED광고판이었다.

포스트 코로나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MRT 역사 벽을 빼곡히 채운 광고
ⓒ 박준영
     
그러고보니 지하철 역 이름 뒤에 기업의 이름이 덧붙여져있다. 예를 들어 Stiabudi Astra 역은 지역명 Stiabudi에 Astra 기업 이름이 추가된 역 이름이다. 13개 역 중 절반 가량인 6개 역의 이름에 기업 이름이 붙어있었다. 서울교통공사 역시 재정난을 해결하기 위해 역명병기 판매 사업을 실시하지만, 광고 효과가 높지 않은지 올해 입찰에서는 제안된 50개 역 중 4개 역만 낙찰됐다. 모든 역을 확인하진 못했지만, 기업 이름이 붙은 역은 해당 기업의 광고를 테마로 꾸며져있었다.

이처럼 자카르타의 MRT는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광고판과 같은 인상을 받았다. 기업 광고로 도배된 지하철을 타다보면, 마치 해당 기업의 셔틀버스를 타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다행히(?) 음성 광고는 나오지 않았는데, 음성 안내가 광고로 이어지지 않고 역 안내로 끝날 때 안도감이 들 정도였다.

이러한 감상은 어디까지나 한국 수도권 지하철에 익숙한 필자가 상대적으로 느끼는 감상이다. 또한 서울지하철공사가 만성적인 적자에 시달리는 것을 보면 자카르타 MRT의 광고 수익은 공공 서비스를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결정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다 문득 인도네시아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행정수도 이전(현재 자바섬의 자카르타에서 칼리만탄 섬의 누산따라로 이전)이 떠올랐다. 수도이전 예산 계획은 총 예산 330억 달러 중 약 19%를 정부 예산이 감당하고 나머지 약 81%는 국영기업 및 민간 기업의 투자로 충당하기로 했다.

자카르타의 '과포화상태', 그리고 인도네시아의 지역 균형 발전을 고려한다면 인도네시아의 수도 이전의 정당성은 설득력 있어 보인다. 그러나 국영, 민영 기업의 투자로부터 사업 예산의 대다수를 충당하는 수도 이전 과정에서, 새로운 수도가 자카르타 MRT와 같이 도시 단위로 거대한 광고판이 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우려도 들었다.

이는 분명 필자가 단 몇 일 동안 자카르타의 MRT를 경험하며 발견한 '흔적'에서 발생한 기우일 수 있다. 새로운 수도는 기존 수도인 자카르타의 주요 도시 문제인 양극화와 도시 빈민 문제를 해결해야하는 과제가 있다. 따라서 자카르타 MRT와 새로운 수도는 기업의 투자 이익과 광고 홍보 보다는 보편적 사회망 확충에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이상으로 소개한 자카르타의 디지털 전환과 공공 서비스의 광고 수익은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갖고 있다. 자카르타의 디지털 전환은 편리하고 효율적인 결제와 모빌리티, 방역을 가능케 했지만, 이른바 '디지털 약자'는 이러한 편리함과 효율성으로부터 배제될 수 있다.

자카르타 MRT의 광고 수익은 아마도 저렴하고 쾌적한 대중 교통 수단을 유지할 수 있는 주요 요인이겠지만, 지하철 이용객을 불시에 광고 대상이자 소비자로 전락시킨다. 포스트 코로나와 수도 이전이라는 대전환기를 맞는 자카르타가 어떻게 기회 요인을 확대시키면서도 위기 요인을 잘 관리하는지 애정어린 시선으로 계속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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