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해산명령 내렸는데 어겼다, 12·12 쿠데타 준하는 상황"

김민욱, 백경서, 이수민, 김하나 2022. 7. 25. 12:2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최근 열린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옛 군(軍) 내 사조직인 ‘하나회의 12·12 쿠데타’에 준하는 상황이라고 말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장관, 출근길 '쿠데타' 발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2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경찰국 신설 관련 총경회의에 대한 행안부 입장을 밝히기 전 생각에 잠겨 있다. 뉴스1
이 장관은 25일 오전 정부 서울청사 출근길에 언론과 질의응답에서 “경찰 총수인 경찰청장 직무대행자가 해산 명령을 내렸는데도 그걸 정면으로 위반했다”며 “군으로 치면 각자의 위수지역을 비워 놓고 모임을 한 건데 거의 하나회의 12·12 쿠데타에 준하는 상황으로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했다.
앞서 지난 23일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총경 190여명(대면 참석 50여명·비대면 140여명)이 참석한 전국 경찰서장 회의가 열렸다. 전국 경찰 총경급 간부들이 모인 건 경찰 창설이래 처음이다. 4시간가량 진행된 회의에선 행안부 내 경찰국 신설과 관련한 논의가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이 자리에서 경찰국 신설에 찬성하는 의견은 없었다고 한다. 경찰청은 해산명령에도 해당 회의를 주도한 류삼영 울산중부서장(총경)을 대기발령 조처한 상태다.
23일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마친 서장(총경)들이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뉴스1


"일반 공무원 집단행동과 달라"


이 장관은 경찰서장 회의가 일반 공무원의 집단행동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주장했다. 이 장관은 25일 오전 브리핑을 통해 “경찰은 물리력과 강제력, 심지어 무기도 소지할 수 있다”며 “이런 역할과 책임을 진 분들이 임의로 자의적으로 한 군데 모여 회의를 진행하면 대단히 위험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우리 역사에서 배우지 않았나. 하나회가 12·12 쿠데타를 일으킨 게 바로 이러한 시작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물론 세월이 많이 지나 지금 뭐 쿠데타라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으나 무장할 수 있는 조직이 상부 지시를 위반해 임의로 모여 정부시책을 반대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고 덧붙였다.


서장급 모임이 '12·12'?


하지만 이 장관의 ‘12·12’ 발언이 너무 나갔단 의견도 있다. 법무법인 에이앤랩의 신상민 변호사는 “쿠데타라는 건 말 그대로 물리력을 행사해 업무를 못하게 하는 데까지 나가야 하는 것”이라며 “(경찰조직 내) 지도부는 빠지고 중간급 간부들이 하루 모여 (경찰국 신설에 대한) 의사를 모은 걸 쿠데타라고 발언한 건 비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가 21일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전국경찰직장협의회 대표단을 만나고 있다. 경찰직협은 25일부터 경찰국 신설 반대 대국민 홍보전을 할 계획이다. 연합뉴스


총경회의가 복무위반?


경찰청은 복무규정 위반 여부 등을 검토한 뒤 회의 참석자에 대한 추가징계에 나설 계획이다. 경찰청은 청장 직무를 대행하고 있는 윤희근 후보자의 만류에도 총경급 간부들이 회의에 참여한 것은 국가공무원법 및 경찰공무원 복무 규정상 복종·지시 의무 위반이 될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장관 역시 25일 브리핑에서 단순 징계를 넘어 처벌 대상이 될 수도 있는 행위라고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선 총경 회의가 복무규정을 어겼는지부터 의문을 제기한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휴일에 소속 지방청장에게 보고하고 모인 것인데 오히려 복무위반이라고 하면 직권남용의 소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곽 교수는 “폭력적인 과격한 집단행동을 한 것도 아니고 경찰조직 발전을 위해 의견 나눈 것”이라며 “이걸 갖다가 인사 조처를 하는 건 힘으로 밀어붙이는 거다”라고 비판했다.

신 변호사는 “국가공무원법상 공무원 처벌 규정이 두 가지가 있는데, 정치행위하거나 집단행동을 할 때”라며 “이중 집단행동은 국가 업무에 지장을 초래할 때 처벌할 수 있는데 (총경 회의처럼) 한 번 모여 의사 결정한 것을 갖고 업무 지장까지 있다고 하기엔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회의 주도 류 총경은 25일 연차


한편 서장 회의를 주도한 류 총경은 울산청 경무기획 정보화장비과로 대기발령됐다. 류 총경은 25일 하루 연차를 냈다. 26일부턴 대기발령된 사무실로 출근해야 한다. 울산지역 5개 경찰서 직장협의회는 류 총경 인사조처 등에 반발, 25일부터 경찰서별로 돌아가며 1인 시위에 돌입했다. 다만 일선 경찰서 업무는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중부서는 (서장의 대기발령 뒤) 침통해 하는 분위기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격양된 상태는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들 정상적으로 업무를 보는 중이다”고 말했다.

김민욱·이수민 기자, 울산=백경서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