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현 "'폭주기관차' 소리 듣더라도 당 쇄신 길 내고 싶었다"[인터뷰]

구채은 2022. 7. 25.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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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득권에 도전할 수 있는 청년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폭주 기관차', '자리에만 욕심 낸다'는 소리까지 들으면서 당 대표 출마에 도전을 했던 거다. 그렇게 저라도 길을 내고 싶었다."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최근 아시아경제와 전화인터뷰에서 "민주당을 지배하고 있는 건 '내로남불과 팬덤'이다. 이런 부분에서 자유로운 청년 정치인들이 기득권 정치와 선을 긋고 독립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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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현 "당이 온정주의, 친소관계로 움직이는 것 가장 큰 문제"
"당 내 의원들과 소통하려 했지만 '가만히 있으라'는 말만 들어"
"586세대, 국민들 목소리 듣는 것 미숙해, 청년정치 독립해야"
"민주당 성비위에 있어서 '봐주자'는 분위기 강해..엄격 대처해야"

[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기득권에 도전할 수 있는 청년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폭주 기관차’, ‘자리에만 욕심 낸다’는 소리까지 들으면서 당 대표 출마에 도전을 했던 거다. 그렇게 저라도 길을 내고 싶었다.”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최근 아시아경제와 전화인터뷰에서 “민주당을 지배하고 있는 건 ‘내로남불과 팬덤’이다. 이런 부분에서 자유로운 청년 정치인들이 기득권 정치와 선을 긋고 독립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전 비대위원장은 기성정치인들이 약속을 지키지 않으려는 모습, 정치의 목표가 오직 다음 총선의 당선, 공천을 받는 것에 두는 점이 실망스러웠다고 했다. 당 내 의사결정이 온정주의와 계파, 친소관계로 이뤄지는 점도 개혁해야 한다고 했다.

박 전 위원장은 최근 이재명 의원이 자신을 인천 계양을 공천을 직접 요청했다고 폭로하는 등 대립각을 세웠다. 하지만 당대표 선출 가능성이 큰 만큼 혁신에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요구했다. 그는 민주연구원이 제시한 10대 혁신플랜(젠더폭력 처리 규정 명문화, 문자폭탄 제재 등)을 언급하면서 “이 의원이 당 대표가 된다면 이 부분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다음은 박 전 위원장과 일문일답

- 정치를 시작한지 5개월 정도 됐다. 기성정치인들의 어떤 점이 가장 문제라고 봤나

▲당이 온정주의와 친소관계에 의해 움직이는 것, 약속을 하고 실천하려고 하지 않는 모습이다. 말은 거창하게 하시는데 그게 행동으로 따라오는 정치인을 거의 보지 못했다. 정치라는 게 조금 더 나은 세상 만들겠다고 해서 하는 거고 그래서 원내에 들어오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런 ‘대의’보다는 다음 총선에서 당선될 수 있나 없나. 공천 받을 수 있나 없나. 그런 부분에만 관심이 많아 보였다. 의사 결정할 때 있어서도 그랬다. 지방선거 공천에 있어서도 ‘내가 그 사람이랑 잘 아는데’ 이런 이야기들이 회의 석상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나왔다. 궁금하지도 않고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저런 얘기를 왜 하시는걸까 싶었다. 어떤 역할을 맡길 때 그 일을 잘할 것 같은 사람보다 ‘3선까지 했고 지금 역할 안 맡고 있으면 하나 해야지’ 이런 것들이 많았다.

-그런 부분을 쇄신하고 개혁하라고 비대위원장이 된 거 아닌가.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나는 당내 온정주의나 친소관계를 발동할 만한 연이 없다. 온정주의를 끊어내서 철저하게 개혁과 쇄신을 하라고 말씀 하셔서 공감하고 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막상 그렇게 하니 필사적으로 막으시는 분들이 많았다.

-당내 소통과 설득을 통해 개혁을 관철하는 정치력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설득을 했지 왜 안했겠나. 틈틈히 많이 만났다. 전화로 몇시간씩 의사소통도 많이 했다. 그런데 대부분은 ‘아무것도 하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고 하셨다. 모두가 ‘가만히 있으라’고 하시는데 사실 더 이상 무슨 소통을 할 수 있겠나.

-소통관도 빌리지 못할 정도로 당 내 세력이 없다는 비판도 있었다.

▲3월에 정치권에 들어왔다. 아직 반년도 안 됐다. 입만 열면 기득권 내려놔야 한다고 했는데 누가 소통관을 빌려주겠나. 또 당 대표가 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이재명 의원을 비판했다. 아무래도 제 옆에 서시기는 부담스럽겠다 생각했다. 세력이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그렇게 이상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제 좀 차분히 의원님들 한분 한분 만나면서 제 의도를 설명해드리고 하면 더 이해해 주시는 분들이 많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이 15일 국회 정문앞에서 당대표 출마선언을 하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이재명 영입인재였는데 ‘이재명 저격수’가 된 것을 놓고 ‘체급을 키우려 한다’, ‘자기정치만 한다’는 지적도 있다.

▲정치인이 자기 정치 안 하고 남의 정치하는 사람이 있는지 묻고 싶다. ‘97그룹’들도 그렇고 이재명 의원 당 대표 출마에 반대하는 의원들이 되게 많았다. 그럼 그분들한테도 자기 정치하냐고 좀 물어봐 주시면 좋겠다. 이재명 의원만 비판한 게 아니고 문제가 있으면 윤석열 대통령도 비판하고, 이준석 전 당대표도 비판했다. 그런데도 저를 콕 찝어서 ‘자기 정치 한다’고 말하시는 건 말이 안된다.

-"계파정치, 공천학살 없다"는 내용의 이재명 의원의 출마선언은 어떻게 봤나.

▲말씀하신 대로 되면 좋겠다. 사실 계파 정치라는 게 가치와 철학 차이도 없이 그냥 친소관계에 따라 갈라져있는 거지 않나. 이젠 어떤 의미도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공천 학살도 하지 않으실 거라 생각한다. 민주당이 지난 5년 동안 본인과 색깔이 다르면 쫓아내는 그런 정치들을 했기 때문에 정권을 빼앗겼다고 하는 말씀이 많았다. 그런데 계파 정치 안 하고 통합을 하려면 이재명 의원부터 팬덤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586(50대·80년대 학번·60년대 출생) 용퇴론’도 당의 저항을 많이 받았다.

▲586세대가 다양한 국민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은 미숙하다고 느꼈다. 그리고 운동권 세대가 할 일은 이제 거의 다 완수했다고 봤다. 민주당은 앞으로 새로운 가치와 철학이 필요한데 그걸 지금 586세대가 내세울 수 있느냐 물었을 때 아니라고 본 거다. 청년 세대가 겪고 있는 문제는 기후위기나 차별금지법, 연금개혁 같은 것들이다. 이런 현실적인 문제들에 대해 청년들이 나서서 조금 더 민주당의 새로운 가치를 적립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민주당 의원들 다수가 50대 이상이라 세대별 공천이 필요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동의한다. 지금 우리 당에 거의 70명의 의원들이 586세대인 걸로 알고 있다. 지금 2030 유권자가 30%가 넘는데 민주당 내 의원들은 4%도 안 되는 걸로 알고 있다. 그래서 청년들이 원내에 많이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나이만 청년인건 소용이 없다. 지금 청년의 목소리를 낸다기보다는 기존 기득권에 순응하는 청년이라면 의미가 없지 않나. 어떤 청년이 들어가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 18일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및 최고위원 예비후보 등록 신청 접수처에 ‘당대표 선거 (예비)후보자 등록 서류’를 들고 들어오고 있다. 이날 박 전 위원장의 등록 서류는 접수가 거부되었다./윤동주 기자 doso7@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 18일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및 최고위원 예비후보 등록 신청 접수처에 ‘당대표 선거 (예비)후보자 등록 서류’를 들고 들어오고 있다. 이날 박 전 위원장의 등록 서류는 접수가 거부되었다./윤동주 기자 doso7@

-당에서 성비위 사건이 계속 터지고 있다. 원인이 뭐라고 보나.

▲그 부분은 정말 답답하다. 성 비위 사건은 국민 상식대로 처리하자는 게 내 입장이었다. 그런데 온갖 공격과 비난을 받았다. 그런 이슈가 큰 문제라고 생각 안하는 것 같다. 당내에서 계속 제대로 된 처방을 안 세우니까 이런 일이 계속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당은 연이은 성범죄로 망했던거나 다름없다. 그러면 누구보다 성 범죄에 대해 엄격하게 대처해야 되는데 ‘봐주자’는 분위기가 강하다. 박완주 의원 제명이나 최강욱 의원 징계 건도 제가 비대위원장이 아니었으면 그냥 흐지부지 넘어갔을 것이다.

-인하대 성범죄 사건에서 디지털 성범죄 의혹도 드러나고 있다. 추적단 불꽃’ 활동으로 n번방 사건을 세상에 처음 알린 사람으로서 그 사건을 접하는 느낌이 다를 것 같다.

▲정말 계속해서 이런 일이 생겨도 달라지는 게 없다는 게 힘들다. ‘여성을 인격체로 존중하고 여성이 안전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말만 있지 사회적으로 합의는 여전히 안 되고 있다. 사건 자체도 충격적이지만 이후 커뮤니티에서 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가 심해지고 있다. 사건의 전말이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지만, 이 사건에 대해서 정말 모두가 책임을 느껴야 된다고 생각한다. 대통령도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고 했고, 성 범죄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하는 판사들, 이 일을 선정적으로 보도하는 언론도 책임을 느끼고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근에 민주연구원에서 발표한 10대 혁신 과제는 어떻게 봤나.

▲우리 당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을 낱낱이 제시했다고 봤다. 새로운 당 대표 체제 출범해서 연구원에서 제시한 내용만 수렴해도 민주당은 혁신이 될 수 있겠다 생각했다. 그런데 이런 보고서가 이번에 처음 나온게 아니다. 문제가 뭔지 몰라서 못한 게 아니라 의지가 없었다고 생각한다. 이재명 의원이 당 대표가 된다면 연구원에서 제시한 이 부분을 꼭 하셔야 한다고 생각한다.

-청년 정치인들 독립 선언해야 한다고 쓰셨는데 어떤 내용인가.

▲민주당의 청년 정치인은 많았다. 그런데 그동안 청년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선배들이 끌어줘서 당에 들어왔다. 기성 정치인의 손 안에서만 움직이고 눈 밖에 나는 행동은 잘 안 했다. 당권 도전을 하고 출마를 위해 투쟁했던 것도 청년정치에서 길을 좀 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누군가 길을 낸다면 그 이후로도 이제 더 기득권에 도전하는 건 어렵지 않아질 거라 생각했다. 민주당 내에 청년 당원들이 많이 있어서 그분들 만나서 같이 이야기 나누면서 청년들이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보려고 한다.

-향후 행보는 어떻게 가져가나. 창당도 고려하나.

▲창당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는 건 없다. 당분간 책 쓰는데 집중할 생각이고 조금 쉬려고 한다. 다음 총선은 천천히 생각해 보려고 한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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