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런 "경기침체 아냐", 서머스 "더 큰 고통 올 것"..전·현직 재무장관 전망 충돌
미국의 전·현직 경제수장이 같은 날 다른 방송에서 경기침체 전망을 두고 엇갈린 목소리를 냈다.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은 “성장이 더뎌져도 경기침체라고 보긴 어렵다”는 입장이지만, 래리 서머스 전 장관은 “연착륙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경고했다.
24일(현지시간) 옐런 장관은 NBC 방송에 출연해 미국에 경기침체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방송 진행자는 옐런 장관에게 “미국의 많은 기업이 경기침체를 대비하고 있다. 이제 미국인은 모두 집에만 있어야 하냐”고 물었다. 이에 옐런 장관은 “일자리 창출이 일부 더뎌질 수 있지만 우리는 성장이 느려지는 이행기에 있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것”이라며 “그것이 경기침체라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가 경기침체를 부정하는 이유는 노동 시장의 여러 지표가 긍정적이기 때문이다. 옐런 장관은 “한 달에 약 40만개씩 일자리를 새로 만들어내고 있는데 이건 경기침체가 오는 시장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우리는 매우 강력한 노동 시장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옐런 장관은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2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해 전미경제연구소가 경기침체라고 규정한다고 해도 동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미 Fed가 급격하게 금리 인상을 해 경기가 다소 둔화할 수는 있지만 이를 침체라고 볼 수는 없다”고 반복해 말했다. 미국은 지난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1.6% 감소했다.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이 예측하는 미국의 2분기 GDP 증가율은 -1.9%다.
그는 “경기침체는 경제 전반이 취약해지는 것인데 미국의 소비 지출은 견고하고 산업생산은 최근 6개월 중 5개월이 증가했다”며 “인플레이션은 미 Fed의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고 유가가 진정되면 잡힐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서머스 전 장관은 같은 날 CNN 방송에 출연해 “경기침체 가능성이 아주 높다”고 경고했다. 서머스 전 장관은 “경기침체는 물가가 크게 오르고 고용이 낮을 때 따라온다”며 “인플레이션을 막거나 늦추기 위해 중앙은행과 정부가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은데 문제를 외면하는 타조처럼 행동한다면 나중에 더 큰 고통이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서머스 전 장관은 지난해 초에도 코로나19에 대응해 연준이 유동성을 공급하고 조 바이든 행정부가 1조9000억 달러의 대규모 경기부양안을 내놓은 것에 대해 “Fed가 인플레이션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할 것”이라며 “심각한 인플레이션에 이은 경기침체가 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옐런 장관 등 미 경제당국은 “인플레이션은 세계 공급망의 혼란에 따른 외부적이고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반박했다. 서머스 전 장관은 빌 클린턴 정부의 재무장관이었고, 현재는 하버드 대학의 경제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송승환 기자 song.se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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