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발 구룽이 그린 타사키의 하늘
디자이너 디렉터 프라발 구룽이 다양한 체형의 모델을 런웨이에 세우고, 여성 인권운동에 앞장선 디자이너라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다. 여러모로 여성을 ‘잘’ 이해하고 있는 그가 디자인한 하이 주얼리는 어떤 모습일까? 2017년부터 그가 전개하는 타사키 아틀리에의 새로운 라인이 파리 방돔 거리에 자리 잡은 리츠 호텔에서 선보였다. 클래식한 인테리어의 복도를 따라 가장 안쪽에 있는 프레젠테이션 장소에 들어서자 레몬 컬러 수트를 입은 그가 프레스를 반겼다. “이번 컬렉션은 변화무쌍한 하늘에서 영감받았어요. 자연의 압도적인 모습에 매력을 느꼈죠.” 하늘의 변화무쌍한 움직임을 담은 ‘래디언트(Radiant)’ 컬렉션은 시시각각 변하는 하늘과 그 위에 떠 있는 구름을 각각 푸른빛의 터쿠아즈와 진주로 표현한 것이 특징이다. 여기에 다이아몬드와 블루 지르콘, 아콰마린을 더해 구름 사이로 내리쬐는 햇빛을 나타내며, 하늘의 색감을 입체적으로 느낄 수 있게 만들었다. 옆 부스에는 그가 선보여 온 하이 주얼리가 전시돼 있었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다양한 사이즈의 컬러 스톤과 진주가 리드미컬하게 배치된 ‘오어(Ore)’ 컬렉션. 블루, 핑크, 옐로, 퍼플 등 총천연색의 사파이어와 가넷이 오랜 시간 간직해 온 빛을 한자리에서 발산하고 있었다. 역동적 흐름은 옆 부스인 ‘워터폴(Waterfall)’ 컬렉션으로 이어졌다. 사쿠라골드와 화이트골드가 유기적인 곡선으로 이뤄져 진주와 다이아몬드가 폭포처럼 흐르듯 연출됐다. 그뿐 아니라 규칙 없이 자유롭게 세팅된 진주와 다이아몬드는 바람에 날릴 때마다 가볍게 움직여 폭포가 떨어질 때 부서지는 물방울을 떠올리게 했다. 마지막 부스에 전시된 주얼리는 격자 모양의 ‘링키지(Linkage)’ 컬렉션이다. 케이지에 싸인 조개와 조개 속 진주층 그리고 다이아몬드로 표현한 물방울까지 간결한 사각형 안에 모던한 디테일을 놓치지 않았다. 각기 다른 주제로 선보여 온 컬렉션을 둘러보고 나니 그가 전개하는 옷과 주얼리가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능숙한 드레이핑 솜씨, 과감한 컬러를 쓰는 용기, 그것을 적재적소에 매치하는 노련함. 다양한 여성의 몸과 취향을 이미 알고 있는 디자이너가 해석한 하이 주얼리는 이처럼 명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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