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소주성·창조경제 같은 한방 없다" 尹참석 워크숍서 탄식
“소주성이나 창조경제, 녹색성장과 같이 국민 귀에 팍팍 꽂히는 한방이 없는 것 같다.”(워크숍 참석 국무위원)
지난 22일 윤석열 정부의 첫 장·차관 워크숍에서 가장 열띠게 논의된 주제는 다름 아닌 ‘국가 브랜드’였다. 하반기 국정과제 방향 못지않게 관심을 받은 주제였다. 특히 현장에선 장관들을 중심으로 문재인 정부의 ‘소주성(소득주도성장)’이나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이 거론되며 윤석열 정부를 대표하는 캐치프레이즈가 필요하다는 논의가 오갔다고 한다. 정부를 대표할 ‘한 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민 귀에 꽂히는 캐치프레이즈 필요”
워크숍에 참석한 한 장관급 인사는 “소주성과 창조경제 등이 모두 성공했다고 볼 수는 없지만, 아직도 국민들이 기억하는 과거 정부의 정체성이자 국정과제 아니냐”며 “우리도 국민 귀에 꽂히는 짧고 간결한 캐치프레이즈가 필요하다는 건의가 있었다”고 전했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 비전인 ‘다시 도약하는 대한민국, 함께 잘사는 국민의 나라’는 너무 길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 고위 관계자는 “캐치프레이즈에만 매달리자는 뜻이 아니라, 그것이 있어야 정책 추진도 가능하다”며 “소주성이 있으니 52시간을 할 수 있었고, 창조경제가 있으니 혁신센터도 만들 수 있었다는 취지”라고 그 배경을 전했다.
이런 논의는 “장·차관들이 직접 나서 홍보와 소통을 강화하라”는 윤석열 대통령 지시의 연장 선상에서 이뤄졌다고 한다. 워크숍에 참석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소통하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국민이 윤석열 정부를 기억하고 이해하기 쉽도록 도와주는 표현도 필요하다”며 “기업으로 따지면 CI(Corporate Identity)를 만들자는 차원의 논의였다”고 말했다.
실제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문재인 정부 모두 취임 초에 녹색경제와 창조경제, 소주성을 들고나와 전임 정부와의 차별화를 꾀했다. 이런 단어들이 국정농단, 그리고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 등과 맞물리며 일종의 낙인처럼 여겨진 경우도 있었지만, 정부의 지지자들을 결집하고 정체성을 드러내는 서사의 역할을 해왔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윤석열 정부는 과거 정부와 달리 서사가 약한 측면이 있다”며 “국민에게 윤석열 정부의 명확한 정의를 내려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관점따라 달라지는 공정보단 상식이 낫다”
현장에선 윤석열 정부의 ‘한 방’이 될 수 있는 상징적 단어들로 공정과 상식, 자유 등이 언급됐다. 특히 최근 정치적 논란의 중심에 선 ‘공정’을 두고 다양한 논쟁이 오갔다. 워크숍에 참석한 복수의 차관급 인사는 “공정을 두고선 보는 사람의 관점이나 시민들의 정치 성향에 따라 시각이 완전히 엇갈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며 “공정보다는 차라리 상식이 더 많은 사람의 공감을 받을 수 있다는 제안도 있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35차례나 언급한 자유도 역시 거론됐다. 하반기 국정과제와 함께 이런 논의가 더해지며 장·차관 워크숍은 예정보다 1시간가량 늦게 끝났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국정 캐치프레이즈는 계속해 검토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워크숍 과정에서 장·차관들에게 “이제는 성과를 내야 할 시기”라며 “속도감 있게 추진하는 것이 중요한 만큼 발이 닳도록 국회를 찾아 여야 모두를 설득해달라”는 당부도 했다. 또한 장관들의 분임 토의 결과를 보고받은 뒤 “내가 장·차관들은 정말 잘 뽑은 것 같다”며 “나만 열심히 하면 될 것 같다”는 격려의 메시지도 전했다고 한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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