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민 북송, 인권 측면·절차적 하자 있었는지가 쟁점"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이영광 기자]
2019년 있었던 탈북 어민 북송 문제가 최근 이슈로 떠올랐다. 문재인 정부는 탈북한 어민이 16명 살해한 흉악범이라고 알린 바 있다. 당시 바른미래당 소속 국회 정보위원장이었던 이혜훈 의원 역시 북송하는 게 맞다는 취지로 말했고,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도 북송에 동의한 것으로 보도됐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귀순 의사가 있는 탈북민을 북송한 건 불법이라며 전 정부의 판단을 재차 문제 삼고 있다.
이 문제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 조언을 듣고자 지난 20일 서울 국회의사당역 근처 커피숍에서 정대진 한평정책연구소 평화센터장(원주 한라대 교수)을 만났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인터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것이다.
▲ 정대진 한평정책연구소 평화센터장(원주 한라대 교수) |
ⓒ 정대진 제공 |
- 2019년 어민 북송한 걸 윤석열 정부가 문제 삼으며 논란이 있는데, 현재 상황은 어떻게 보고 계세요?
"이건 과거 일이 정치 쟁점화가 된 사안이잖아요. 객관적인 사실이나 실체적 진실을 파악하려고 하는 노력보다도 어쨌든 정치 쟁점화가 돼서 여야가 대립하는 상황이 돼 버렸기 때문에 양측 다 자신의 입장에 근거해 주장하는 상황이죠. 혼란만 추가되는 상황인 것 같아요."
- 지금 이 문제를 꺼내는 게 필요할까요?
"인권 차원에서 봤을 때 따져볼 게 있어요. 이게 기준이나 절차적 면에서 따져보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해야 될 건 맞는데, 지금 정권이 교체되고 난 뒤 새 정부에서 이 카드를 꺼내 들었단 말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지금 건설적이고 발전적으로 논의가 진전되지는 않고, 정치 쟁점화 돼서 혼란만 더해지고 있죠."
- 그러면 인권 측면으로는 어떤 문제가 있죠?
"절차적 문제인 거죠. 한 5일 만에 송환한 건데 귀순 의사의 진정성을 5일 만에 누가 어떻게 정할 수 있느냐는 문제죠. 절차 문제에 있어서 중요한 게 뭐냐면 인권 문제죠. 이번에 사진과 영상이 나왔잖아요. 거기에 보면 포승줄하고 안대를 했단 말이에요. 그건 우리나라에서도 지금 형사 피의자들이 안 쓰잖아요. 그럼 누가 어떻게 그걸 결정해 썼는지, 그리고 기준과 근거가 있어서 쓴 거냐고 하는 건 따져봐야 되는 문제인 거죠."
- 범죄 피의자잖아요. 귀순 의사가 있더라도 받는 게 맞냐는 문제제기도 있는데요.
"만약에 북한 주민이 아니라 외국인 범죄자라 치더라도, (한국에) 들어왔다면 우리나라 법에 따라서 재판해야죠. 그런 것들이 이루어지지 않고 송환이 급하게 이루어졌다는 측면이 아쉬운 건 있어요."
- 그런데 재판해도 증거가 없으면 처벌은 어렵다는 지적이 있는데요.
"그런 혼란 때문에 정무적으로 판단해서 북송한 것 같은데, (정부와 여당이) 그 과정에 대해 지금 문제 삼는 거죠. 돌아가서 볼 건 뭐냐면, 그 당시 국회 정보위에서 얼마큼의 보고가 정확히 이루어졌느냐죠. 그때 야당이 국회 정보위원장이었을 텐데 보고받고도 동의했으면 지금 다시 문제 꺼내는 게 불순한 의도가 있다고 밖에 볼 수가 없죠. 물론 그 당시에 정부의 판단에 있어서도 약간 서두른 면이 있죠."
- 5일이 짧은 건가요? (2019년 11월 2일 나포, 7일 추방한 것으로 알려져있다-편집자 주)
"짧긴 짧죠. 5일 동안에 만약 보낼 만큼의 16명을 살해한 정확한 증거, 그리고 또 북측으로서의 송환에 대한 협의가 정확히 있었다면 모르겠어요. 그러나 설령 있었다 하더라도 오히려 조금은 서두른 측면이 있는 것 같아요. 흉악범이 들어왔을 때 걱정스러운 게, 16명 살해한 흉악범이 들어와서 만약에 재판한다는 게 알려졌을 때와 송환한 게 알려졌을 때 혼란의 크기는 아마 비슷했을 거예요.
만약에 이들이 들어와서 16명(살해)에 대한 재판이든 조사든 다 했을 때 '이런 사람들 받아들여야 하냐'고 해서 괜히 지금 잘 정착해서 잘살고 있는 탈북민들 커뮤니티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거라고 보거든요. 그런 영역에서 봤으면 똑같이 혼란이 야기됐을 거긴 한데, 당시 남북관계 등 때문에 정무적 판단에서 빨리 보냈을 수는 있을 것 같아요. 근데 그게 너무 선례가 없고 너무 절차적으로 서두른 면 때문에 뒤늦게 꼬투리를 잡혀서 쟁점화가 되는 거죠."
- 만약에 문재인 정부가 받아 줬으면 문제가 안 됐을까요?
"받아들였으면 지금 같은 논란은 없었겠죠. 그 당시에 있었던 16명의 흉악범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이냐에 대한 논란이 그 당시에는 있었겠지만, 지금 또다시 왜 받아들였냐로 논란이 됐을까요?"
- 이게 정치적인 문제가 된 거 잖아요. 그럼 왜 그런 흉악범 받아줬는지가 또 문제 되지 않을까요?
"정쟁화시키려고 한다면 한도 끝도 없이, 또 문제가 되겠죠. 처음에 남북 정상회담 할 때 총선 3일 전에 발표했는데 총선에 영향을 주려고 발표했다는 얘기도 있었잖아요. 근데 만약 발표 안 했으면 왜 발표 안 했냐고 문제가 됐을 거예요. 그와 같이 정쟁화시킬 의도를 가지고 있으면 얼마든지 만들 수 있는 거죠."
- 탈북 어민을 대한민국 국민으로 볼 건지 난민으로 볼 건지 시각에 따라 다를 것 같아요.
"정치적 종교적 박해를 피해서 온 건 아니고 또 경제적인 이유도 아니고 기후 난민도 아니고 재난을 피해 온 것도 아니기 때문에 국제법상 난민에는 해당하지 않는 것 같아요. 대한민국 국민 헌법상의 카테고리를 놓고 봤을 때 우리 법에 따라서 조사하고 재판하면 어떻겠느냐고 하는 건데, 그건 안 해봤으니까 모르지만 재판과 조사가 조금 다르잖아요. 사실은 재판하려면 증거가 있어야 되는데 지금 이게 피의자만 있고 피해자가 없는 재판을 해야 되는 거죠. 그런 게 공소 제기와 유지가 가능할지 모르겠는데 조사를 할 수 있겠죠."
- 아무것도 없는데 조사가 가능한가요?
"그렇죠. 그러니까 의혹을 제기하는 쪽에서는 '모든 정보가 조작됐을 것이다, 혹은 증거도 없앴을 것' 이렇게 얘기하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죠. 근데 제가 볼때 새로운 증거가 나올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에요. 아마 없을 거예요. 아마 그런 상황에서 지금 조사 한다면 절차적인 하자와 정당성 문제 밖에 따져볼 여지가 없죠.
그랬을 때 그 판단 여부가 맞았느냐, 또 그 당시 최종 의사결정권자가 누구였고 그걸 그렇게 판단한 게 충분한 근거에 타당하게 절차적 하자 없이 이루어질 것이냐가 중요한 쟁점이 되겠죠."
▲ 전 정부 국정상황실장이던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이 지난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탈북어민 북송 사건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
ⓒ 공동취재사진 |
- 법적으로 문제 삼으려면 삼을 수가 있나요? 이건 국민 합의로 끝내야지 법적으로 할 건 아니라는 주장도 있는데.
"그렇죠. 그 당시에 국회에 보고하고 야당이나 국회 정보위에서도 정부 조치에 대해서 그 당시 국정조사 얘기가 없이 넘어갔잖아요. 어쨌든 수긍하고 동의가 됐으면, 그건 합의가 있었다고 봐야 되는 거죠. 그런데 지금 (문제를) 만들려고 한다면, 사실 직권남용이라고 하는 게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이기 때문에 걸려면 걸 수가 있겠죠.
근데 그게 지금 정쟁화된 다음에 직권남용이 되는 거에 대해서 국민 의식이 '저 사람이 잘못했다'고 곧이곧대로 보지는 않잖아요. 그런 차원의 문제는 남을 거예요. 그런데 제가 조금 아쉬운 건, 그 사진과 영상 나왔을 때를 봐도 이건 어쨌든 현대 대한민국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게 나온 건 맞는 거 같아요."
- 이전에 범죄자가 귀순할 경우 어떻게 처리했나요?
"귀순 의사에 있으면 북한 이탈 주민 정착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정착 지원을 하는데, 범죄자에 대해서 정착 지원금이나 보조금 혜택 같은 것들이 없죠."
- 받아주면 그것도 문제 아닌가요? 차후에도 북한에서 범죄 저지르고 탈북해서 귀순할 수 있잖아요.
"만약 그 수가 몇 십 만, 몇 백만 명이 되면 문제일 건데 그 케이스 자체가 일단은 많지 않은 거고, (한국에) 들어왔다고 하더라도 거기에 상응하는 행정 조치들을 우리가 하는 거죠. 일반 탈북민들에 비해서 지원이나 혜택 같은 게 없어요. 여기 와서 혹시 법적으로 책임 묻거나 재판해야 될 사항들이 있으면 해야 될 건데, 범죄 행위가 북측 지역에서 이루어진 거잖아요.
그거에 대해 우리가 공소 제기를 못 하거나 수사를 못하니까 재판이 없이 귀순 의사의 진정성이 있으면 받아들이기는 하는데 이제 일반 탈북민들처럼 이렇게 똑같은 지원을 못 받는다는 게 페널티인 거죠. 범죄 저지르고 남한 가면 된다고 하는 건 북측 지역에서의 문제인 거지, 그 소문을 듣고 북한 사람들이 갑자기 명 대량 탈북을 하거나 그럴 건 아닐 거니까 상상하지 않아도 될 만한 문제이긴 해요."
- 귀순 의사가 중요할 것 같은데 교수님 보기에 귀순 의사 있었다고 보세요?
"글쎄요. 저도 자료가 없으면 판단할 수가 없어요. 어쨌든 나와 있는 정부의 공식 발표는 귀순 의사의 진정성이 없다고 하는 게 합동 신문에서 밝혀진 거라잖아요. 그러니까 단순히 범죄를 저지르고 진정한 귀순 의사 없이 도피한 거라고 하는 게 지금까지 밝혀진 바인데, 그러면 귀순 의사의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겠죠."
- 여당 국민의힘에서는 '흉악범인지 아닌지도 모른다'는 얘기도 있는데.
"그거 가지고도 싸우자고 하면 수렁으로 빠져 있는 거잖아요. 정치적으로는 굉장히 좋은 소재가 되는 거죠. 지난 정부에서 잘못했던 건 5일 만에 빨리 보낸 거 있잖아요. 너무 성급하게 보낸 거죠. 또 그 당시 배도 빨리 보내버린 것 같아요. 배도 증거로 압류하고 있으면 혈흔이라든가 범죄 현장에 관련된 증거를 포착할 수 있잖아요. 그 점이 가장 아쉬운 거죠. 그래서 두고두고 지금 문제가 되는 거죠."
- 정부와 여당은 국회 국정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인데 필요할까요?
"의혹을 종식시키려는 차원에서 하면 좋겠어요. 자꾸 끌고 가면 계속 문제거든요. 이러다가 다른 일이 생기면 슬그머니 사라질 거예요. 그럼 5년 뒤에 만약 정권교체 되면 '통일부 그때 왜 입장 바꿨냐? 그때 입장 바꾼 놈들 누구야 다 나와 국정조사 하자. 그 당시 책임자들 다 나와'라면서 얘기가 똑같이 반복될 거거든요. 그런 불씨를 없애려면 이번에 통일부가 왜 입장을 바꿨는지와 절차적인 프로세스는 어떻게 되는지 등에 대해서 국정조사를 해서 마무리를 하는 게 좋겠죠. 그래도 마무리는 안 될 거예요. 어차피 의혹은 남고요."
-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이나 어민 북송을 문제 삼는 게 남북관계에 좋은 영향 주진 않을 거 같은데요.
"(그런데) 그것 때문에 오히려 정쟁화가 계속되는 것 같아요. 당시에 남북 관계를 고려하고 김정은 위원장 눈치를 봐서 했다고 하니까 그거 기분 나빠서 민주당은 더 반발하고, 국민의힘은 꼬투리 잘 잡았다고 또 공격하는 건데... 이걸 왜 북한하고 연계시켜서 생각하죠? 이건 우리 내부에서 대한민국 인권 수준에 맞게 처리했느냐 안 했냐는 걸 보는 거죠. 북한이 여기에 대해서 왈가왈부하면 '북한은 좀 가만히 있어라. 당신이 상관할 일은 아니다'라는 식으로 선을 긋고, 북한과 연계시키지 말고 우리가 알아서 처리하는 걸로 패러다임을 바꾸면 좋겠어요."
- 북한하고 상관없는 문제인가요?
"국정조사를 하는 쪽에서는 북한하고 상관이 있다고 얘기를 하고 싶겠죠. 그리고 그 당시에 북한하고 무슨 전통문이든 뭐든 교감이 없었는가, 그것도 들여다보고 싶을 거고 그러니까 그렇게 북한하고 이걸 남북 관계랑 엮어서 보기 시작을 한다고 하면, 더 문제의 수렁에 스스로 더 빠져들어 가는 거예요.
우리가 이제 문제의 수렁에 빠져들어 가는 게 북한이 아마 바라고 있는 바일 테고, 그러지 않고 법리적 문제 절차적 문제로 국한해서 우리가 명확하게 조사를 하고 좀 빨리 단기간에 효율적으로 끝내는 것, 그게 맞을 것 같아요."
-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의혹만 남아 있게 된다면, 또 잊혔다가 때가 되면 다시 나오고 하겠죠. 옛날 문제들도 밝힐 수 없는데 역사의 해석 문제를 가지고 서로 맞다라고 주장하는 여러 얘기가 계속 나오잖아요. 그런 것들 문제 중에 하나로 남지 않을까 해요.
▲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가운데 발언중)이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탈북선원 강제북송 사건에 대한 법적 고찰 및 재발 방지 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서 진행하는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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