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 앞 굶어죽은 고양이들..3달간 방치, 17마리 떼죽음

주인인 20대 여성 "개인사정으로 집 비웠다" 진술

KBS 보도화면 캡처

자신의 집에서 기르던 고양이 17마리에게 3개월 동안 밥과 물을 주지 않은 채 방치해 굶어 죽게 한 20대 여성이 경찰에 적발했다.

24일 KBS에 따르면 지난 11일 대구시 남구의 한 빌라 가정집에서 고양이 17마리가 방치돼 숨진 채 발견됐다.

집 안에는 고양이 배설물과 쓰레기가 뒤엉켜 있었다. 고양이들의 사체는 심하게 부패돼 털만 남았고, 사체 상당수가 현관문 앞에서 발견됐다. 주인을 기다리다 지쳐 그 자리에서 숨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 고양이들은 다른 방에서 뼈만 남은 채 죽어 있었다.

이웃 주민들은 지난해부터 해당 집 주변에서 악취가 났다고 전했다. 썩은 냄새가 진동하고, 문 앞에 벌레가 들끓자 이웃들은 고양이 주인과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이상한 느낌이 들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 조사 결과 고양이를 키운 집 주인은 20대 여성 A씨였다. A씨는 “개인 사정 때문에 4월 초부터 집을 비웠다”고 진술했다. A씨는 자신이 고양이를 몇 마리나 키웠는지도 모르고 있었다고 한다. 경찰은 부검을 위해 A씨 집에서 수거해 온 고양이 사체만 17마리에 이른다고 전했다.

경찰은 최근 고양이들의 부검을 마쳤으나 죽은 지 너무 오래돼 사인이 불분명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다만 고의로 먹이를 주지 않은 것이 확실하다고 판단한 경찰은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A씨를 수사하고 있다.

A씨의 고양이 학대 의혹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0월에도 이웃들은 창문 틈을 통해 옥상 위로 탈출하는 고양이들을 목격했다. 고양이들은 당시에도 갈비뼈가 드러날 정도로 말라 있었고, 사람을 심하게 경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이웃들은 학대 정황이 의심돼 A씨를 경찰에 신고했고, 당시 출동한 경찰이 A씨에게 고양이들을 동물보호센터에 보내주자고 제안했으나 A씨는 “정이 많이 든 아이들이다, 잘 키우겠다”고 울면서 경찰을 설득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의 계정으로 추정되는 SNS에는 고양이들이 사체로 발견되던 날 불과 하루 전에도 활동 이력이 있었다. 해당 계정주는 자신을 ‘다묘가’라고 소개하며 동물 이미지를 활용한 문구류를 판매하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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