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안보 위협하는 '송전선로'..울진산불 때 3개 불타

권민지 2022. 7. 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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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안보'는 에너지의 안정적인 생산과 공급을 모두 포괄하는 개념이다.

하지만 송전선로는 산불 피해를 비껴가지 못했다.

한울원전은 2000년 4월 동해안 산불 때도 송전선로 고장으로 비상정지한 경험이 있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원전안전운영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강원도 삼척시 근덕면 인근 야산에 발생한 산불 영향으로 울진-동해를 잇는 송전선로가 차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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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현장에서 본 원전 안전
지난 3월 경북 울진군에서 발생한 산불이 강풍을 타고 북면 덕구리 마을까지 번지고 있다. 뉴시스


‘에너지 안보’는 에너지의 안정적인 생산과 공급을 모두 포괄하는 개념이다. 발전소에서 충분한 양의 에너지를 생산해도 필요한 곳에 원활하게 공급하지 못한다면 에너지 안보에는 구멍이 생긴다. 발전소 자체 안전뿐만 아니라 전력을 공급하는 송전선로 안전까지 꼼꼼히 점검해야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 부분을 곱씹게 만드는 사례가 있다. 지난 3월 울진 산불 발생 당시 한울원전 부지 안으로 불길이 번졌다. 발전소와 10㎞ 남짓 떨어진 곳에서 산불이 발생한 지 4시간 만이었다. 한울 1~5기는 출력을 50%까지 낮추고 산불에 대비한 비상조치에 돌입했다. 덕분에 원전 안전은 확보됐다.

하지만 송전선로는 산불 피해를 비껴가지 못했다. 한울 원전과 연계된 4개 선로(8회선) 중 3개 선로가 불탔다. 이 선로는 한울 원전 6기와 삼척 석탄발전소 등 동해안 지역에서 생산된 전기를 수도권으로 송전하는 가교 역할을 맡고 있다. 산불 발생 당시 전국 전력수요의 12%인 5240㎿를 송전하고 있었다.

자칫하면 대규모 정전도 가능한 상황이었던 것이다. 다행히 1개의 선로가 불타지 않아 전력 공급은 가능했지만 이 선로도 시차를 두고 3차례 정지·재가동을 반복하며 아찔한 상황이 이어졌다. 산불이 발생한 3월 4일부터 열흘간 한울원전과 연계된 4개 선로는 모두 33차례 정지·재가동을 반복했다.

송전선로가 에너지 안보 달성에 약점으로 지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한울원전은 2000년 4월 동해안 산불 때도 송전선로 고장으로 비상정지한 경험이 있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원전안전운영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강원도 삼척시 근덕면 인근 야산에 발생한 산불 영향으로 울진-동해를 잇는 송전선로가 차단됐다. 당시 한울 1·2호기는 불가피하게 원자로 가동을 멈췄다.

전력 당국도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전력공사는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려 송전선로 위험 개선 방안 마련을 검토 중이다. 중요 선로의 경우 산불 등 취약 요인이 발생했을 때 보완하는 방식으로 대안 계통을 설계하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다. 송전탑 때문에 산불 진화 헬기가 화재 현장으로 진입하기 어렵다는 지적을 수용해 지상 송전탑을 최대한 지하화하는 방안도 담길 것으로 보인다. 산림청은 지상에 있는 송전선로 주변 나무를 베거나 가지치기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산불 발생 시 불이 더 퍼져 송전선로를 망가뜨리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한전 관계자는 24일 “이달 말쯤 산업통상자원부에 개선 방안을 보고한 뒤 내용을 공개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세종=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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