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회 중단 앞두고.."한 번이라도 손 잡으려" 하루 70명 몰린 요양병원
“왜 손을 안잡으려 하는 거야…. 누가 안 된다고 하는 거야?”
23일 경기 고양시 한 요양원 면회실. 치매 환자 A씨가 가족의 온기를 한 번 더 느끼려 연신 손을 내밀었다. 언제 또 맞잡을지 모르는 손이다. A씨를 만나러 온 가족은 “코로나19가 걱정되어 그런다. 식사 잘하셔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병원에는 지난 주말 평소보다 많은 면회객이 다녀갔다. 병원 관계자는 “아무래도 대면 면회가 중단된다고 하니 환자 1명당 보호자 3명씩 다녀갔다”며 “아쉬워서 면회 시간 끝까지 서로 한 번이라도 더 손을 잡으려고 하고, 쓰다듬어 주려고 하는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경기 광주시 한 요양병원에도 23일 하루에만 60~70명이 면회를 왔다. 평소 면회객은 10개 팀 정도인데 이날은 두 배 넘는 23개 팀이 병원을 찾았다. 한 팀당 면회 시간이 20분씩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병원이 문 닫을 때까지 꽉 채워 면회가 진행된 셈이다. 이 병원에는 와상 환자를 위한 면회실 1곳, 비와상 환자를 위한 면회실 2곳, 총 3곳의 면회실이 있는데 주말 내내 빌 틈이 없었다. 접촉 면회 신청에 실패한 일부 가족들은 비접촉 면회로라도 아쉬움을 달랬다. 이 병원 관계자는 “대면 접촉 면회 금지 발표가 나고 최근 일주일 동안 가장 많은 가족이 찾아왔던 것 같다”고 말했다.
25일부터 요양병원·시설 등에서의 대면 접촉 면회가 금지되면서 벌어진 풍경들이다. 요양병원·시설 관계자와 보호자들은 코로나19 확산세를 우려하면서도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경기 광주 요양병원에 어머니를 모신 박모씨는 “면회가 가능했을 때도 일주일에 한 번씩 잠깐밖에 못 봤는데, 다시 중단된다니 마음이 안 좋다”고 말했다. 박씨 어머니는 말기 암 환자로 이 병원에서 연명 치료를 받고 있다. 박씨는 이번이 마지막 대면 면회라는 걸 차마 어머니께 알리지 못했다. 그는 “어쩔 수 없이 요양병원에 어머니를 모실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죄책감이 많이 든다”고 했다.
이 병원 관계자는 “어르신들 입장에선 못 보는 것 자체로 큰 스트레스고, 우울해 하시는 분들도 많다”면서 “보호자 분들도 비대면이 가능하다고 해서 아쉬워하시고 불만을 표현하시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경기 고양시 요양원 관계자는 “환자 가족들이 혹여나 자신들이 코로나 매개체가 되지 않을까 염려하면서 면회 횟수를 줄여야겠다더라”며 “이런 모습이 안타까워 환자가 궁금하면 언제든 전화가 가능하고 환자분이 좋아하는 음식을 전달해드리겠다고 안내했다”고 전했다.
일상회복 차원에서 정부는 지난달 20일 이런 시설들의 대면 면회를 허용하고 인원 제한도 풀었다. 그런데 최근 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세지면서 한 달 만에 다시 면회 제한 조치가 되살아났다. 25일부터는 요양병원·시설 등 감염취약시설에서 대면 접촉 면회를 할 수 없다. 또다시 유리 벽을 사이에 둔 비대면·비접촉 면회만 가능해지는 것이다. 병원 및 시설 입소자의 외출이나 외박도 외래 진료가 필요한 경우에 한해서 허용된다. 앞서 정부는 지난 13일 여름철 재유행 대응 방안을 마련해 발표했지만, 예상보다 재유행이 더 빠르게 진행되면서 일주일 뒤인 지난 20일 추가 대책을 내놨다. 그중 ‘대면 접촉 면회 금지’는 고위험군 보호를 위한 조치다.
요양병원·시설은 감염 취약계층이 많고 집단 감염 가능성이 높아 코로나19 유행이 증가하면 늘 피해가 집중됐다. 전문가들은 최근 코로나19 유행 규모가 커지며, 면회 조치를 조여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방역 당국에 따르면 면역회피력 높은 오미크론 하위 변이 BA.5가우세종화하면서 최근 요양시설 18건, 요양병원 6건, 장애인시설 5건, 정신병원 3건 등 집단감염 사례 발생했다.
어환희 기자 eo.hwa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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