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대명'이라지만..'비명의 山'은 낮지 않다

2022. 7. 24.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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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율의 정치 읽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7월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당대표 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열기가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지난 7월 17일, 이재명 의원도 ‘드디어’ 출마를 공식화했다.

이 의원이 출마를 선언하면서 언급한 내용은 곱씹어볼 부분이 많다.

먼저 생각해볼 부분은 “권력과 책임은 동전의 양면으로 당대표 도전 역시 당대표를 권력으로 보면 욕망이고, 책임으로 여기면 헌신”이라는 내용이다. 이 의원은 자신의 당대표 경선 출마가 ‘헌신’이라고 강조하고 싶은 것 같다.

이재명 의원은 대선 패배와 지방선거 패배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이다. 그런 인물이 당의 ‘얼굴’이 됐을 때 많은 이가 대선과 지방선거를 떠올릴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서는 현재 대통령 지지율이 급강하하고 있고 국민의힘 지지율도 하락하는 상황인 만큼, 이재명 의원 책임론이 어느 정도 수그러들 것이라는 주장을 편다.

이 지점에서 놓쳐서는 안 되는 부분이 있다. 현재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지율이 하락세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국민의힘 지지율이 여전히 민주당 지지율보다는 높다는 결과를 보여주는 여론조사도 드물지 않다. 지난 7월 15일 발표된 한국갤럽의 정례 여론조사인 갤럽리포트(7월 12일부터 14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조사, 응답률은 10.8%,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국민의힘의 정당 지지율은 38%인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33%의 지지율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또 7월 18일 발표된 KSOI의 정례 여론조사(7월 15일과 16일 양일간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 응답률은 6.7%,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도 국민의힘은 34.5%의 지지율을 기록한 반면,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32.9%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보면, 국민의힘 지지율이 하락세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민주당을 대안으로 생각하는 유권자는 많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명 의원이 당대표로 당선되면 상당수 유권자가 지난 선거를 다시 떠올릴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에 부정적 이미지를 갖고 있는 유권자 입장에서는, ‘패배에 책임이 있는 인물’이 ‘새로운 얼굴’이라며 당대표로 등장하면 ‘그 나물에 그 밥’이라 생각할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어대명(어차피 당대표는 이재명)’이 현실화되면 민주당이 현재의 부진을 극복하기 오히려 어려워질 수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당대표는 차기 총선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자리기 때문에 차기 총선에서 민주당이 패배하면 당대표가 물러나야 하는 상황이 초래될 수도 있고, 그래서 차기 대선을 노리는 이재명 의원에게 당대표 당선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을 편다. 이 또한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 전당대회에 출마하지 않을 경우에 발생하는 ‘피해’와 총선을 향한 ‘모험’을 비교하면, 이 정도 모험은 감수해야 한다는 주장이 더욱 설득력 있다. 차기 총선에서의 승리도 중요하지만, 차기 총선에서 공천권을 행사해 ‘자신의 편’을 확고히 만드는 것이 이 의원 입장에서는 더욱 중요하다.

여기서 이재명 의원의 언급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의원은 출마 선언 직후 기자회견에서 “선거마다 유령처럼 떠도는 계파공천, 사천, 공천 학살이라는 단어는 사라질 것”이라며 “계파정치를 배격하고 통합정치를 하겠다”고 했다. 현재 주류인 친문이 갖고 있는 정치 보복과 관련한 자신에 대한 의구심과 불안감을 해소하지 못하면 전당대회에서 승리가 어려울 수 있다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의원이 “DJ를 닮고 싶다”고 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文과 닮고 싶다”고 말할 법도 한데 DJ를 언급한 이유가 있다. 민주당의 정통성을 확보함과 동시에 정적을 포용한 DJ를 언급함으로써, 자신을 비토하고 있는 친문을 포용할 것이라는 점을 간접적으로 강조하려는 의도다.

이렇듯 이 의원은 친문의 의구심 해소를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어대명’이라는데, 왜 이재명 의원은 친문에게 이토록 구애를 지속하는 것일까?

이유를 추론해보면 다음과 같다.

현재 당대표 경선에 출마한 후보는 모두 8명이다. 이 중에는 비명(非明) 혹은 반명이라 볼 수 있는 인사도 포함돼 있다. 이들이 이재명 의원에 대항해 단일화하면 이재명 의원은 매우 어려운 싸움을 해야 한다. 이 의원 인지도에 필적할 후보는 없다. 그러나 이 의원에 대항해 후보들이 뭉치면 상황은 매우 불투명해진다. 특히 이른바 97그룹에 속하는 인물이 비명 진영 단일 후보가 되면 상황은 더욱 어려워질 테다. 비록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 출마는 물거품이 됐지만, 당내에서 상대적으로 젊다고 할 수 있는 97그룹에서 비명 단일 후보가 나온다면 당의 변화를 바라는 민주당 지지자들은 비명 후보를 지지할 수 있다. 국민의힘의 ‘젊은 정치’는 위기에 빠졌지만 민주당은 새로운 ‘젊은 정치’에 대한 실험을 하겠다고 나서면, 민주당은 국민의힘과 비교해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이때 두 번의 선거에서 패배했다는 비관적 분위기를 일거에 해소할 수도 있다.

스토리가 이렇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이재명 의원은 비명 진영의 의구심과 불안감을 해소하고 젊은 세대를 ‘달랠’ 필요가 있다.

‘비명의 산(山)’을 넘기 위해서 또 한 가지 필요한 것은 사법 리스크를 해소하는 것이다.

이재명 의원이 당대표로 선출됐음에도 이 의원에 대한 수사가 좁혀온다면 이 의원은 정치 보복이라며 저항할 가능성이 크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은 내부 단결을 도모할 수는 있겠지만, 여론은 민주당에 냉담해질 수 있다. 정치 보복이라 생각하는 국민도 있겠지만, 정당한 법 집행이라 생각하는 국민도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정치 보복’과 ‘성역 없는 법 집행’의 구분은 매우 어렵다. 구분이 어렵다고 문제가 있어도 정치 보복이라는 말을 들을 것이 겁나서 법 집행을 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법치주의의 훼손이다. 따라서 이 의원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되더라도 정치 보복 프레임에 동조하지 않는 국민이 상당수 있을 수 있다. 그뿐 아니라, 이 의원 수사에 대한 민주당의 단합은 일종의 ‘방탄’으로 비쳐질 수 있다. 이때 민주당 입장은 상당히 곤란해진다. 당연히 비명 진영을 설득하기 위해 이재명 의원은 이런 리스크를 극복할 묘수를 내놔야 한다.

앞으로 민주당 당대표가 결정되기까지 한 달 정도 시간이 남아 있다. 이 시간 동안 이 의원이 비명 측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지가 이번 전당대회의 가장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설득에 실패하면 ‘어대명’이 ‘어쩌면 이재명’으로 바뀔 수도 있다”는 이원욱 민주당 의원의 말이 현실화될 수도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69호 (2022.07.27~2022.08.0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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