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경찰 집단반기에 대통령실 "부적절"..與도 "하극상"

성지원, 서진형 2022. 7. 24. 17:5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며 열린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정부ㆍ여당이 24일 강하게 비판했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를 “부적절한 행위”라고 규정했다.

김 실장은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 기자실에서 열린 취임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전국 경찰서장(총경) 회의에 대해 “(제가)공무원을 35년 했고, 과거 경험으로 봐도 부적절한 행위 아니었나 싶다”라고 말했다. 23일 충남 아산에서 열린 경찰서장 회의에는 총경 190여명이 온ㆍ오프라인으로 참석해 다음 달 2일 출범하는 경찰국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냈다. 전국 총경(600명) 가운데 약 3분의1이 참석한 것으로, 총경급 경찰관들이 집단적으로 정부 정책에 반기를 든 것은 사상 처음이다.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이 24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현안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실장은 견제와 균형 원리를 들며 경찰국 신설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김 실장은 “대한민국에서 아주 힘이 센, 부처보다 센 청이 세 개가 있다. 검찰청ㆍ경찰청ㆍ국세청”이라며 “검찰청은 법무부 검찰국에서 관여를 하고, 국세청은 기획재정부 세제실이 있다. 그러나 경찰만 (관할부처가)없다. 청와대 민정수석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지금은 민정수석이 없다. (앞으로) 경찰이 검수완박으로 아주 힘이 세진다. 3개 청 중에 어떻게 보면 제일 세질지도 모른다”며 “국무위원들과 견제나 균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김 실장의 발언은 이례적으로 실명 보도를 전제로 이뤄졌다. 경찰의 조직적 반발에 대한 대통령실의 강한 경고 차원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다만 김 실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이와 관련해 별도의 지시를 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대통령께서 나설 사항은 아닌 것 같다. 기강의 문제도 있고 하니 경찰청과 행안부, 국무조정실에서 (조치)해야 될 사항”이라고 선을 그었다.

여당도 이날 “집단 항명”, “하극상” 등의 표현을 쓰며 경찰을 질타했다. 국민의힘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경찰서장 회의에 대해 “국민이 입혀준 제복의 의미를 우습게 본 항명”이라며 “일부는 근무지까지 이탈했을텐데,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 출신인 이철규 의원도 23일 페이스북을 통해 “경찰은 군과 함께 무력을 수반하고, 검찰과 같이 법을 집행하는 기관”이라며 “어떤 경우든 집단행동은 안 된다”고 비판했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특히 여당은 경찰국 신설이 “역대 정부에서 정치권 입맛에 따라 움직였던 경찰의 중립성을 오히려 보장해주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김기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 수사 등을 들며 “정권의 충견 노릇을 자처했던 경찰의 흑역사는 대한민국 정상화를 위한 제1호 개혁대상”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정치경찰’ 지도부와 그 불법·과잉충성에 대해 침묵하던 많은 경찰 구성원들은 먼저 지난날 과오에 대해 반성하고 땅에 떨어진 국민신뢰를 회복할 방안을 찾는 것이 도리”라며 “무소불위 권력을 아무 민주적 통제도 없이 마음대로 휘두르겠다며 실정법상 공무원에게 금지된 집단행동과 하극상까지 서슴지 않는 모습을 보니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반면 야당은 경찰국 신설이 “정부의 경찰 장악 시도”라며 공세에 나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정치권력에 대한 경찰 독립 역사를 빼놓고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거론할 수 없다. 과거 내무부 치안본부 시절 경찰은 민주 인사들을 고문 탄압하고 정권을 보위하는 기구로 작동했고, 같은 비극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1991년 치안본부가 경찰청으로 독립했다“며 “행안부의 경찰 통제는 역사의 발전을 거꾸로 되돌리는 개악이고 퇴행적 경찰 장악 시도”라고 주장했다. 당권 주자인 박용진 의원도 “윤석열 정부의 경찰장악을 위한 움직임은 민주공화국을 향한 폭거”라며 “정부 의도대로라면 경찰은 정권의 ‘호위총국’, 행정장관으로 앉은 윤핵관(윤석열 핵심관계자)의 ‘충견’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23일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마친 서장(총경)들이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맨 앞은 총경 회의를 주도한 류삼영 울산중부경찰서장. 뉴스1


특히 민주당은 앞서 검ㆍ경 수사권 조정 등 주요 국면에서 열렸던 검찰의 검사장 회의와 총경 회의를 비교하며 “검찰은 되고 경찰은 안 되는 이유가 뭐냐”고 따졌다.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평검사 회의는 되고 검사장급 회의는 되는데 왜 경찰서장 회의는 안 되나. 이게 징계받을 사안인가”라며 “경찰의 중립성을 위해 용기 낸 경찰서장에게 제재가 가해진다면 민주당은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주민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수사권 조정 법안에 반발한 검찰의 집단 행동에 대해 (당시)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국민 피해를 최소화하고자하는 직업적 양심에 따른 의사표현’이라고 했다”며 “검찰의 집단반발은 ‘직업적 양심’, 경찰의 집단반발에는 ‘엄정 조치’, 참으로 검찰공화국스럽다”고 주장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