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 혜택 크다더니..바뀐 소득세 최대 수혜는 '연봉 1억'

조현숙 2022. 7. 24. 17:0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비가 내린 21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우산 쓴 시민들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정부가 추진하는 소득세 개편으로 연간 1억원 안팎을 버는 근로자나 자영업자의 세금 부담이 가장 많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ㆍ저소득층 중심으로 혜택이 가도록 설계했다는 정부 설명과는 온도 차가 있다.

24일 기획재정부 모의 계산 내역을 분석한 결과다. 세금을 많이 낼수록 돌려받는 금액도 많아지는 조세 구조 때문이다.

지난 21일 정부는 소득세 과세표준(과표) 구간을 조정하는 내용의 ‘2022년 세제 개편안’을 발표했다. 6% 소득세율을 적용하는 구간을 1200만원 이하에서 1400만원 이하로, 15% 세율을 적용하는 구간을 4600만원 이하에서 5000만원 이하로 각각 올리는 내용이다.

이번 개편으로 과표 1200만~1400만원 구간에서 18만원, 4600만~5000만원 구간에서 추가로 36만원 소득세가 줄어드는 효과가 난다. 합쳐 최대 54만원 소득세가 깎인다. 문제는 이 혜택이 고소득자에게도 적용된다는 점이다.

다른 세금과 마찬가지로 소득세도 누진세율 계산법을 따르기 때문이다. 전체 소득에서 과표 1400만원 이하 금액에 6%, 1400만원 초과 5000만원 이하 금액에 15%, 5000만원 초과 8800만원 이하 금액에 24% 등 세율을 계단식으로 누적해 부과하는 방식이다. 중ㆍ하위 소득 구간 과표만 조정했는데도 고소득자에게까지 세 감면 혜택이 돌아가는 이유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기재부도 이런 문제점을 인식해 보완책을 마련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21일 세제 개편안 사전 브리핑에서 “총급여 1억2000만원 초과자에 대해서는 근로소득 세액 공제 축소를 통해 세 부담 경감 폭이 다소 완화되도록 했다”고 밝혔다. 연봉이 1억2000만원이 넘는 사람에게 적용하는 세액 공제 한도를 50만원에서 20만원으로, 30만원 줄이는 내용이다.

이런 보완책으로도 소득세 감면액이 54만원으로 가장 많은 구간은 과표 4600만원~8800만원 사이다. 연봉으로 따지면 7400만원에서 1억2000만원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서민ㆍ중산층의 세 부담을 경감하고자 한다”(추 부총리)는 정부 설명과 달리 한 해 1억원 안팎을 버는 고소득자가 가장 많은 혜택을 보는 구조란 얘기다. 현재 중산층 소득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기준 중위소득 2334만~6145만원(올해 연간 1~4인 가구 기준)과 비교해도 간극이 크다.

실제 기재부 모의 계산에 따르면 연봉(총급여) 3000만원인 사람은 소득세가 8만원 줄어드는데 반해 연봉 5000만원은 18만원, 연봉 7800만원은 54만원 감세 혜택을 본다. 연봉 1억5000만원, 3억원인 사람도 나란히 24만원 소득세를 감면 받는다. 반면 연봉 2000만원 안팎에 해당하는 과표 1200만원 이하 근로자ㆍ자영업자는 세 감면 효과가 ‘0’다.

이에 대해 기재부 측은 “하위 과표 조정에 따른 세 부담 감소 효과는 총급여가 낮은 구간인 경우 납부세액이 적어 경감액 자체가 크지 않지만, 세 부담 경감율은 크게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금액은 적어도 비율로 따지면 높다는 얘기다. 예컨대 3000만원 연봉 근로자가 내는 소득세는 현행 30만원에서 22만원으로 8만원 감소하는 데, 감면율로 따지면 27%다. 연봉 5000만원 10.6%, 7800만원 5.9%, 1억5000만원 1% 등과 비교해 높은 게 사실이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하지만 저소득층이 누리는 세 감면 효과가 몇 만원 단위로 크지 않은 데다, 고소득층에게 더 큰 혜택이 돌아가는 만큼 ‘생색내기’ 비판을 피하긴 어렵다. 기재부가 이번 소득세 과표 구간 조정과 함께 내놓은 식대 비과세 한도 확대(월 10만→20만원) 역시 식대 금액이 높은 고소득자에게 혜택이 많이 돌아가는 구조다. 법인세ㆍ종합부동산세 감면과 더불어 소득세 개편도 ‘부자 감세’ 논란에 휩싸일 수 있는 상황이다.

안창남 강남대 경제세무학과 교수는 “소득세는 이른바 ‘대중세’로 소득이 있는 누구나 내는 세금”이라며 “어떤 방향으로 개편하든 후폭풍이 매우 클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안 교수는 이어 “15년 만에 개편을 하면서 근본적인 보완책을 마련하는 대신 급하게 일부 소득 과표 구간만 조정하는 ‘땜질 처방’을 내놓으면서 문제를 야기했다”며 “명목 임금 상승에 따른 소득세 증세 논란을 해결하려면 선진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물가 연동 공제 제도 도입 등 더욱 신중한 검토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