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덕분만은 아니다"..지지율 하락 멈춰선 민주당, 반전의 비밀은
민주당 지도부의 대응 주목
비대위원장 양보하고 제1당 원내대표 책임 강조한 박홍근
정치적 행보 욕심 안내고 세련된 정치감각 선보인 우상호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지방선거에서 참패했던 더불어민주당이 최근 지지율 등에서 회복 기미를 보여 눈길을 끈다.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6월 말을 기점으로 민주당이 국민의힘 지지율을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정례적으로 조사결과를 발표해왔던 갤럽 조사에서 지방선거 직후인 6월1주차 조사에서 민주당은 국민의힘에 13%포인트 뒤졌지만 가장 최근 조사는 6%포인트 정도 뒤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통령선거에서 박빙 끝에 패한 뒤 지방선거에서 참패를 기록했던 민주당이 단기간에 지지율을 회복했다는 점은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선거 패배 후 민주당은 선거 참패의 책임론을 두고서 극심한 분열에 시달렸으며, 지도부 역시 해산하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간 상태이기 때문이다.
일차적으로 정치권에서는 취임 후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이 국민들의 지지를 얻지 못한다는 점에서 원인을 찾기도 한다. 복합경제위기 국면에서 제대로 대처하고 있지 못하다는 불만이 커진 데다 코로나19 방역 대책, 서해공무원 피살사건·탈북 어부 송환 등 재조사로 상징되는 국정운영 방식에 대한 불만,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의 이준석 당대표 징계 결정 등이 겹쳤다는 분석들이 이어졌다. 원인분석이야 다양하지만 일단 결과로 나타난 것은 한국 정치사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의 취임 초 윤 대통령의 지지율 급락으로 반사효과나 나타났다는 점이다.
하지만 반사이익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존재한다. 대선, 지선 패배 책임을 두고서 내전 양상으로 치달았던 민주당이 일련의 정치적 혼란을 무난하게 건너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전당대회 규칙 결정, 원구성 협상 등 정치적 화약고가 산재한 상황에서 민주당이 우여곡절은 겪었지만 큰 위기는 피했다는 점이다.
당 안팎의 평가를 종합해보면 이를 가능하게 했던 것은 위기 이후 민주당 지도부의 일련의 대응이었다.
우선 주목할 점은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맡지 않고, 설득 끝에 우상호 비대위원장 체제를 구축했다는 점이다. 당초 전당대회까지 유지하려 했던 윤호중-박지현 비대위 체제가 무너진 뒤, 박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맡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 될 수 있었다. 일단 외부 인사나 원로 등을 비대위원장으로 영입하기에는 전당대회까지 남은 시간이 짧았고, 선거 책임론을 둘러싼 당내 갈등도 상당했기 때문에 신속히 상황을 정리할 필요성이 컸다. 무엇보다 박 원내대표로서는 당대표까지 맡으면 정치적 ‘체급’을 키울 수 있다는 계산도 가능했다.
하지만 박 원내대표는 원구성 협상 등 원내 시급한 현안 등을 이유로 비대위원장을 맡지 않았다. 대신 그는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우 의원을 삼고초려 끝에 비대위원장으로 옹립했다.
실제 우 비대위원장 체제가 들어선 뒤 전당대회 룰 갈등을 제외하면 사실상 큰 잡음 없이 당이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6월초 민주당의 혼란상을 감안하면 상당히 놀라운 변화다. 정무 감각을 갖춘 우 위원장과 선수 중심으로 구성된 비대위 체제가 제 기능을 하고 있다는 평가는 당내 여러 곳에서 나온다. 이미 당내에서는 "현 체제가 단기에 끝나지 않고 1년 이상 지속되어 체질 정비를 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전당대회 등 당무에서 부담을 던 박 원내대표는 원구성 협상과 복합경제위기 국면에서 민생 문제 대응에 집중했다. 원구성 협상에서 여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검찰개혁법(혹은 검수완박법) 후속 작업이 가능한 사법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민주당이 위원장을 차지했다. 아울러 법사위를 넘겼음에도 불구하고 검찰개혁법 헌법재판소 권한쟁의소송에서 국회 법률 대응을 국회의장과 전반기 법사위원장이었던 박광온 의원이 국회 법률 대응을 맡을 수 있게 했다. 정개특위 구성 등을 통해 법사위 개혁이나 예결위 강화 등도 추진할 수 있는 토대를 확보했다. 여당의 강경했던 협상 태도를 고려하면, 비대위원장을 포기하며 원구성 협상에 집중한 덕에 나름의 보상을 얻은 셈이다.
국회에서는 제1당이지만 결국 야당인 민주당의 원내사령탑인 박 원내대표의 고충은 그의 교섭단체연설에서도 드러난다. 윤석열 정부에 인사 문제에 대해 ‘문고리 육상시’라는 표현까지 써가면서 공세를 펴는 한편, 연금개혁이나 자영업자 대책 마련, 평등법 제정 추진 등의 현안을 밝혔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메시지가 다소 혼재될 수 있음에도 공격과 제안을 병행하는 것은 거대야당의 숙명"이라고 했다. 실제 박 원내대표가 정부 비판 등에 연설 초점을 맞췄을 경우 정치적 주목은 더 받을 수 있겠지만, 국회 제1당의 원내대표의 책임을 더 중요하게 여겼다는 것이다.
우 비대위원장의 역할은 사실 더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사분오열 직전이었던 민주당이 현재처럼 안정 국면을 유지하는 것은 우 비대위원장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총선 불출마 선언한 상태로 비대위원장직이 다음 정치활동을 위한 정치적 수단으로 활용하지 않겠다는 각오가 그의 가장 강력한 정치적 자산이 되고 있다.
실제 그는 언론의 주목을 받을 수 있는 인터뷰 등을 자제한 채, 언론 간담회와 공개 발언 등으로 메시지를 이끌고 있다. 갈등으로 치달았던 당 분열 상황에 대해서는 언로를 막기보다는 언로를 공식화하는 방식으로 갈등 관리를 하는 등 고도의 세련된 정치 감각을 선보였다. 정책 현안 등을 논의하는 자리로 활용되던 의원 워크숍 대신 당내 현안을 두고 서로 솔직하게 대화할 수 있는 채널로서 정치 워크숍을 기획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문재인 정부 시절 북한과 관련됐던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 등 정부 여당의 의혹 제기에 대해서도 우 원내대표는 선방하고 있다.
최근에도 우 비대위원장은 교섭단체 구성 등과 관련해서 선당후사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국적 주목을 얻을 수 있는 교섭단체 연설의 경우 정치인이라면 누구나 욕심낼 기회다. 과거 유승민 전 의원은 여당 원내대표로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고 일갈하며, 전국적 주목을 끌기도 했다. 30~40분 방송사들의 생중계 속에서 정치적 비전과 소신을 제시할 수 있는 이 교섭단체 연설의 경우, 당대표와 원내대표가 모두 국회의원일 경우 번갈아 가면서 진행한다. 지난해 9월 교섭단체 연설을 윤호중 전 민주당 원내대표가 했던 만큼 이번 교섭단체 역할은 우 위원장이 요구할 수도 있는 자리였다.
하지만 우 위원장은 이 연설 기회에 욕심을 내지 않았다. 박 원내대표가 최근에 선출됐다는 점, 더 큰 주목을 받을 수 있는 정기국회 교섭단체연설에서 민주당의 새 당대표가 교섭단체연설을 할 수 있도록 조정해야 한다는 점 등을 고려해 연설 기회 자체를 사양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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