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 가득 강렬한 숲의 기운.."살아 움직이는 숲 담고 싶었다"
우손갤러리, 9월 8일까지
20년간 틈틈이 그린 온 '숲'
"틀에 박힌 동양화 아닌,
지금 우리 살아가는 모습"
어둠과 빛이 공존하고, 땅과 초록이 호흡하는 곳, 새와 벌레 등 만물의 꿈틀거림이 있는 곳, 한국화가 강경구(69)씨가 대형 화폭에 담은 숲은 그런 곳이다. 풀과 꽃이 무성하고, 빽빽하게 얽힌 가지와 잎 사이로 햇살이 비집고 들어와 있는 또 다른 삶의 현장.
강경구 화가의 개인전 'DENSITY 숲'이 대구 우손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숲을 소재로 한 2000년대 작품과 최근작 등 20여 점을 전시하는 자리다. 수묵화라면 흔히 화면 반쯤은 비워 놓고, 먹의 농담(濃淡)으로 잔잔한 채운 것을 떠올리겠지만, 그의 그림은 그런 잔잔한 풍경과는 거리가 멀다. 제목 'DENSITY'(밀도·密度)가 의미하듯 살아있는 것들로 꽉 찬 역동적인 숲이다.
강씨는 "내가 그리고 싶은 것은 눈에 보이는 숲이 아니라 내안에 살아 움직있는 숲이었다"며 "내가 숲에서 느끼는 강력한 생명력을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가 집중한 것은 숲의 에너지와 호흡을 화면에 오롯이 담아내는 일이었다. "바닥에 큰 종이를 눕혀놓고 그 위를 돌아다니며 그림을 그렸다"는 그는 "그림을 그리다가 세워 바라보면 때로 원근감도 없지만, 그런 틀에 얽매이지 않고 싶었다. 화면이 숨을 쉬는, 호흡을 느낄 수 있는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가 생각하는 숲은 '식물성'보단 '동물성'에 가깝다. 그는 "나무, 꽃과 풀들은 움직이진 않지만, 사람들처럼 꿈을 꾸고 삶을 위해 경쟁하며 분투하고 있지 않느냐"면서 "그 안에 살아있는 것들의 보이지 않는 기운을 힘의 강약 조절로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숲만 그리는 작가는 아니다. 한지와 먹만 고집하지도 않는다. 끊임없이 소재와 재료를 바꿔가며 작업해온 가운데, 숲은그가 20년 동안 틈틈이 그려온 주요 소재 중 하나다. 이번 '숲' 그림은 오로지 먹으로만 그린 것도 특이하다. 그는 "물을 섞어서는 강렬한 기운을 다 살릴 수 없었다. 표현하고 싶은 에너지를 먹으로만 표현하고 싶었다"고 했다. 이은미 우손갤러리 큐레이터는 "강 작가의 숲엔 거침없이 자생하고 성장하는 강렬한 생명에 기운, 삶에 대한 열망이 그 안에 있다"며 "자연의 불가사의한 힘이 느껴지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1952년 서울에서 태어난 강씨는 서울대 회화과,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가천대 교수를 역임했으며 현재는 서울에서 작업에만 전념하고 있다. 2000년 제12회 이중섭미술상 수상자로 지금까지 20여 차례 개인전을 열었다. 그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리움, OCI미술관 등 여러 미술기관에 소장돼있다.
그는 "한국화를 한다고 틀어박힌 방식으로만 그림을 그리고 싶지 않았다. 캔버스에 아크릴로 작업을 하기도 하고, 사람도 그리고, 집도 그린다. 먹을 쓰더라도 틀에 박힌 동양화가 아니라 지금 살아가는 나의 삶을 담은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선 그의 '야상곡' 연작과 '유목' 연작도 함께 볼 수 있다. 작업실 앞 향나무를 관찰하며 그린 '야상곡'의 화면은 추상화에 가깝다. 그는 "아주 작은 바람에 흔들리는 형태의 변화 등을 자유롭게 표현한 것"이다. 반면 '유목'은 집의 형태를 최대한 단순하게 표현하고, 흑연 가루를 재료로 써서 붓질이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 특징이다. 강 작가는 ""소재는 숲이 될 수도 집, 사람이 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내가 그 안에 속해 있고, 지금의 우리 자신과 대화할 수 있는 그림을 그려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9월 8일까지, 일요일 휴관.
대구=이은주 문화선임기자 ju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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