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교회와 600년 삼신당 나무도 품은 기막힌 곳 [중앙선 역사문화기행]
[최서우 기자]
경상북도 안동시를 굽이굽이 흘러가는 낙동강에는 오늘날까지 손꼽히는 관광명소가 많다. 그 중에 가장 핵심이라면 유네스코 문화유산이자 국가민속문화재 제122호인 하회마을이 있다. 하회(河回)라는 말 그대로 낙동강이 마을을 휘돌아가면서 흐르고 있어, 부용대에서 마을을 바라보면 마을과 논밭이 서로 어우러지는 광경을 자랑한다. 또한 풍산 류씨의 집성촌이자, <징비록>을 기록한 서애 류성룡이 유년기와 말년을 보냈던 곳이기도 하다.
하회마을에서 낙동강을 따라 동편으로 한 시간 반 도보 거리에는 서애가 배향되어 있는 병산서원이 있다. 병산(屛山)이라는 말 그대로 여기는 좌우뒤편으로 산이 둘러 싸여있고, 남쪽으로 강이 흐르는 전형적인 배산임수의 구조다. 특히 7월에 분홍빛 꽃들로 가득한 배롱나무들이 옛 서원의 역사와 낙동강과 함께 운치를 더해준다. 지난 16일 풍산 류씨의 주무대인 하회마을과 배롱나무로 가득한 병산서원에 갔다왔다.
풍산 류씨 집성촌 안동 하회마을
안동 하회마을도 중앙고속도로 서안동 나들목에서 가깝다. 나들목에서 예천방향으로 34번 국도를 타고 914번 지방도를 따라 경상북도청신도시 방향으로 가자. 이후 경상북도 교육청 아래를 지나는 지하차도 우측 출구로 빠진 다음 좌회전 하여 하회마을 이정표를 따라가자.
하회마을로 들어가보니, 기와집과 초가집이 흙담, 돌담과 자연스레 어우러졌다. 그런데 입구에서 가장 눈에 띈 이정표가 하나 있었는데, '하회교회'였다. 하회마을은 풍산 류씨의 집성촌이자 안동 유교문화의 상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마을 안에 교회가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 하회마을 흙담돌담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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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년 역사 하회교회. 원래는 마을의 종택인 양진당 근처에 있다가 1990년 바깥편으로 이전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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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마을 중심부로 돌아가 고택들을 둘러보기로 했다. 먼저 둘러본 고택은 하회마을 북촌의 가장 큰 집인 화경당이다. 조선후기 통훈대부 출신 유도성이 고종 1년(1864)에 완공했는데, 2013년 디딜방앗간에서 담배꽁초로 발생한 화재로 인해 관람을 제한하여 솟을대문에서 화경당과 북촌유거만 눈으로 볼 수 있다.
▲ 국가민속문화재 제84호 화경당과 북촌유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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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00년 삼신당 느티나무. 여기에서 하회별신굿탈놀이를 시작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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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물 제306호 양진당. 풍천 류씨의 큰 종갓집이다. 현판에 쓰인 입암(立巖)은 겸암 류운룡과 서애 류성룡의 아버지인 류중영의 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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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물 제414호 충효당. 서애 류성룡의 종택이다. 서애가 후손들에게 나라에 충성하고 부모에게 효도하라고 강조한 뜻을 받들어 '충효'라 이름 지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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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암과 서애 형제의 흔적은 마을 내 다른 건물과 건너편 부용대에도 남아 있다. 먼저 겸암의 경우 하회마을에 노년에 서재로 쓴 빈연정사와 부용대 왼편 학문연구를 위해 세운 겸암정사가, 서애의 경우 역시 마을 내 서재 원지정사와 그의 말년 징비록을 저술하고 후학양성을 했던 부용대 오른편 옥연정사가 만송정 숲과 낙동강을 가운데로 하여 마주보고 있다.
▲ 서애의 서재였던 국가민속문화재 제85호 원지정사. 부친상을 당해 낙향한 후 1576년에 지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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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을 건너편 부용대. 부용대 오른편에 서애가 징비록을 썼던 옥연정사가 있다. 원지정사와 낙동강을 사이로 마주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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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애가 징비록을 저술했던 국가민속문화재 제88호 옥연정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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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롱나무로 가득한 병산서원
7월에 하회마을을 방문한다면, 마을 동편 화산의 남동쪽에 있는 병산서원을 절대로 지나치지 말자.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 하나는 서애 류성룡을 배향했다는 점, 또 다른 하나는 배롱나무에 분홍빛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기 때문이다.
서원은 뒤편 화산을 등지고 앞에 낙동강이 흐르는 배산임수의 형태다. 재미있게도 내가 6월 말 방문했던 도산서원과 비슷하다. 원래 풍산현에 있던 풍악서당을 서애가 이곳으로 옮긴 것이 오늘날까지 이어진 것인데, 이후 철종 14년(1863)년 임금으로 '병산'이라는 이름을 받아 서원이 되었다. 서애의 스승이 퇴계 이황이었으니, 그 스승에 그 제자다운 풍수지리 안목을 지녔다. 게다가 도산서원이 병산서원보다 더 상류에 있으니 스승의 물결이 제자의 터전을 앞을 지나는 느낌이라 할까.
▲ 7월 배롱나무 분홍꽃들로 가득한 병산서원 앞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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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물 제2104호 만대루. 누각 앞에도 배롱나무 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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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병산서원의 강당인 입교당 시원한 마루에 앉아 만대루와 낙동강을 동시에 볼 수 있으니 참고하자. 나는 입교당 뒤편 창문에서 낙동강을 바라보았는데, 강당의 마루와 앞의 누각 그리고 누각 너머 낙동강이 잘 어우러진 느낌이다.
▲ 병산서원의 강학공간 입교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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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교당 뒷 창문으로 바라본 만대루와 낙동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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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운룡, 류성룡 형제와 후손들 그리고 풍산 류씨의 일대기가 담긴 하회마을과 병산서원. 보통 하회마을 하면 유교풍이 강한 곳인 것 같은데, 100년 역사의 교회와 600년이 넘은 삼신당 나무를 보며 다른 신앙에도 관대했음을 보여준다.
▲ 부용대에서 바라본 하회마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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