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피해자 외면하고 中은 인정?..日 미쓰비시 '선택적 사과'에 뿔난 반크의 결단
[아시아경제 황수미 기자] 일본 정부가 일제강점기 시절 조선인 강제 노역의 역사를 부정하고 있는 가운데, 과거 군함도에서 조선인을 강제 노역시킨 일본 기업인 미쓰비시는 최근 중국인 피해자만을 인정하고 이에 사과하는 우호비를 세운 것으로 확인됐다. 일제 강점기 조선인 강제 동원 장소인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도 지난 2월부터 여전히 추진 중이다.
이에 반크(VANK·사이버외교사절단)는 일본의 사도광산 유네스코 등재에 반대하는 캠페인을 전개한다고 23일 밝혔다.
반크는 공식 블로그를 통해 "사도광산의 문제를 보다 적극적으로 전세계에 알리고자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반크에 따르면 일본 사도광산은 일제강점기 때 조선인들이 강제 노역했던 장소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지난 2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에 사도광산의 등재 추천서를 제출 한 뒤 정부 차원에서 등재를 위해 본격적인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에 반크는 등재를 반대하는 카드뉴스를 한국어와 영어로 제작해 배포했다. 총 9장으로 구성된 카드뉴스에는 '일본은 세계유산 제도를 이용해 일본 제국주의 역사를 삭제하고 있습니다'라는 메시지와 함께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 노역자들의 사진이 사라지는 모습 등을 담았다.
이는 일본 정부가 계속해서 제국주의 침략 역사를 왜곡하는 데 대한 항의 표시다. 앞서 일본은 2015년 조선인 강제 노역이 있었던 군함도 등의 산업시설을 유네스코에 등재하면서 강제 노역의 역사를 알릴 조치를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이를 아직도 지키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군함도에서 조선인을 강제 노역시켰던 일본 기업 미쓰비시 그룹(Mitsubishi Corporation)이 중국인 강제 연행 피해자만을 위한 추도비를 제작해 건립을 완료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
지난 5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일본 나가사키시 변두리의 한 공원에 '일·중 우호 평화 부전의 비(우호비)'가 설치됐다. 이 우호비는 과거 군함도로 불리는 나가사키현 하시마로에 강제 연행된 중국인 피해자 측과 미쓰비시 그룹의 계열사 중 하나인 미쓰비시 머티리얼(Mitsubishi Materials Corporation)이 지난 2016년 6월 화해하면서 약속한 사업의 일환으로 건립된 것으로 알려졌다.
우호비에는 당시 약 3만9000명의 중국인 노동자가 노역에 투입되어 노동을 강요당하거나 고된 작업으로 숨진 사실 등이 일본어와 중국어로 새겨졌다.
그러나 조선인 노동자에 관한 언급은 찾아볼 수 없었다. 조선인 역시 군함도에서 강제 노역을 하고 심각한 인권 침해를 당했다는 점에서 중국인 피해자와 본질적인 차이는 없다. 그럼에도 미쓰비시는 조선인 강제 동원 사실은 외면하고 중국인에 대해서만 인정하고 사과한 것이다.
또한 중국 측에 대한 사과는 그간 일본이 조선인 강제 동원 사실을 부정해 온 모습과도 대비된다. 실제로 미쓰비시중공업은 한국인 강제 동원 피해자에 대한 사죄와 배상을 거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일제 강제 동원 피해자들이 이들 기업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했지만 재판조차 제대로 열리지 못했다. 일본 측이 무반응으로 일관하면서다. 그러다 지난 21일 손해배상 소송 첫 변론기일이 소송을 낸 지 2년 6개월 만에 열렸다.
이에 피해자와 유족들은 일본 전범 기업들이 의도적으로 재판을 지연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 기업이 의도적으로 소송 서류를 받지 않고 궐석 재판 결정으로 패소 위기에 몰리자 막판에서야 변호사를 선임하고 재판에 출석하는 행태를 보였다는 것이다.
한편 이와 관련해 서경덕 교수는 지난 18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군함도는) 일제강점기 조선인들이 끌려가 강제 노역을 했던 아픈 역사의 장소"라며 "일본 정부가 조선인 강제 연행과 강제 노역을 부정하는 것은 천벌 받을 짓"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조선인 강제 노역의 역사적 사실을 일본이 꼭 인정하게끔 세계적인 여론을 통해 일본 정부를 지속해서 압박해 나가야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수미 기자 choko21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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