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민 일상과 무관" 40→4일 경찰국 신설 졸속 예고
"국민 관련 없는 행정내부 사항" 명시
'경찰 장악' 졸속 추진 우려
행정안전부가 경찰국 신설 등 경찰 제도개선과 관련한 입법예고 기간을 당초 40일에서 ‘4일’로 단축을 요청하면서 법제처에 “국민의 권리·의무 또는 일상과 관련이 없다”는 이유을 제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업무는 본질적으로 국민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 수밖에 없는 데다, 전국 경찰서장들까지 집단적으로 졸속 추진에 반기를 들고 있어 일방통행식 경찰 통제 강화 추진에 대한 파장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일보가 24일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로부터 입수한 ‘행안부-법제처 간 입법예고 단축 사유서 및 확인서’에 따르면 행안부는 이상민 장관이 경찰제도 개선안을 발표한 지난 15일 법제처에 ‘행안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일부개정령안’(대통령령)에 대한 입법예고 및 관계부처 의견조회 기간을 4일로 줄여달라고 요청했다.
행안부 내 경찰국 신설을 핵심으로 하는 이 안에 대해 행안부는 “국민의 권리 또는 의무와 직접 관련이 없는 행정 내부의 조직과 정원에 관한 사항”이라며 “언론 등을 통해 대외적으로 공개된 사항으로 입법예고 및 관계기관 의견조회 기간을 단축하고자 한다”고 사유를 명시했다. 행정절차법은 국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입법예고 기간을 40일로 지정하고 있다. 다만 국민의 권리·의무와 관련이 없는 경우 등에 한해 법제처장과 협의해 기간을 단축할 수 있도록 예외 규정을 두고 있는데, 이 예외 규정을 활용한 것이다.
이에 법제처는 1시간35분만에 “조속한 법령 개정이 필요하다는 부처 의견 등을 고려해 의견조회 기간 및 입법예고 기간을 단축하는 것에 협의했다”고 검토 의견을 회신했다. 행안부의 요청을 그대로 수용하면서 입법예고 기간은 지난 15~19일 단 4일로 단축됐다. 이마저도 주말을 제외하면 의견수렴 기간은 사실상 이틀에 불과했다.
소속청장 지휘규칙안(행안부령)에 대해서도 행안부는 같은 이유를 들었다. 행안부는 “상위법령(정부조직법)의 단순 집행적 사항”이라며 “국민의 권리 또는 의무와 직접 관련이 없는 행정 내부의 지휘체계에 관한 사항”이라고 단축 사유를 제출했다. 역시 법제처는 행안부 의견을 2시간 만에 그대로 수용했다.
앞서 국가경찰위원회도 행안부의 입법예고안이 경찰위의 심의를 거치지 않았다며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지적했다. 경찰법은 ‘국가경찰사무에 관한 주요정책사항 등은 국가경찰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누락했다는 얘기다. 경찰 내 노조 격인 직장협의회는 물론이고 전국의 일선 경찰서장들까지 ‘의견 수렴 과정이 부족했다’고 공개적으로 반발하고 있다.
이 장관은 지난달 27일 출입기자 간담회에서는 경찰국 신설 시기에 대해 “시행령을 거치면 또 한달이 걸린다”며 “실제로는 8월 말에 가능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입법예고 기간 40일을 고려한 시간 계산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장관은 지난 15일 경찰제도개선안을 발표할 때는 입법예고 기간을 대폭 단축해 시행 시기를 다음 달 2일로 한달 가까이 앞당겼다.
이를 두고 경찰 조직 내부의 반발이 거세지자 행안부가 ‘속도전’을 통해 경찰국 신설을 관철시키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하반기 국회 원구성 협상이 지연되고 있었고, 차기 경찰청장도 아직 임명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행안부가 별다른 외부 견제를 받지 않으면서 경찰국 출범을 강행하기 쉬운 환경이었다는 것이다.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주도한 류삼영 울산중부서장은 지난 22일 라디오에 출연해 입법예고 기간이 단축된 것을 지적하며 “경찰청장이 없어 경찰 내부 의견 수렴이나 외부에 의견 표시도 못 하는 민감한 시기에 이 일을 속전속결로 끝내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야당에서는 ‘정권 차원의 경찰 장악 시나리오’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의원은 “군사작전식 무리한 입법예고 기간 단축은 윤석열 정부의 경찰장악 의지를 여실히 보여준다”며 “8월 초까지 경찰 장악을 끝내라는 지시가 있었던 게 아닌지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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