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사고땐, 운전자가 물어낼 돈 수십배 치솟는다

강갑생 2022. 7. 2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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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부산에서 발생한 음주운전 추정사고로 1명이 숨졌다. [사진 부산경찰청]

28일 이후 자동차 보험에 가입한 운전자는 술을 마시거나 마약·약물을 흡입한 뒤 차를 몰다 사고를 내면 의무보험 한도 내에서 피해자에게 지급된 보험금 전액을 부담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경우에 따라 종전보다 수십 배 넘는 사고부담금을 물어내야 할 수도 있다. 무면허 상태로 운전하다 사고를 내거나 뺑소니 사고를 일으킨 때도 마찬가지다.

국토교통부는 24일 이 같은 내용의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자배법)' 개정안이 오는 28일부터 시행된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마약·약물, 음주, 무면허, 뺑소니 사고 때 운전자가 의무보험 한도 내에서 지급된 보험금 전액을 사고부담금으로 부담토록 하는 게 골자다.

의무보험은 자배법에 따라 모든 차량 보유자가 가입해야 하는 책임보험과 버스, 택시, 화물차, 건설기계 등 영업용 차량이 일정기준의 보험금 지급이 가능토록 책임보험 외에 추가로 들어야만 하는 보험 또는 공제를 의미한다.


의무보험 사고부담금 한도 없애


이에 따르면 의무보험 보상한도는 대인 1억 5000만원(사망)과 3000만원(부상)이며 대물은 2000만원이다. 이외의 추가 보장은 운전자가 임의보험 가입을 통해 선택할 수 있다.

종전에는 음주나 마약·약물로 인한 교통사고를 내는 경우 대인은 사고 1건당 1000만원, 대물은 500만원만 사고 운전자가 부담하면 됐다. 사고부담금은 중대 법규 위반사고에 대한 경각심 고취와 사고예방을 위해 사고를 낸 사람이 보험금의 일부를 부담하는 제도다.


하지만 28일 이후 자동차 보험에 가입한 운전자부터는 의무보험 보상한도 전액이 사고부담금 한도가 된다. 사고 1건당 대인 1억원, 대물 5000만원인 임의보험의 사고부담금 한도는 그대로다.

예를 들어 음주 운전사고로 1명이 숨져 대인보험금 3억원과 대물 보험금 1억원이 발생한 경우 종전에는 사고부담금이 대인은 의무보험 1000만원과 임의보험 1억원 등 모두 1억 1000만원이었다. 또 대물은 의무보험 500만원과 임의보험 5000만원 등 5500만원이다.


피해자 여럿이면 부담금도 각각


그러나 28일 이후 보험가입자부터는 사고부담금을 대인 2억 5000만원(의무보험 1억 5000만원, 임의보험 1억원), 대물은 7000만원(의무보험 2000만원, 임의보험 5000만원)까지 부담해야만 한다.

게다가 사망자 등 피해자가 여러 명이면 그 액수는 크게 늘어난다. 김은정 국토부 자동차운영보험과장은 "기존 대인사고의 경우 피해자 수와 상관없이 사고당 1000만원의 사고부담금이 부과됐지만, 앞으로 사망·부상자별로 각기 사고부담금을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음주운전을 하다 사고를 내면 의무보험의 사고부담금이 대폭 늘어난다. [연합뉴스]


만약 사망자가 세 명이라면 의무보험 기준으로 4억 5000만원의 사고부담금이 부과될 거란 얘기다. 여기에 임의보험 1억원까지 보태지면 액수는 5억 5000만원까지 늘어난다. 다만 대물은 사고 1건당 부과 규정이 유지된다.

무면허와 뺑소니 사고 때는 부담금 증가폭이 훨씬 더 크다. 현재는 무면허 또는 뺑소니 사고를 내면 의무보험 기준으로 대인은 사고 1건당 300만원, 대물은 100만원만 부담하면 된다.


무면허, 뺑소니 땐 부담금 더 급증


뺑소니나 무면허 운전을 하다 사고를 내면 사고부담금이 더 크게 는다. [연합뉴스]
반면 28일 이후부터는 피해자 1인당 최고 1억 5000만원, 대물은 사고 1건당 2000만원을 물어내야 한다. 사망자가 1명인 경우만 가정해도 사고부담금이 40배 넘게 오르는 것이다.

피해자에 대한 보험금 지급은 종전과 마찬가지로 보험사에서 일괄 처리하며, 추후 사고부담금에 해당하는 금액을 보험사가 운전자(피보험자)에게 구상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박지홍 국토부 자동차정책관은 "마약·약물, 음주, 무면허, 뺑소니 운전은 고의성이 큰 중대 과실이자 사고 때 피해도 크기 때문에 운전자에게 묻는 경제적 책임을 강화해 경각심을 높이자는 것"이라며 "이번 조치로 전반적인 교통사고 감소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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