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상임위 나눠 가졌지만.. 비교섭단체는 여전히 선택권이 없다

'상임위 재배정' 요구 농성 나선 소수정당
'20인 미만' 비교섭단체 요청 권한 없어

22일 국회 본청 로텐더홀에서 항의 농성을 벌이고 있는 배진교 정의당 의원(좌),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우) [사진제공=정의당, 기본소득당]

[아시아경제 박준이 기자] 여야가 53일 간의 힘겨루기 끝에 하반기 국회 원 구성을 완료했다. 그러나 비교섭단체인 정의당과 기본소득당은 상임위원회 구성 과정에서 선택권이 없었다며 항의 농성을 시작했다. '거대 양당 중심' 국회의 현주소가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다.

소수당이 '상임위 재배정' 요구하는 이유

국회는 22일 본회의를 열고 18개 상임위원장 선출과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연금개혁특별위원회 구성 등을 마쳤다. 여당이 된 국민의힘과 원내 제1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그간 팽팽히 대립해 온 결과로 행정안전위원회(국민의힘),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민주당)을 1년씩 돌아가면서 맡기로 했다. 또 법사위는 국민의힘이, 사개특위 위원장은 민주당이 맡는 것으로 결정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비교섭단체인 정의당·기본소득당·시대전환당의 선택권은 사실상 없었다. 이에 배진교 정의당 의원과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22일부터 '상임위 재배정'을 요구하며 국회 로텐더홀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23일 용 의원은 "소수정당 의원으로서 제 뜻을 관철시킬 수 있는 방안이 몸으로 싸우는 일 밖에 없었다"라며 "기획재정위원회로 돌아가는 일이 그만큼 저에게는 절박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동영 정의당 비대위 대변인도 22일 "배 의원은 정무위원회, 류호정 의원은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강은미 의원은 복수 상임위로 여성가족위원회를 희망했으나, 국회의장은 정의당 원내 지도부나 해당 의원들과도 단 한 마디 협의나 조정 과정도 없이 일방적으로 다른 상임위원회로 배정해버렸다"며 항의했다.

상임위 요청 권한 결정하는 '20인의 벽'

국회법 상 20인 이상의 소속 의원을 가진 정당은 하나의 교섭단체가 된다. 소수 정당끼리 20명 이상의 단체를 만들면 교섭단체를 꾸릴 수 있지만, 정의당·기본소득당·시대전환당은 다 합쳐도 의원 수가 20명에 못 미친다.

교섭단체와 비교섭단체는 국회 내 다양한 권한의 차이를 지닌다. 우선 상임위원회를 구성할 때, 국회의장은 각 교섭단체 대표 의원의 요청으로 위원장과 위원을 선임한다. 교섭단체에 속하지 않는 의원의 경우 국회의장 권한으로 직접 임명하기 때문에 희망 상임위를 요청할 권한이 없다.

비교섭단체는 상임위 간사도 둘 수 없다. 국회법 제50조 1항은 '위원회에 각 교섭단체별로 간사 1인을 둔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 전문' 의원도 노동 법안 입법 참여 막혀

이 같은 문제는 국회 내 고질적인 문제로 지목됐다. 19대 국회 때도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배제돼 논란이 되자, 여야 원내대표들이 국회 규정을 개정해 위원 정수를 늘려 환노위에 잔류하게 됐다.

그 밖에도 비교섭단체는 주요 입법, 예산안, 국회 일정 협의 등의 논의에 참여하지 못하고 본회의·대정부 질문 순서, 본회의장 좌석 배치를 선택하지 못하는 등 주요 권한에서 배제된다.

이는 입법이나 기타 결정 과정에서의 효율성을 강화할 수 있지만, 다양한 민의를 대표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한한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특히 쟁점이 큰 법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여당이나 다수당의 당론에 맞게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 한 소수정당 소속 의원은 상임위 구성 전 "법사위에 들어가서 차별금지법 같은 법안 논의에 참여하고 싶지만 비교섭단체 정당 중 어느 정당이 들어가게 될지 몰라 계획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른 소수정당 소속 관계자도 "진보정당은 노동, 복지 등 분야에서 민생 입법을 통과시키는 게 중요한데 해당 상임위에 자리 하나라도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토로했다.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