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보다고기]육류 섭취 빛과 그늘..영양 공급 늘었지만 암·대사질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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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류 섭취 증가는 일단 한국인의 체격 향상과 영양소 공급 면에서는 긍정적이다.
청소년의 신체 발달에는 유전적 영향과 적절한 수면 등 다른 변수도 있으나, 영양 또한 중요한 만큼 육류 섭취의 증가가 체격 발달로 이어졌다는 해석도 충분히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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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색육·가공육, 2015년 '발암물질' 지정
대장암 연관성 뚜렷..청소년 비만율 증가
적절한 양 채소 곁들이고 삶거나 쪄먹어야
[아시아경제 이관주 기자]육류 섭취 증가는 일단 한국인의 체격 향상과 영양소 공급 면에서는 긍정적이다. 19세 이하 청소년의 평균 신장(남·여 모두)은 2012년 166.7㎝에서 2020년 169.1㎝로 10년 새 2.4㎝ 커졌다.
육류에는 단백질, 아연, 철분, 비타민 B6, 비타민 B12 등이 풍부해 다른 곡류나 채소, 생선 등에서 얻지 못하는 에너지 및 필수 영양소를 공급 받을 수 있다. 아연은 면역 기능을 형성하는 중요한 영양소이고, 철분 또한 신체 성장과 신경 발달, 정상적 세포 기능을 위한 필수 성분이다. 청소년의 신체 발달에는 유전적 영향과 적절한 수면 등 다른 변수도 있으나, 영양 또한 중요한 만큼 육류 섭취의 증가가 체격 발달로 이어졌다는 해석도 충분히 가능하다.
그러나 그늘도 존재한다. 가장 큰 문제는 소고기·돼지고기·양고기 등 포유류 고기를 의미하는 ‘적색육(red meat)’과 소시지·육포·핫도그·햄 등 ‘가공육(processed meat)’이다. 이미 다수의 연구를 통해 적색육과 가공육이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이 증명됐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세계 각국의 적색육·가공육 섭취와 암의 연관성을 조사한 800건 이상의 연구를 바탕으로 2015년 가공육을 대장·직장암의 1군 발암물질(암을 유발하는 물질), 적색육은 전립선암·췌장암·대장직장암의 2A군 발암물질(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물질)로 지정했다. 고기를 가공·조리할 때 발암성 화합물이 형성되기 때문으로, 지난해 미국 하버드대학교 연구진은 적색육이 풍부한 식단이 어떻게 암을 일으키는지 구체적 기전을 확인해 학계에 발표하기도 했다.
실제 국내 대장암 환자 수는 최근 5년 간 증가 추세다. 2017년 15만3694명이던 대장암 환자는 지난해 16만7905명으로 9.2% 늘었다. 암 발병 원인에 음주, 흡연, 유전, 생활 습관 등 다양한 요인이 있지만 육류 섭취의 증가와도 무관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적색육과 가공육은 비만·고혈압·당뇨 등 대사 질환을 비롯해 뇌심 혈관 질환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청소년 비만율의 증가는 식습관 변화가 부른 문제를 뚜렷하게 드러내는 지표다. 질병관리청 청소년건강행태조사상 청소년 비만율은 2010년 5.3%였으나 2017년 처음으로 10.0%를 기록한 뒤 2020년 12.1%까지 늘었다. 이에 더해 가공육은 많은 염분을 포함하고 있어 고혈압, 심혈관질환 위험을 높이는 주범으로 꼽힌다.
육류는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독이 될 수도, 약이 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적절한 양이 중요하다. WHO는 적색육에 대해 일주일에 3인분 이하로 섭취할 것을 권고한다. 조리 방법도 불로 굽거나 튀기는 방식은 최대한 지양하는 것이 좋다. 채소를 곁들여 먹는 습관도 바람직하다.
이재용 KMI한국의학연구소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는 “육류의 긍정적 부분이 분명히 존재하는 만큼 적절한 양으로 섭취를 제한한다면 좋은 영양 공급원이 될 수 있다”면서 “삶거나 쪄서 먹는 게 발암 물질 생성이 적고, 조리 과정에서 과도한 지방을 제거하는 것도 좋다”고 설명했다. 이어 “식단을 선택할 수 있다면 적색육이나 가공육 대신 생선이나 가금류(백색육)를 택하는 것도 또 다른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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