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보다고기]"편한 게 최고" 식습관 변화에 HMR 산업 '쑥쑥'
소비자 10명 중 3명, 간편식 구입 "조리 번거롭고 귀찮아서"
종합식품회사, 기존 브랜드 파워와 기술력 토대로 MS 확대
[아시아경제 구은모 기자] 무엇을 먹느냐는 어디에 돈을 쓰느냐와 같은 답을 도출한다. 한국인의 입맛 변화와 산업 판도는 서로 원인과 결과로 작용하며 시장의 모습을 크게 바꿔 놓았다. 쌀 대신 밀이나 고기를 더 많이 먹는 식습관에 가장 큰 영향을 줬거나 받은 분야는 즉석 조리식품 분야다. 편리함을 추구하는 방식의 생활 패턴이 일반화되면서 육가공식품 등을 중심으로 가정간편식(HMR)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24일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2020년 국내 즉석조리식품 오프라인 소매시장 규모는 1조1522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1조411억원)보다 10.7%, 2018년(9418억원)과 비교해선 22.3% 증가한 수치로 매년 10%가량 성장하는 추세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2021년 가공식품 소비자 태도 조사’를 보면 지난해 소비자들이 간편식을 구입하는 가장 큰 이유는 ‘조리하기 번거롭고 귀찮아서(25.9%)’인 것으로 조사됐다. 편리함을 추구하는 최근 소비 트렌드가 식품 구매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조리시간을 줄일 수 있는 간편한 음식을 찾다보니 가공식품의 소비가 늘어났고, 육류 소비도 자연스럽게 증가하고 있다. 2020년 국내 즉석조리식품 제조에 사용된 쇠고기·돼지고기·닭고기 등 축산물은 총 7만7433톤으로 이는 전체 원료 사용량(17만7207톤) 가운데 가장 높은 비중(43.7%)이며, 곡류(34.7%)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은 사용량이다.
간편식 시장이 확대되면서 대형 종합식품회사들도 기존 브랜드 파워와 기술력 등을 토대로 시장점유율을 확대해가고 있다. 업체별로는 2020년 기준 ‘비비고’ ‘햇반’ ‘고메’ 등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CJ제일제당이 전체 판매액의 49.2%를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고, 오뚜기(26.7%)와 동원F&B(7.8%), PB브랜드(5.2%), 대상(2.2%) 등이 뒤를 잇는 것으로 나타났다.
간편식 시장이 성장하면서 가공육 원료시장에선 가격경쟁력이 있는 수입육의 소비가 늘고 있고, 외식 소비도 늘면서 와규 쇠고기, 이베리코 돼지고기 등 유명 수입 브랜드 고기 역시 수요가 증가하는 모습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육류 수입액은 60억5677만달러(약 7조9767억원)으로 1년 전(49억6683만달러)보다 21.9% 증가했다. 올해도 5월까지 수입액이 31억6281만달러(약 4조1654억원)로 전년 동기(23억8145만달러) 대비 32.8% 늘었다.
줄어드는 쌀 소비에 대한 활로도 쌀 가공식품을 통해 열리고 있다. 지난해 국내 쌀 생산량은 조곡 기준 521만1000톤으로 2020년(471만3000톤)보다 10.6%(49만8000톤) 늘었다. 소비량은 줄고 있지만 생산량은 늘면서 정부는 쌀 소비 활성화와 쌀가공산업 성장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2011년 쌀가공산업법 제정했고, 2014년부터 미래 유망 분야 발굴, 산업혁신 기반 강화, 수요 기반 확대를 목표로 1·2차 5개년 기본계획을 수립해 추진하고 있다.
가시적인 성과도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가공용 쌀 소비량은 68만157톤으로 2020년(65만150톤)보다 4.6% 증가했다. 가공용 쌀 소비량은 2013년(52만6140톤) 이후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떡류와 도시락류 제조업의 소비량이 각각 17만6690톤, 4만6723톤 전년 대비 11.0%, 16.2% 늘며 증가세를 보였다. 업계는 떡볶이가 대표 간식으로 인기를 끌고, 전국 유명 떡집들의 온라인 판매로 시장규모가 확대되면서 떡볶이떡, 전통떡 등에 대한 수요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도시락용 소비량 역시 HMR 시장이 커지면서 가공밥(즉석밥·컵밥·냉동밥)과 죽류의 수요가 증가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구은모 기자 gooeunm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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