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 성폭행' 피해자 신상까지 거론.. 캠퍼스 2차 가해 심각

성윤수 2022. 7. 24.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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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 내에서 발생한 성폭력 범죄는 피해자 특정이 상대적으로 쉬워 2차 가해도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다.

인하대 캠퍼스에서 발생한 성폭행 사망 사건을 두고 피해자 탓을 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데 이어 다른 대학에서의 성폭력 피해자들 역시 2차 가해와 힘겹게 싸우고 있는 상황이다.

대학 내, 특히 학과 안에서 피해를 당한 성범죄 피해자들은 사건 자체에 더해 2차 가해때문에 괴로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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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쉬워 2차 가해 빈번
주변에 알릴 생각조차 할 수 없어
"피해자 침묵시키는 심각한 범죄"


캠퍼스 내에서 발생한 성폭력 범죄는 피해자 특정이 상대적으로 쉬워 2차 가해도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다. 인하대 캠퍼스에서 발생한 성폭행 사망 사건을 두고 피해자 탓을 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데 이어 다른 대학에서의 성폭력 피해자들 역시 2차 가해와 힘겹게 싸우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6일 한 대학생 커뮤니티에는 “중앙대 한 학과에서 같은 과 학생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피해자 2명이 각각 커뮤니티에 피해 사실을 알리며 공론화됐다.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은 학과 내 소모임 단체대화방에 사과했고, 사건이 일단락되는 듯 했지만 커뮤니티에서는 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가 이어졌다. “(가해자가) 주변 사람들한테는 잘했나보죠”라며 가해자를 두둔하는 내용이 댓글로 달리는 가 하면, 가해자가 성추행을 인정했다고 하자 “1950년대도 아니고 폭행해서 거짓 자백받아내고 그런거 없었겠지?”라는 댓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또 “피해자들이 용기내서 ‘글 작성’을 함? 경찰에 신고도 안 하고?”라며 피해 사실 자체를 의심하는 댓글도 있었다.

성추행 피해와 2차 가해 사실을 인지한 학과 학생회는 교내 인권센터에 사건 접수 의사를 밝힌 상황이다. 중앙대 관계자는 “(해당 사안이) 학교에 전달이 됐고, 학과에서도 이를 인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학 내, 특히 학과 안에서 피해를 당한 성범죄 피해자들은 사건 자체에 더해 2차 가해때문에 괴로워하고 있다. 이 때문에 피해 사실을 꺼내는 것부터 쉽지 않다.

20대 초반의 대학생 A씨는 몇 년 전 학교 동아리에서 성추행 사건에 연루됐다. A씨는 당시 피해를 겪지 않았지만 성추행 피해를 당했다는 소문에 시달려야 했다. 하지만 주변인들은 피해자일 수도 있는 상황에서 A씨에 대해 오히려 “증거를 내놓으라”며 압박했다. A씨는 “실제 성추행 피해를 당한 건 아니었지만, 본 적도 없는 선배들까지 이 일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공포 그 자체였다”며 “누가 어디에서 무슨 말을 할지 걱정이 돼 주변에 알릴 생각을 할 수 조차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 15일 인천 미추홀구 인하대 캠퍼스 안에서 벌어진 성폭행 사망 사건의 경우에도 피해자의 소속 학과 등 신상을 유추하려는 2차 가해가 문제가 됐다. 포털사이트 검색창 등에 학교를 검색하면 피해자의 신상을 찾는 것으로 보이는 연관 검색어들이 여전히 노출돼 있다.

전문가들은 캠퍼스 안 성범죄의 경우 2차 가해에 더 취약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한 여성학 전문가는 “대학 안에서 그런 상황이 발생했을 때 피해자의 측근에서부터 학교 관계자들까지 쉬쉬하려는 사람이 생긴다”며 “그 사실이 알려졌을 때 ‘학교 명예가 실추된다’며 압박을 하거나 ‘진짜 그랬냐’는 학생들의 2차 가해까지 피해자에게 가해지는 압박이 많다”고 설명했다.

김성미경 한국여성인권플러스 대표는 “학내 피해자의 경우 여론이 집중되고, 피해자에 대한 외모나 범죄 피해 당시에 피해자의 옷차림 등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서 피해자에게 책임을 돌리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렇게되면 해당 사건의 피해자 뿐 아니라 그 상황을 보는 비슷한 성범죄 피해자들이 겪게 될 과정들을 미리 보여줌으로써 입을 다물게 하는 효과를 가져오는, 굉장히 심각한 범죄”라고 덧붙였다.

성윤수 기자 tigri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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