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작품이라 안 나타났다? KF-21 첫 비행에 尹 불참한 이유 [뉴스원샷]
이철재 외교안보팀장의 픽 : 첫 비행
19일 오후 오후 3시 40분쯤 경남 사천의 공군 제3훈련비행단에서 KF-21 보라매가 활주로를 박차고 하늘에 오르자 여기저기서 환호성이 터졌다고 한다.
국산 초음속 전투기의 첫 시험비행을 지켜보기 위해 전국, 아니 전 세계서 몰려든 인파에서다. 목 좋은 곳에서 보겠다고 며칠 전부터 진을 친 밀리터리 마니아는 물론 항공기 애호인, 사진 동호인들이 그들이다.
바로 옆 한국항공우주산업(KAIㆍKF-21의 제조사)에서도 많은 사람이 창밖이나 건물 옥상에서 어린 매(보라매)가 난생처음 둥지에서 날아오르길 기다렸다. 감격에 겨워 눈물을 흘리는 이도 제법 있었다고 한다.
2001년 3월 20일 김대중 전 대통령이 공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 “늦어도 2015년까지 최신예 국산 전투기를 개발하겠다”고 천명한 뒤 21년 만에 이룬 쾌거이기 때문이다. 국산 초음속 전투를 우리 기술로 우리가 설계해 우리가 만든 것은 대단한 일이다.
그런데 KF-21의 첫 비행에 윤석열 대통령은커녕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 국방부 장관, 방위사업청장, 국방과학연구소장이 참석하지 않았던 사실에 뒷말이 나오고 있다. KF-21이 전임 문재인 정부의 작품이기 때문에 윤석열 정부가 선뜻 띄우고 싶지 않았다는 해석도 나온다.
과연 그럴까. 항공기의 첫 비행은 한때 처녀비행(maiden flight)이라고 불렸다. 그러나 적절치 않은 용어라는 지적에 따라 요즘 첫 비행(first flight)이라고 많이 쓴다.
그런데 항공기가 첫 비행을 했다는 건 완성단계로 접어들었다는 뜻은 아니다. 시험비행은 그 자체가 새로운 단계다. 시험비행을 반복하면서 기체의 성능을 점검한다. 첫 비행에 성공했다 하더라도, 시험비행에서 문제나 결함이 드러나 양산되지 못한 기종도 허다하다.
KF-21은 전투기이기 때문에 시험비행에서 무기체계를 제대로 쏠 수 있는지도 테스트한다. 2026년까지 2000회가 넘는 소티(비행횟수)의 시험비행이 예정됐다.
첫 비행은 대개 조용히 치러진다. 미국의 스텔스 전투기인 F-22 랩터나 F-35 라이트닝Ⅱ의 첫 비행을 미 국방부나 미군 고위급이 참관하지는 않은 이유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다. 국산 초음속 훈련기인 T-50 골든이글은 2002년 8월 20일 첫 비행을 치렀다. 그리고 10차례 넘게 시험비행을 마친 2002년 10월 30일 국방부 장관과 KAI 사장이 ‘T-50 초도비행 성공 축하행사’를 열었다. 그리고 2006년 4월 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T-50 양산 1호기 출고식이 열렸다.
관련 사정을 잘 아는 익명의 정부 소식통 말이다.
당초 첫 비행을 대대적으로 축하하자는 의견도 있었는데, 개발진이 강하게 반대했다. 첫 비행은 의미가 있지만, 개발이 다 끝난 게 아니기 때문이다. 개발진은 첫 비행에서 각종 데이터를 수집하느라 정신이 없다. 그런데 내외 귀빈이 현장에 온다면 거치적거릴 뿐이다. 의전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다.
KF-21은 지난해 시제 1호기 출고식을 성대하게 치렀고, 문재인 전 대통령이 행사에 참석했다. 그러나 사업성이 없다며 좌초할 뻔했던 ‘한국형 전투기(KF-XㆍKF-21)’ 사업은 이명박 전 대통령 때인 2011년 탐색개발이 결정됐고, 박근혜 전 대통령 때인 2015년 체계개발 계약이 맺어졌다.
정부 소식통은 이렇게도 말했다.
19일 첫 비행에 대통령부터 잔뜩 왔더라면 일각에선 개발에 방해된다는 비판이 나왔을 것이다.
이철재 외교안보팀장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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