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무부 장관 지시 받아 고문.. 경찰을 30년 전으로 돌릴 수 없어"
[신상호 기자]
▲ 23일 오후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전국 경찰서장 회의가 끝나고 류삼영 울산 중부경찰서장(총경)이 회의 결과를 밝히고 있다. 2022.7.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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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이전에 경찰은 내무부 치안본부 소속이었다. 경찰이 내무부 장관 지시를 맹목적으로 따르다가 고문을 하고 이한열 열사가 돌아가신 것 아닌가."
전국 경찰서장들이 23일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사상 첫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열고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신설과 경찰청 지휘규칙 제정에 대해 반대 뜻을 밝혔다. 경찰국이 신설되면 경찰의 정치적 독립성이 훼손되고, 민주적 통제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날 회의를 주도한 것은 류삼영 울산 중부경찰서장이었다. 그는 지난 15일 경찰 내부망에 글을 올려, 경찰서장들이 참석하는 회의를 처음 제안했다. 류 서장의 제안에 많은 경찰서장들이 호응했고 이날 총경급 간부 100여 명이 회의에 참석했다.
류 서장은 회의 직후 <오마이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경찰 직원을 관장하는 우리 경찰서장들이 화상으로 또는 오프라인으로 모여서 대부분 반대 의사를 밝힌 것"이라며 "우리 조직 내부의 의사가 (경찰국 신설에) 대다수 반대한다는 게 드러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을 신설하는 방식은 민주적 통제 방식이 될 수 없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면서 "정치적으로 중립을 담보할 수 있는 위원회나 기관의 통제는 우리가 받아들일 수 있다"라고 밝혔다. 류 서장은 또 "1990년 이전에는 경찰 치안본부장이 내무부 장관의 지시를 받고 공안 사건을 처리했다"라며 "(경찰국 신설은) 30년 전 권위주의 정부의 치안본부 시스템으로 회귀하는 것이기 때문에 충분히 논의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아래는 류 서장과의 일문일답이다.
"30년 전 권위주의 정부로 회귀"
- 오늘 경찰 총경 회의에서 입장문을 냈다. 이게 지금 어떤 의미를 갖는다고 보나?
"14만 일선 경찰 직원을 관장하는 우리 경찰서장들이 화상으로 또는 오프라인으로 모여서 대부분 반대 의사를 밝힌 것이다. 우리 조직 내부의 의사가 (경찰국 신설에) 반대라는 게 드러난 것이다."
- 오늘 온오프라인으로 참석한 총경들이 전체의 30% 정도다. 나머지는 의견을 표명하지 않았기 때문에 전체 의견으로 볼 수 없다는 지적도 있는데?
"오프라인, 온라인으로 해서 다 온 사람이 한 190명이 넘는다. 지금 (회의 지지) 화환을 보낸 사람이 357명이다. 이 사람들도 자기 이름을 표시하면서 지지한다는 화환을 보내준 사람들이다. 화환을 보내준 지지자들까지 포함하면 전체의 절반이 넘는 사람이 경찰국 신설 반대 입장을 지지한다고 볼 수 있다."
- 오늘 회의에서 경찰국 신설에 찬성한다거나 이런 의견을 표명하시는 분들은 전혀 없었나.
"전혀 없었다."
- 경찰청이 오늘 회의에 대해서 엄중 대응 방침을 밝혔는데 어떻게 보나?
"법관 회의나 평검사 회의할 때 그 사람들은 처벌 받았나. 평검사 회의 참석한 사람 엄정하게 보겠다고 한 적 있나. 법관 회의 참석한 사람 징계하겠다고 한 적이 있었나. 우리 경찰은 다른가. 우리 경찰이 경찰 이야기를 했고 법관은 법원 이야기를 했고 검찰은 검찰 이야기 했는데 무엇이 다른가."
- 아무래도 경찰 간부들이 한번에 모이는 게 유례가 없는 일이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경찰국 신설은) 우리 경찰의 중대한 변화다. 일선의 의견을 모아 대변해서 서장들이 회의를 하는 절차가 꼭 필요한 데도 그런 절차가 누락이 됐다. 그래서 그런 절차를 해달라고 했는데 반응이 없어서 직접 회의를 연 것이다. 그게 뭐가 문제가 되나."
- 경찰서장 회의가 앞으로 2차, 3차도 열릴 수 있다고 했는데, 추가 회의 때는 어떤 형태로 논의가 이뤄질까?
"이번에 회의를 소집한 것은 우리의 의사가 결집이 안 돼 있기 때문에 결집하기 위해서였다. 가정을 전제로 하는 것은 지금 적절치가 않다."
- 오늘 입장문 중에서 민주적 통제 방안에는 동의한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가 경찰의 동의를 얻을 수 있는 민주적 통제 방안일까.
"여러 방안이 있겠지만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키는 방안이 있어야 한다. 우리 경찰을 통제하는 기관은 정치적인 중립 기관이어야 한다. 정치적으로 중립을 담보할 수 있는 위원회나 기관의 통제는 우리가 받아들일 수 있다."
- 지금 현행 제도상으로 경찰국 신설을 하지 않고 그냥 그대로 간다고 해도 문제가 없을까?
"지난 30년 동안 별다른 문제가 지적이 안 됐다. 그런데 이번에 수사권이 강화되고 경찰력이 강화됐다면 지금 있는 제도를 좀 더 내실화하는 방법으로 진행되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 행정안전부 장관에게도 입장문을 전달한다고 했는데 구체적인 계획은?
"당장 만날 계획이 있는 건 아니다. 공개적으로 오늘 우리의 의사가 충분히 그쪽으로 전달이 됐다고 보고 있다. 필요하면 구체적으로 만나거나 하는 여러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
-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는 경찰들의 의견에 대해 잘 모르거나 공감하지 못하는 국민들도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은가?
"경찰청이 어떻게 생겼는가. 예전에 1990년대 이전에는 내무부 치안본부였다. 그러니까 경찰 치안본부장이 내무부 장관의 지시를 받고 공안 사건을 처리했다. 데모하는 시위대를 심하게 고문하고 최루탄을 쏴 박종철 열사와 이한열 열사가 돌아가셨다. 경찰이 내무부에 예속이 돼서 내무부 장관 지시에 맹목적으로 따르다가 그런 것 아닌가.
그에 대한 반성으로 경찰청이 독립을 하고, 장관 통제를 벗어났다. (경찰국 신설은) 30년 전 권위주의 정부로 회귀하고, 치안본부 시스템으로 회귀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것은 충분히 논의해야 한다. 30년 동안 잘 있다가 갑자기 두 달 만에 바뀌는 것은 맞지 않다."
- 경찰국 신설 의견 수렴이 부족했다는 것도 지적해야 할 점이다.
"논의를 거쳐서 이게 합법적이고 정치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시민 인권 침해 염려가 없는지를 여러 관계자들과 학계, 시민들이 차분히 살펴야 한다. (정부가 추진하는 경찰국 신설과 경찰청지휘규칙 제정 관련해) 보통 법령을 만들려면 40일 정도 입법 예고 기간이 필요하다고 행정 절차법에 적혀있는데, 휴일 포함해서 단 3일 만에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고 속전속결로 만들려는 거다. 이거는 국민들이 아셔야 한다."
- 어렵게 회의를 거쳐서 입장문까지 발표했는데 소감은 어떤가?
"후련하다. 지금 하고 싶은 이야기를 했으니까 원이 없다. 우리가 그동안 그냥 하고 싶은 이야기도 참아야 했는데 모여서 우리 이야기를 그렇게 원 없이 했기 때문에 다들 후련해 하고 있다. 정말 잘했다, 고생했다, 자랑스럽다, 그런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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