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붙고 녹조 생기고..지구 1억개 호수 온난화에 몸살 앓는다
지구 상에는 1억 개 이상의 호수가 있지만, 이들 호수가 온난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증발량이 늘면서 호수 면적이 줄고, 녹조도 빈발하면서 산소 고갈 현상도 심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인류에게 다양한 혜택을 주는 호수 생태계를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영국 레딩대학과 캐나다 요크대·퀸즈대 연구팀은 최근 '바이오사이언스(BioScience)' 저널에 발표한 리뷰 논문에서 "전 세계 자연·인공 호수들에서 여름이 빨리 시작되고 길어지는 등 기후변화가 호수, 특히 북반구 고위도 지역 호수 생태계에 심각한 영향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리뷰 논문은 기존에 발표된 연구 결과를 종합 정리한 것을 말한다.
겨울에도 얼음 없는 호수 늘어나
우선 20세기 후반 이후 지표면 온도가 1도 이상 상승하면서 호수 수온이 상승하고, 호수가 겨울철 얼음으로 덮이는 기간도 점점 짧아지고 있다. 전 세계 호수는 1985~2009년 10년 당 섭씨 0.34도 비율로 수온이 상승했는데, 얼음으로 덮인 호수는 전 세계 평균보다 두 배 빠르게 온난화됐다.
겨울철 얼음이 호수를 덮는 기간이 지난 165년 동안 세계적으로 연간 평균 31일 감소했고, 매년 얼음으로 덮이던 북반구 호수 가운데 1만5000개는 겨울에도 얼음으로 덮이지 않는 것으로 보고됐다.
이런 상황은 앞으로 더 심해져 21세기 말이면 추가로 5700개가 영구적으로 얼음이 얼지 않는 호수로 바뀌고, 나머지 상당수도 얼음으로 덮이는 날이 연간 10~40일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겨울이 짧아지는 대신 여름은 더 일찍 시작되고, 호수의 성층화 현상도 길어지고 있다. 성층화 현상은 여름철 표층 수온은 높고, 저층 수온은 낮아 수층이 안정화돼 상하층이 서로 섞이지 않는 것을 말한다.
21세기 말까지 북반구 전역의 호수에서 성층화 현상은 최대 22일 일찍 시작해서 최대 11.3일 늦게 끝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랄해·차드호 등 큰 호수 작아져
증발량이 늘어나면 수자원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21세기 말까지 세계 호수의 증발량은 평균 16%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 미네소타 대학과 버지니아 공대 연구팀은 지난 20일 '사이언티픽 데이터(Scientific Data)' 저널에 게재한 논문에서 "세계 곳곳의 46만2574개 호수의 1984~2015년 자료를 분석한 결과, 면적 100㎢의 호수는 각 대륙에서 2000년대 이후 총면적이 꾸준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증발이 늘어난 데다 사람들이 호수로 들어오는 물, 혹은 호수의 수자원을 너무 많이 사용한 탓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 그레이트 솔트레이크의 장기적인 수위 감소다.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에서는 세계 네 번째로 큰 호수였던 아랄 해가 말라붙고 있다.
아프리카에서 가장 큰 호수로 꼽히는 차드 호는 차드·카메룬·니제르·나이지리아 등 네 나라에 둘러싸여 있는데, 호수 면적이 과거보다 크게 줄었다. 기후변화로 주변 지역 강수량이 줄면서 호수로 들어오는 물이 줄고, 증발량이 늘었기 때문이다.
남세균 녹조 더 자주 심하게 발생
캐나다 딕슨 호수의 퇴적물에 남아있는 남세균 휴면 단계 세포(akinetes) 화석을 분석한 결과, 2014년 이후 그 수가 급격히 증가한 것이 확인됐다. 최근 들어 남세균 녹조가 빈발해졌다는 의미다.
남세균 등 녹조의 증가는 수층의 용존 산소의 감소로 이어지기도 한다. 조류가 광합성을 통해 만든 유기물이 호수 밑바닥으로 가라앉고, 바닥에서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는데 이때 산소가 많이 소비된다.
성층화 현상으로 수층 혼합이 잘 이뤄지지 않으면, 호수 저층에서 산소가 고갈된다. 산소가 고갈되면 물고기 등 다른 생물이 살 수 없게 된다.
연구팀은 "지난 2003년 여름 유럽에서 나타난 것과 같은 극심한 폭염이 발생하면, 호수의 산소 고갈은 더 심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염분 증가 문제도 있다. 인구 밀집 지역에서는 겨울철 도로의 제설·제빙을 위해 염분을 살포하는데, 이것이 호수로 들어간다.
앞으로 온난화로 인해 고위도 지방에서는 도로 제빙이 더 늘어날 전망이다. 기온이 너무 낮을 때는 제빙 효과가 작지만, 기온이 영하 10도보다 높으면 염분을 뿌리는 게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이다.
긍정적 영향보다 부정적 영향 더 커
하지만, 고유한 냉수 어종의 서식지가 사라지는 등 악영향이 더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높은 수온이나 낮은 산소 농도 탓에 상당수의 물고기는 살 수 있는 '생태학적 틈새(ecological niche)'가 줄어들게 된다는 것이다.
또, 수온 상승으로 번식과 산란을 앞당겼을 때 먹이 찾기 등 중요 활동에서 계절학적 불일치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린 물고기가 부화했는데, 먹이가 되는 플랑크톤 같은 생물은 아직 늘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수온 상승은 외래종 침입을 불러올 수도 있다. 1970~2017년 전 세계적으로 생물학적 침입과 관련된 비용이 최소 1조 2880억 달러(1692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생태계 서비스 측면에서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예를 들어, 겨울 빙판의 감소는 스키·스노모빌·얼음낚시 등과 같은 레크리에이션 활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녹조의 증가는 여름철 호수의 미관을 해치고, 수영·낚시 등 레크리에이션 폐쇄로 이어질 수 있다. 2014년 미국 오하이오 주 이리 호에서 발생한 독성 조류 번성은 도시 수돗물 공급에 지장을 초래했다.
수자원이 줄면 이를 이용하는 산업체에도 영향을 주게 돼 지역 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조기 경고 신호 잘 포착해야
연구팀은 인공위성 원격 감시와 현장 생태 연구, 모델링 등의 장점을 통합해 광범위한 공간·시간 규모에서 기후변화가 호수에 미치는 영향을 밝혀내야 한다는 것이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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