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사법 리스크] ③ 당헌 제80조가 핵심..되자마자 당대표 직무정지?
경찰 이미 수사 중..기소 결행되나
"여섯 가지 혐의에 대해 수사 진행
하나라도 기소 이뤄질 가능성 높다"
더불어민주당 8·28 전당대회에서 당권에 도전하고 있는 이재명 의원의 '사법 리스크'가 때이른 현실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경찰이 수사 중인 백현동 택지개발 의혹에 대해 감사원이 비위 사실이 있다는 취지의 감사보고서를 채택했다. 전문가들은 이 의원이 당대표가 되더라도 '사법 리스크'가 잦아들기는 커녕 더욱 커지며 정국이 대혼란에 빠져들고 우리 정치가 퇴보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감사원은 이재명 의원이 성남시장일 때 추진된 백현동 택지개발사업과 관련해 민간업자에게 부당이득을 몰아준 비위가 확인됐다는 감사보고서를 최근 채택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지현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같은날 이 의원이 스스로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 공천을 전화로 압박했다는 사실을 폭로해, 이 의원이 '사법 리스크'에 대비해 '방탄복'을 챙겨입은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증폭시키고 있다.
백현동 택지개발 의혹은 지난해 11월 이미 이 의원에 대한 형사고발이 이뤄져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가 수사를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의원이 이른바 '어대명(어차피 당대표는 이재명)'에 따라 8·28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되더라도 이 의원에 대한 기소는 현실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날 통화에서 "법치라는 것은 제1야당 대표라고 하더라도 혐의가 있으면 기소를 하는 것"이라며 "그게 법치"라고 말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도 "여섯 가지 혐의에 대해 이재명 의원과 그 가족들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이라며 "하나라도 기소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민주당 대표로 선출된 이 의원에 대한 검찰의 기소가 현실화하면 당장 민주당 당헌 제80조가 문제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민주당은 당헌 제80조 1항에서 '사무총장은 부정부패와 관련한 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각급 당직자의 직무를 기소와 동시에 정지하고 윤리심판원에 조사를 요청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민주당 당헌 80조 '당직자, 부정부패
혐의 기소와 동시에 직무정지' 규정
"이재명 '사법 리스크' 때문에 민주당
'대안야당'보다는 '투쟁야당' 갈 것"
장성철 소장은 "윤리심판원에 조사를 요청하는 것은 사무총장의 재량으로 볼 수 있지만, 기소와 동시에 직무정지가 되는 것은 당연규정으로 해석해야 한다"며 "기소되면 이 의원의 당대표 직무가 정지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번 전당대회를 치르면서 당헌 제80조를 개정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되면 위인설법(爲人設法·특정인을 위해 불필요하게 법을 만들거나 고침)"이라며 "이 의원의 '사법 리스크'가 민주당과 진보 진영 전체를 나락으로 몰고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재명 의원이 민주당 대표 신분으로 기소되면 민주당이 급격히 '투쟁야당'화 하면서 중장기적으로 민주당과 이 의원 자기자신의 수권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선거에서 패배한 정당에는 두 가지의 길이 있다. 첫 번째가 '투쟁야당', 두 번째가 '대안야당'"이라며 "'투쟁야당'은 정부·여당과 각을 세우면서 강성 지지층 중심으로 당을 운영하는 방안이며, '대얀야당'은 대안을 국민들에게 제시하면서 집권 기반을 확충하는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의원이 당대표가 되면 '사법 리스크'가 있기 때문에 '대안야당'보다는 '투쟁야당'의 길을 가게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정부·여당의 공세를 막아내야 하기 때문에 당을 강성 지지층 중심으로 굴러가게 할텐데, 단기적으로는 야권 1위 주자 입지를 굳힐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자신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독(毒)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재명 의원이 민주당 대표 신분으로 기소를 당해 당헌 제80조에 따른 직무정지 여부가 논란이 되는 등 당이 혼란에 빠지면, 비(非)이재명계 의원들의 목소리가 커질지에 대해서는 예측이 엇갈렸다.
앞서 데일리안이 여론조사공정㈜에 의뢰해 지난 18~19일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 국민 59.2%는 이 의원에게 '사법 리스크'가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국민 59.2% "李, 사법 리스크 있다"
'왜 나갔냐' 문제제기에 내홍 빠질 수도
기소시 여야 극한대치…정국 '난장판'
"합리 목소리 실종, 젊은층 환멸" 우려
이처럼 국민들도 '사법 리스크'가 있다고 생각하는데도 당권 도전을 강행한 이 의원의 책임론이 추궁될 수도 있겠지만, 반대로 '윤석열 검찰'로부터 기소당한 이 의원을 향한 '내부총질'을 하느냐는 성화에 당내 다른 목소리가 봉쇄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장성철 소장은 "그렇게 '사법 리스크'가 있으니 (전당대회에) 나와서는 안된다고 했는데 왜 나갔느냐는 문제제기가 나오지 않을 수가 없다"며 "민주당이 내홍에 빠질 것"이라고 바라봤다.
반면 엄경영 소장은 "아무래도 기소를 여권의 공세라고 보면 강성 지지층 중심으로 '이재명을 지켜야 한다'는 여론이 생기면서 비이재명계가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수박 논쟁'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 (이 의원을 비판한 의원에게) '너 수박 아니냐, 밝혀라' 이런 식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재명 의원이 민주당 대표 신분으로 기소당하는 일이 현실화하면 정국이 극한대립으로 치닫게 될 것이라는 점에 있어서는 전문가들의 견해가 일치했다. 아울러 이러한 정국의 극한 대치는 젊은층의 정치 환멸을 불러일으키는 등 정치 퇴보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뒤따랐다.
엄경영 소장은 "이재명 의원의 '사법 리스크'로 '윤석열 대 이재명' 구도가 재연되면서, 우리 정치에서 중도적인 목소리가 힘을 받지 못하는 여건이 조성될 것"이라며 "우리 정치가 극심한 대치 국면으로 흐르면서 합리적인 보수, 합리적인 진보의 목소리도 실종될 수 있다"고 관측했다.
그러면서 "지난 대선 때 이뤄졌던 젊은층의 정치참여 현상도 (극한 대치로 인한) 환멸로 인해 줄어들 수 있다"며 "2030세대의 투표율 하락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나타났듯이 이미 심각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장성철 소장도 "'이재명을 지키자'는 쪽에서는 기소는 정치보복이라며 '정권 타도' 극한 투쟁으로 나설 것"이라며 "정국은 완전히 진흙탕, 난장판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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