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웅 항소심 무죄?..법조계 "검찰 압수수색 폭력 허용 근거 만들어줘"
2심 "피고인, 독직폭행 고의 없고 휴대전화 확보 의도만"..1심·2심 판결 차이, 미필적 고의 입증 여부
법조계 "압수수색 적법 절차 무너질 수 있어..강제수사서 물리력 최소한으로 행사돼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독직 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정진웅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차장검사)에게 항소심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했다. 정 연구위원의 행동에 '미필적 고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였는데,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강제수사 과정에서 물리력을 행사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어준 위험한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2부(이원범 한기수 남우현 부장판사)는 지난 21일 열린 정 연구위원의 2심에서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및 자격정지 각 1년을 선고했던 원심판결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데일리안이 입수한 판결문에 따르면, 1·2심 재판부는 정 연구위원이 형법에서 규정한 '폭행'에 해당하는 물리적 유형력을 한 장관에게 행사했다고 봤다. 판결에 차이를 부른 대목은 '미필적 고의'의 입증 여부였다. 1심 재판부는 정 연구위원이 한 장관에게 미필적 고의를 갖고 유형력을 행사했다고 봤지만, 2심 재판부는 미필적 고의가 입증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1심은 "피고인은 압수수색 영장 집행 과정에서 피해자가 증거인멸을 시도하고 있다는 주관적 판단 하에 폭행했다"며 "피고인은 중심을 잃어 미끄러지면서 피해자와 충돌이 일어났다고 주장하지만 이후 동작을 중단하고 피해자와 물리적 접촉을 진행하지 않을 기회가 있었음에도 그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에게 눌린 피해자가 '아, 아' 하고 비명을 질렀고 그 과정에서 부상을 염려한 피해자가 소리를 쳤음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피해자를 짓누른 채 끝까지 휴대전화를 뺐으려고 했다"며 "피고인은 단순히 휴대전화를 빼앗으려던 것이 아니라 신체에 관한 유형력 행사에 관한 최소한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된다"고 판시했다.
1·2심, '미필적 고의' 여부 놓고 의견 엇갈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생각은 달랐다. 2심은 "독직폭행의 고의(미필적 고의 포함)에 관해서는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의 엄격한 증명이 이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이 사건 당시 피고인(정 연구위원)에게는 휴대전화를 확보하려는 의사만 있었을 뿐 독직폭행의 고의는 없었다"고 판단했다.
이어 "안면인식 방법으로 휴대전화 잠금을 해제할 것이라고 생각한 피고인의 인식과 달리 피해자가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행동을 하자 피고인은 휴대전화 조작을 통해 전자정보가 삭제될 수도 있다는 고려에서 휴대전화에 손을 뻗었다"며 "그렇다면 피고인은 '압수수색 영장의 집행을 위해 휴대전화를 확보하겠다'는 의도만이 있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법조계에서는 이같은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을 위험한 판결이라고 지적했다. 검찰이 자의적 판단만으로 압수수색 과정에서 물리력을 행사할 수 있게 만드는 판결이라는 것이다.
김소정 변호사는 "정 연구위원의 행동을 독직폭행이 아니었다는 판결이 확정되면 앞으로 검찰의 압수수색 과정에서는 검찰의 물리적 폭력이 허용될 우려가 생긴다"며 "정 연구위원처럼 물리력을 행사한 뒤 '피의자가 증거인멸을 하는 정황이 있어 긴급하게 움직였다'고 밝히면 행위에 정당성이 생기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또 "당시 상황을 보면 한 장관이 증거인멸을 정말로 한 것인지에 대한 제대로 된 증거도 없었다"며 "압수수색 과정에서의 적법 절차가 무너질 가능성이 있는 위험한 판결이고, 이 판결 때문에 앞으로 압수수색 중에 폭력이 허용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아직 대법원 판결이 확정되지 않았기에 조심스럽다"면서도 "하지만 압수수색 과정에서의 물리력은 최소한으로 행사하는 것이 맞는데, 정 연구위원의 행위는 '최소한'이라는 범위에는 맞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휴대전화를 빼앗는 과정에서 신체가 뒤엉켜 쓰러졌고, 그 후에도 바로 일어나기는커녕 계속 휴대전화를 빼앗으려고 했다"며 "이런 행위에 미필적 고의가 입증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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