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협회 "복제약도 국익에 도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팬데믹을 계기로 신약 개발의 중요성이 강조됐다. 정부의 민간기업 지원 역시 신약 연구개발에 집중되고 있지만, 제약산업계는 제네릭 의약품에 대한 재평가도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유사한 물질이 없는 신약이 시장에 처음으로 출시되면 오리지널 의약품으로서 권리가 보장된다. 신약을 구성하고 있는 특허권이 만료되거나 회피된다면, 다른 기업들도 신약과 같은 물질을 제조해 의약품을 출시할 수 있다. 이런 제품은 제네릭 의약품으로 구분되며, 신약 출시 이후 가장 먼저 등장해 시장을 우선 점유하는 제품이 ‘퍼스트 제네릭’이다.
그동안 제네릭 의약품은 단속·규제의 대상으로 인식됐다. 중소규모의 기업들이 저마다 시장에 뛰어들어, 하나의 오리지널 의약품에 과도하게 많은 제네릭 의약품이 출시돼 품질관리가 어렵다는 문제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2018년 ‘발사르탄’을 함유한 고혈압 치료제 제네릭 의약품들에서 발암성 불순물이 검출, 무더기로 판매중지 처분을 받은 사건이 부정적 인식을 굳혔다.
발사르탄 사태 이후 정부의 규제정책도 강화됐다. 제네릭 의약품을 출시하려는 기업들은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이는 오리지널 의약품과 같은 효능효과를 지님을 입증하는 절차다. 기존에는 한 기업이 시험을 주관해 도출한 자료를 다른 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공동·위탁 방식이 자유롭게 허용됐다. 하지만 지난해부터는 주관사를 제외하면 최대 3건까지만 공동·위탁으로 자료를 활용할 수 있게 제한됐다.
제네릭 의약품의 약값에도 제한을 뒀다. 기업들이 제네릭 의약품을 과도하게 출시하는 현상을 진압한다는 취지였다. 오리지널 의약품과 성분이 같은 제네릭 의약품이 20품목이 넘어가면, 제네릭 의약품은 기존에 형성되어 있던 가장 낮은 가격의 85%만 받을 수 있다. 가령 기존에 시장에 출시되어 있던 제네릭 의약품 가운데 가장 저렴한 가격이 1000원이었다면, 같은 성분의 품목이 20개가 넘어간 이후로는 책정할 수 있는 최고 가격이 850원인 셈이다.
제네릭 의약품의 품질·안전성·효과성 제고가 필요하다는 사실에는 정부와 기업들이 모두 공감을 표하고 있다. 다만 제네릭 의약품을 규제 대상으로 못박으면, 경제적·사회적 순기능을 활용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네릭 의약품은 의약품의 공급을 유지하고, 수요에 안정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필수 요소다. 시장에 고품질의 제네릭 의약품이 적정 수로 유지되면, 기업의 경영상 문제나 글로벌 공급망 불안으로 일부 품목의 공급이 끊겨도 여전히 환자들에게 쓰일 수 있는 품목이 확보된다. 가령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타이레놀’의 공급이 충분치 않아도, 같은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의 제네릭 의약품이 수십 품목 존재하면 수요에 대응할 수 있다.
건강보험 재정지출도 절약할 수 있다. 오리지널 의약품은 기업의 독점적 권리가 보장되기 때문에 약값이 높게 책정된다. 제네릭 의약품이 출시되면, 오리지널 의약품의 약가가 인하된다. 오리지널 의약품 외 저렴한 제네릭 의약품이 선택지로 등장하면, 이를 선택한 환자들이 증가하는 만큼 건강보험 청구액도 감소하는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제네릭 의약품의 순기능을 재평가할 시점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제네릭 분석 TFT는 ‘제네릭의약품 역할 제고와 정책 운영에 대한 고찰’ 연구에서 2016년 1월~2020년 12월까지 5년 동안 출시된 62개 성분의 신규 제네릭을 조사한 결과, 총 4000억원의 재정절감 효과를 추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제네릭의 순기능을 간과한 일괄적인 약가인하 정책은 개선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덧붙였다.
TFT는 제네릭 의약품을 둘러싼 정부의 정책에 대해 “제네릭이 출시돼 해당 성분의 청구액을 절감한 기여도에 따라 등급을 부여하고, 향후 약가재평가 정책 시행 시 우대 방안을 마련해 약가조정에 활용한다면 일괄적인 약가인하로 인한 불합리한 상황이 해소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어 “제약업계에서는 무분별한 제네릭 경쟁은 불필요한 약가인하를 발생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환기해, 정부가 목표로 하는 제네릭 난립 방지를 위한 해결책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성주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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