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부부는 왜 '도어락 비번' 물어보나..'동양대PC 증발시키기' [法ON]

오효정 2022. 7. 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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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사휴게실에는 번호키 형태의 디지털 도어락이 설치돼 있었나요?"
"비밀번호를 아는 사람은 몇 명 정도 됐나요?"

입시 비리 혐의 등으로 1심 재판을 받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부는 동양대 동료 교수나 조교를 증인으로 신청하고 있는데요. 이들이 법정에 선 증인들에게 묻는 '단골 질문'은 바로 동양대 교양학부 강사 휴게실의 '도어락'입니다. "입시 비리 혐의의 주요 증거가 담긴 이른바 '동양대 PC'가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는 취지의 주장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22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입시 비리 등 혐의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대법 "PC 관리권은 학교에"…조국 부부 "판결 금과옥조 아냐"

먼저 관련 대법원 판결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난 1월 조 전 장관의 부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는 입시 비리 혐의 등에 대해 먼저 유죄 확정판결을 받았죠. 이 사건에서도 정 전 교수 측은 "PC를 직접 사용한 정 전 교수가 압수수색·자료추출 과정에서 참여권을 보장받지 못했다"며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동양대 PC의 증거 능력을 인정했습니다. 압수수색 시점에서 PC를 실제로 관리하던 주체는 학교로 봤기 때문입니다. 이 PC는 동양대 강사휴게실 한쪽에서 먼지가 덮인 채 약 3년간 방치되다가, 지난 2019년 9월 이 휴게실을 관리하던 조교 김모씨를 통해 검찰에 제출됐거든요.

이를 두고 대법원은 "동양대 측이 3년 가까이 강사 휴게실 내에 PC를 보관하면서 현실적으로 지배·관리하고 이를 공용 PC로 사용하거나 임의 처리 등의 조치를 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습니다. PC에 저장된 전자 정보에 대해서도 동양대가 관리처분권을 갖고 있다고 했죠. 조교 김씨의 참여권 역시 보장됐다고 봤습니다.

이 대법원 판단으로 동양대 PC의 증거능력 공방은 일단락되나 싶었는데, 조 전 장관 부부는 함께 기소된 아들 입시 비리 등 혐의 1심 재판에서 '위법수집 증거' 주장을 다시 이어가고 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1-1부(마성영·김정곤·장용범 부장판사)가 심리하고 있는데요. 지난달 조 전 장관 부부 측은 "대법원 판결이 금과옥조는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특별히 애착 가졌던 공간"…'최성해 친분'까지 등장

조 전 장관 측은 증거 위법 수집을 주장하기 위해 '도어락' 카드를 꺼내 든 이유는 강사 휴게실이 정 전 교수를 비롯한 소수의 학과 관계자들이 각자의 개인 물품을 두고 관리한 공간이라는 취지입니다. 그러면서 정 전 교수 측은 강사 휴게실의 태생부터 살펴봅니다. "학과의 공동 연구실이 없어지게 되자, 정 전 교수가 최성해 당시 총장에게 강력하게 요구해 강사 휴게실을 조성하게 됐다"면서요. 정 전 교수와 최 전 총장의 친분도 강조합니다. "최 전 총장이 조민씨(조 전 장관의 딸)를 예뻐해 며느리 삼고 싶어 한다는 얘기도 했다"는 증언도 어느 조교에게서 받아내죠.

도어락 비밀번호 역시 동양대 내 다른 건물에서 쓰던 번호와 달랐고, 학과에서 10~20명 정도만 이 번호를 공유했다고도 합니다. 정 전 교수가 직접 청소를 하고 가구를 배치하는 등 특별히 애착을 가졌다고도 하죠. 결국 강사휴게실은 동양대 PC와 같은 교수 개인 물품을 보관하던 장소라는 겁니다.


검찰, "관리처분권은 동양대에"

이런 주장에 대해 검찰은 큰 의미를 두지는 않고 있습니다. '도어락'이나 '가구 배치' 정도로는 PC 관리 처분권을 정 전 교수로 볼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해당 강사휴게실은 교수들의 개인 창고로 쓰였다기보다, 학과 프로그램 미팅이나 학생 면담을 위한 공간이기도 했고요. 강사휴게실에 있던 책상이나 의자와 같은 학교 비품은 시설과에서 재물조사를 하며 관리했고, 재물조사표는 조교사무실에 보관됐다고 하네요.


"자택 PC 하드 뗄 때 누구와 통화했나"

22일 열린 공판기일에서는 자택 PC도 쟁점이 됐습니다. 지난 2019년 8월 김경록씨가 이들 부부 자택 PC의 하드디스크를 빼낸 상황에 대해서인데요. 당시 집에는 정 전 교수가 있었고, 조 전 장관은 이에 대해 몰랐다는 게 이들 부부의 주장입니다. 반면 검찰은 조 전 장관도 이 증거은닉교사 범행의 공범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정 전 교수와 조 전 장관 사이 통화 내역을 제시하죠. 앞서 검찰에서 김씨가 "(하드디스크 빼는 동안) 정 전 교수가 중계하는 느낌으로 누군가와 통화를 했다"고 진술한 적도 있거든요. 검찰은 이 통화가 끝난 시점 조 전 장관이 아파트로 들어서는 폐쇄회로(CC)TV 화면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조 전 장관 부부 측은 "해당 통화의 상대방은 조 전 장관이 아니였다"면서, 조 전 장관의 동생 조권씨의 전처 조모씨를 증인으로 신청했습니다. 당시 두 사람은 약 7분간 통화한 것으로 나오는데요. 조씨는 "정 전 교수가 '자산관리인이 컴퓨터를 고쳐주고 있다'는 얘기를 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증언했습니다. 다만 자산관리인이 어느 회사 소속인지, 이름은 뭔지에 대해서는 들은 기억이 없다고 했습니다.

증언 도중 조씨는 조권씨 사건 등에 연루돼 수사를 받은 것에 대해 억울함을 토로했습니다. "열심히 살았을 뿐인데 왜 이런 상황이 돼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겁니다. 재판이 잠시 휴정했을 때 조씨가 소리를 높여 울자, 이를 지켜보던 정 전 교수도 함께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이 사건은 오는 25일부터 2주간 이어지는 서울중앙지법의 여름 휴정기가 지난 뒤, 다음 달 12일에 재판이 계속될 예정입니다.

오효정 기자 oh.hyo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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