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도시' 윤계상 폭풍먹방…그 요리 가치는 무려 82조였다
경제가치 82조, 슬로베니아 GDP 능가
98% 생존률 자랑 콜드체인 유통 가능
가재·벼 공동 경작 농민 소득 4배 늘어
“中 역동성 대표하는 신흥 성장 엔진”
양꼬치·마라탕 이어 자장·탕수육 추격
흥행 영화 ‘범죄도시’에서 악랄한 보스 장첸(윤계상)이 폭풍 흡입하는 ‘먹방’ 장면으로 눈길을 끈 중국 요리가 있다. ‘작은 랍스터’를 뜻하는 샤오룽샤(小龍蝦·민물 가재)다. 중국의 샤오룽샤 인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샤오룽샤 경제학’까지 얘기된다.
지난해 샤오룽샤 연관 산업 규모는 전년 대비 22.43% 성장한 4221억9500만 위안(약 82조4000억원)에 이른다. 지난 5월 중국 농업농촌부가 펴낸 『중국 샤오룽샤 산업 발전보고(2022)』 공식 추산치다. 이를 달러로 환산한 625억 달러는 세계은행이 집계한 세계 국내총생산(GDP) 순위 85위인 슬로베니아(615억 달러)보다 많다. 특히 ‘사오룽샤 경제’는 1차 산업인 양식, 2차 가공과 유통, 3차 서비스 요식업이 각각 2:1:7의 비율로 구성된다. 중국 자체로 완결된다는 내순환 경제에 걸맞은 산업 생태계다. 샤오룽샤 최대 양식지인 후베이(湖北)성 첸장(潛江)을 찾아 중국 샤오룽샤 경제의 현황을 살폈다.
지난 15일 우한(武漢)에서 서쪽으로 180여㎞ 떨어진 첸장을 찾았다. 이곳은 중국 최대 샤오룽샤 교역중심(도매시장)이다. 시장운영업체인 ‘샤오룽샤 밸리(蝦谷) 360’의 캉쥔(康俊) 대표가 사무동에 걸린 가격 현황판을 가리키며 “이것이 중국 샤오룽샤 가격의 풍향계”라고 했다.
2016년 설립된 유통센터를 총괄하는 캉 대표는 온라인 거래와 오프라인 배송 융합 모델을 통해 중국 전역 500여개 도시에 8~16시간 내 배송한다고 자랑했다. “베이징까지 한나절이면 생존율 98%로 배송 가능한 콜드체인 유통망을 갖췄다”고 했다. 노량진 수산시장이 연상되는 사무동 옆 분류 센터에서는 주민들이 25㎏ 표준 박스로 가재를 분류해 얼음 포장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5~6월 성수기 하루 유통량은 1만6000박스 분량인 400t에 이른다.
양식은 첸장의 논에서 이뤄진다. 도매시장에서 20㎞ 떨어진 슝커우(熊口)진 자오나오(趙腦)촌. ‘가재·벼 공동 경작(蝦稻共作·하도공작)’ 표준화 시범 기지다. 정돈된 논마다 주위에 넓은 도랑을 치고 가재를 양식하고 있었다. 자오창훙(趙常洪) 촌 서기는 “십여 년 전 가재와 벼를 함께 경작하기 시작하면서 1무(畝, 666.7㎡로 약 30평)마다 175~200㎏의 가재를 생산한다”며 “벼만 재배하던 시절 1무당 1500위안(약 29만원)에 불과했던 수입이 4배 늘어 6000위안(약 116만원)이 됐다”고 말했다. 수입이 늘자 대도시로 나가 돈을 벌던 주민들이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다. 인민일보는 지난 1월 “벼와 가재가 윈윈하는 생태 순환 시스템을 갖췄다”며 “첸장시 전역에 가재·벼 공동 경작 면적이 85만무(약 567㎢)로 늘었다”고 보도했다. 여의도(2.9㎢)의 200배 넓이다. 첸장 인구 100여만 명 가운데 20만 명이 샤오룽샤 관련 산업에 종사한다.
관광과 융합시킨 요식업은 시 도심의 가재 타운 룽샤청(龍蝦城)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기네스북에 오른 길이 18.92m, 무게 100t의 세계 최대 샤오룽샤 조각상이 관광객을 맞이한다. 가재 전문점 추샤왕(楚蝦王)에서 지름 60㎝ 대형 그릇에 마늘(蒜蓉·쏸룽), 기름찜(油燜·유먼), 죽엽초(藤椒·텅자오), 마라(麻辣), 찜(淸蒸) 다섯 조리법을 자랑하는 전하연(全鰕宴)을 맛봤다. 가격은 798위안(15만5000원). 1688위안(32만8000원) 가격으로 1m 그릇에 8가지 맛으로 조리한 지존전하연도 메뉴판에 보였다. 현지 주민들은 첸장의 샤오룽샤 조리법은 128가지에 이른다고 자랑했다.
축제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 6월 25일 제13회 후베이(첸장) 가재 축제가 열렸다. 제6회 가재·벼 산업 박람회를 겸한 개막식에서 왕옌링(王艶玲) 후베이 인민대표대회 부주임은 “지난해 후베이성의 샤오룽샤 산업 총 가치가 1300억 위안(25조원)을 기록했다”며 오는 2025년 2000억 위안(39조원) 달성을 다짐했다고 농민일보가 보도했다. 청훙(程虹) 우한대 품질발전전략연구원 교수는 “2022년 ‘첸장 샤오룽샤’라는 공용 브랜드 가치는 288.9억 위안(5조6000억원)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샤오룽샤와 중국의 인연은 샤오룽샤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양쯔린(楊子琳) 해설원은 “미국 루이지애나가 원산지인 샤오룽샤는 1918년 일본을 거쳐 1930년대 중국으로 들어왔다”며 “2001년 전후로 첸장에서 벼와 공동 경작 모델을 만들었고, 지금은 수확량 증대를 위해 연못·연근 양식 등 새로운 모델 연구에 전념 중”이라고 설명했다.
샤오룽샤는 한국에서도 인기다. 배달 앱을 들어가보면 지역별로 편차가 있지만 샤오룽샤·마라룽샤 식당이 평균 10여 곳, 일부는 50~60여 곳이 검색된다. 중국 해관 통계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 2020년 25만7556달러어치 4만1570㎏를 수입한 것으로 집계됐다(표). 국내 요식업계에서는 짜장면·짬뽕·탕수육의 전통 중화요리에 양꼬치·마라탕·샤오룽샤 등 신(新)중국요리의 거센 추격이 시작됐다고 본다.
중국 샤오룽샤 경제는 코로나19에도 끄떡없다. 류룬(劉潤) 룬미 컨설팅 대표는 “상하이 봉쇄 기간 배달 인기 메뉴 1위가 샤오룽샤였다”며 “후난·쓰촨·훠궈 등 모든 식당이 샤오룽샤만 팔았다. 재고 관리가 쉽고 마진이 좋기 때문”이라고 했다. 연간 가재 2만t 이상을 생산하는 34개 현(縣) 가운데 12곳을 보유한 후베이는 2분기 성장률 2.7%를 기록했다. 상하이 -13.7% 등 중국 경제가 0.4% 성장에 그친 것과 대조적이다.
샤오룽샤 경제가 한국에 던지는 함의는 뭘까. 박은균 우한 무역관장은 “지난 2016년 약 28조원에서 지난해 82조원으로 5년 만에 3배 성장한 샤오룽샤 경제는 시진핑 정부가 내세운 ‘향촌진흥’ ‘쌍순환 경제’ ‘야간 경제’ 등이 접목된 신흥 산업”이라며 “10여년 만에 웬만한 나라 GDP 규모의 산업을 만들어내는 중국 경제의 역동성을 잘 보여준다”고 했다. 특히 “28년 연속 흑자가 깨진 한·중 무역 역조의 시점에서 중국 신흥 산업의 변화와 성장에 주목하고 기회를 포착해야 할 필요성을 일깨우는 아이템”이라고 지적했다.
우한·첸장=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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