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늑대거북 잡아라'..생태계 교란종으로 지정돼

한국 생태계 교란어종 퇴치관리협회가 충북 청주시 서원구의 아파트에서 늑대거북 포획 작업을 벌이고 있다. 한국 생태계 교란어종 퇴치관리협회 제공

충북 청주시가 생태계 교란종 무단 방류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 20일 충북 청주시 서원구 성화동의 A 아파트 단지에 마련된 인공연못이 바닥을 드러냈다. 지난 1일 연못에서 포악하기로 소문난 ‘늑대거북’이 발견되면서다.

시 당국은 ‘한국 생태계 교란 어종 퇴치관리협회’에 포획을 의뢰해 연못 주변을 통제하고 포획 작업을 진행했다. 이날 진행된 포획 작업으로 생태계 교란종으로 지정된 붉은귀거북 한 쌍과 리버쿠터 3마리가 잡혔지만, 늑대거북은 끝내 발견되지 않았다.

향후 청주시는 연못에 통발을 설치해 아직 찾지 못한 늑대거북을 포획할 계획이다. 늑대거북이 10월까지 잡히지 않으면 토양 등 연못에서 채취한 유전물질로 서식 여부를 판단하는 환경유전자 검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포획 작업을 진행한 교란 어종 퇴치관리협회 한신철 회장은 22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제보 지역이 유치원 앞이라 더욱 포획을 서둘렀지만 잡지 못했다”며 “오후 10시까지 남아서 작업을 진행했지만, 늑대거북이 짙은 야행성이라 잡기 쉽지 않았다. 앞으로 계속 관찰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에는 작은 인공 연못에 버려서 포획 작업이라도 진행할 수 있었다”며 “댐이나 하천 등에 방류했으면 포획 작업이 아예 불가능한 수준이 된다”고 설명했다.

늑대거북은 북미 동부 전역에서 자생하는 외래종으로 치악력만 100㎏에 달하는 데다, 한번 물면 놓치지 않는 특성도 가지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천적이 없고 강한 포식성 및 잡식성으로 국내 수생 생태계 위해성이 높다. 수명도 30년으로 매우 길다.

늑대거북은 그 포악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 세계에서 애완용으로 거래되고 있다. 문제는 애완동물로 사육하던 개체를 자연생태계에 무단 방류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회장은 “늑대거북은 수명이 길어 기르다 보면 몸집이 매우 커진다”며 “(개체가) 어릴 때는 반려 생물로 기르다가 몸집이 커져 감당 불가능하니 죽이지는 못하고 버리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앞으로 늑대거북을 무단 방류할 경우 법적으로 처벌할 수 있는 근거가 생겼다. 22일 환경부가 늑대거북을 ‘생태계 교란종’으로 지정하면서다.

환경부, 늑대거북 등 생태계 교란종 지정

환경부는 늑대거북을 포함한 ‘생태계 교란 생물’ 2종 및 ‘유입주의 생물’ 162종을 신규로 지정한 내용을 담은 ‘생태계 교란 생물 지정 고시’ 및 ‘유입주의 생물 지정 고시’ 개정안을 20일간 행정예고했다.

‘생태계 교란 생물’이란 생태계의 균형을 교란하거나 교란할 우려가 큰 것으로 판단돼 개체 수 조절 및 제거 관리가 필요한 생물을 뜻한다. 이번에 새롭게 생태계 교란 생물로 지정된 종은 늑대거북 외에도 돼지풀아재비가 있다.

생태계 교란 생물로 지정되면 학술연구, 교육, 전시 등의 목적으로 유역(지방)환경청의 허가를 받은 경우를 제외하고 수입, 사육, 양도, 양수 등이 금지된다. 이를 위반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거나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신규 지정 이전에 해당 종을 사육·재배하고 있던 사람은 해당 개체에 한정해 생태계 교란 생물로 지정된 시점으로부터 6개월 이내에 관할 유역(지방)환경청에서 허가를 받으면 계속해서 사육할 수 있다.

늑대거북과 함께 생태계 교란종으로 지정된 돼지풀아재비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서 지정한 ‘100대 악성 침입 외래종’이다. 국내 고유 식생의 생장을 방해하는 타감작용(식물이 화학물질을 생성하여 다른 식물의 생존을 막거나 성장을 저해하는 작용)을 일으키며, 인체에 알레르기 등도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밖에 새로 선정된 유입주의 생물 162종은 ▲로키산엘크 등 포유류 11종, ▲회색뿔찌르레기 등 조류 10종, ▲카멜레온틸라피아 등 어류 21종, ▲열대불개미 등 절지동물 2종, ▲참나무두꺼비 등 양서류 12종, ▲거대어미바도마뱀 등 파충류 9종, ▲해변아카시아 등 식물 97종 등이다.

유입주의 생물 역시 생태계 교란 생물과 마찬가지로 수입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관할 지방 환경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유입주의 생물을 불법 수입하는 경우에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거나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환경부는 이번 ‘생태계 교란 생물 지정 고시’ 및 ‘유입주의 생물 지정 고시’ 개정안의 상세내용을 환경부 홈페이지(www.me.go.kr)에 공개하고, 행정예고 기간 동안 이해관계자·국민 등의 의견을 수렴해 반영할 예정이다.

박소영 환경부 생물다양성과장은 “국내 생태계 및 생물 다양성의 보전을 위해 외래생물에 대한 관리를 더욱 철저히 하겠다”며 “정부의 외래생물 관리 정책이 효과를 보이기 위해서는 관상용 등으로 소유하고 있는 외래생물을 함부로 자연에 유기하거나 방사하지 않아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서민철 인턴기자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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