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북송 결정, 후 끼워 맞추기?'..어민 강제북송 의문점 셋

정계성 2022. 7. 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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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TF "어선 나포 전 북송 논의 정황"
판문점 영상서 북송 거부 의사 명백
범죄와 관련 '분리 진술' 내용에 차이
국정원 등 어선 합동조사 돌연 중단
2019년 11월 우리 해군이 동해상에서 북한 목선을 예인하고 있다. ⓒ통일부

2019년 11월 탈북 어민의 강제북송 사건에서 정부가 북송을 먼저 결론내고, 결정 이유를 나중에 끼어 맞춘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귀순의 진정성이 없었다" "16명을 잔인하게 살인한 흉악범" 등 강제북송 결정의 근거를 나중에 마련한 게 아니냐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국민의힘 국가안보문란 실태조사 TF 위원들은 22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은 오징어잡이 선박이 실종된 것을 인지하고 이 선박을 찾기 위해 해군과 어로 통제기관 간 교신을 했을 것"이라며 "이때 '15명을 죽이고 도망간다더라'라는 교신 내용이 감청된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래서 나포도 하기 전에 살인을 한 탈북민 선박이 남하하고 있다고 선입견을 갖게 되었고 미리 북송을 논의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TF 위원들은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에서) 흉악범으로 단정해놓고 일사천리로 북송 작전을 펼쳤다"며 "북송의 이유인 흉악범 단정이 무너지는 상황에서 이를 지키기 위해 당시의 관련자들이 허언들을 쏟아내고 있는 모습이 가소롭다"고 했다.


이 같은 주장의 근거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탈북 어민들이 귀순 의사가 있었다는 정황이 곳곳에서 발견된다는 점이다. 여권에 따르면, 어민들은 나포된 이후부터 귀순 의사를 밝혔으며 자필로 '배를 버리고 한국에 살겠다'는 내용의 보호신청서도 두 차례나 작성했다.


이는 "귀순 의사 표명 시점이나 방식 등에 비춰 이들의 의사에 진정성이 없다고 판단했다"는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의 주장과 온도차가 있는 부분이다. 최영범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귀순 의사가 없었다는 것은 궤변"이라며 "자필로 쓴 귀순 의향서는 왜 무시했느냐"고 반박한 바 있다.


지난 2019년 11월 당시 판문점에서 경찰특공대가 저항하는 어민을 북한 측에 인계하고 있다. ⓒ통일부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이 "어민들이 '죽더라도 (북한으로) 돌아가겠다'는 진술도 분명히 했다"고 했으나, 최근 통일부가 공개한 당시 판문점 북송 영상을 보면 믿기 어렵다. 한 어민은 판문점 북한 측 판문각을 보고 주저앉았으며, 바닥에 머리를 찧는 등 자해까지 하는 모습을 보였다. 당시 호송 임무를 맡았던 경찰특공대원들에 따르면, 북한 어민은 이동 중 눈이 가려진 채 "어디로 갑네까"라고 수차례 묻는 등 자신들이 북송된다는 사실을 몰랐었다.


16명의 선원을 살해한 흉악범이라고 단언한 배경도 여전히 의문이다. 당시 통일부는 △대북 첩보 △어민 2명의 일치된 진술 △북한 반응 등을 근거로 "범죄행위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했었다. 분리 신문에서 둘의 진술이 일치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선원을 살해했다는 진술 외에 몇 명이었는지 누구를 살해했는지에 대해서는 둘의 진술이 불일치 했다는 정황이 나왔다.


설사 범죄 피의자라고 해도 급하게 강제북송을 결정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헌법상 북한 주민들은 대한민국 국민이며, 귀순 의사를 밝혔다면 내국인으로 보고 국내 법정에 세웠어야 한다는 게 요지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자국민을 추방하는 나라가 세상에 어디 있느냐"며 "직권남용·직무유기 소지가 있다"고 했다.


범죄 현장이자 핵심 증거인 어선에 대해 제대로 된 조사 없이 소독을 한 것도 의문 중 하나다. 통일부는 배에 혈흔 등 흔적이 있었다고 했으나, 안병길 국민의힘 의원실이 농림축산검역본부에 '혈흔을 목격한 바 있는지 사실 여부'를 확인한 결과 "확인 사실 없음"이라는 답을 받았다. 칼, 도끼 등 흉기 역시 검역본부는 "목격한 바 없다"고 했다.


물론 어민들이 범행의 흔적을 지웠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지만, 목선이었던 만큼 정밀 조사를 했다면 혈흔과 같은 물증이 나왔을 가능성이 크다는 반론도 있다. 국정원은 당초 어선에 대한 합동 조사를 벌일 예정이었으나 석연치 않은 이유로 돌연 중단됐다. 북송된 두 명의 어민은 이미 처형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진실을 밝혀줄 증거는 거의 남아 있지 않은 상태다.


국민의힘 TF 위원들은 배후에 정의용 전 실장 등 문재인 정부 청와대 핵심 인사들이 개입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들은 "국정원에서 작성된 문건이 '귀순자'라는 문구를 '월선'으로 변조되었다는데 청와대에서 이런 지시를 한 장본인이 누구인지 밝혀야 한다"며 "언론을 통해 거짓 변명으로 모면하려고 하지 말고, 떳떳하면 검찰에서 진실을 진술하라"고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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