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평 농성장서 31일만에 나와..대우조선 사실상 조업 재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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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거됐던 1번 독 풀려, ‘셀프 감금’ 유최안은 병원행
22일 오후 6시30분쯤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1번 독(dockㆍ배 만드는 작업장). 건조 중인 선박 화물창 바닥 1㎥ 철구조물 속에 있던 유최안(40)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ㆍ통영ㆍ고성 조선하청지회(거통고 하청지회) 부지회장이 들것에 실려 나왔다. 지난달 22일 농성에 들어간지 31일만이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현수막과 우산으로 1번 독을 가렸다. 이 때문에 철구조물을 빠져나오는 유최안 부지회장 모습은 볼 수 없었다. 노조 한 관계자는 “장기간 농성으로 유최안 부지부장이 옷도 제대로 갖춰 입지 못했다. 인권 보호 차원에서 가린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그는 대기하던 구급대원들에 의해 들것에 실려 구급차로 옮겨졌다. 이곳 20m 상공에 있던 노조원 6명도 농성을 풀고 내려왔다. 이들은 건강상 큰 문제가 없다는 듯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취재진이 몰려들자 한 노조원은 “농성 노조원 뿐 아니라 근로자들의 비참한 현실을 찍어달라”며 소리 높여 외치기도 했다.
점거가 풀리고 조합원들이 빠져나가자마자 1번 독에 대형 크레인이 들어서며 선박 건조 작업이 곧바로 재개됐다. 그간 유최안 부지부장 등 7명이 점거하고 있던 곳은 원유운반선(VLCC)의 뒷부분이다. 지하수로를 통해 1번 독에 4시간 정도 물을 채운 뒤 원유운반선을 띄워 뒷부분과 앞부분을 용접으로 결합하는 작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5주 가까이 하청지회의 점거 농성으로 중단됐던 작업이 재개돼 감격스럽다. 여름 휴가를 단축하는 등 최대한 작업량을 늘려 하루빨리 정상화를 이루겠다”고 말했다.
극한으로 치닫던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하청지회 파업이 끝났다. 거통고 하청지회가 파업을 벌인지 51일 만에 노사 양측이 잠정 합의에 이르면서다. 공권력 투입이 가시화한 이 날 양측은 임금 4.5% 인상 등에 합의했다. 다만 핵심 쟁점이던 손해배상소송 제기 문제는 향후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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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점거 수사 계속, 금속노조 탈퇴는 불발될 듯
공권력 투입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면했지만, 후폭풍은 이어질 전망이다. 경찰은 파업 참여자를 수사를 계속할 방침이다. 경찰은 조선소 1번 독을 불법 점거한 노조원들이 병원 치료 등 건강을 회복하는 대로 수사에 나서기로 했다. 이들에게는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가 적용되며, 재물손괴 혐의도 검토하고 있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은 다만 하청지회 파업에 반발하며 1번 독에서 1인 시위를 한 A씨(55)에 대해서는 “수사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원청과 하청근로자 간 갈등도 깊어졌다. 같은 금속노조 소속 원청노조인 대우조선지회는 지난 21일부터 이틀간 금속노조 탈퇴 찬반 투표를 위한 총회를 열었다. 조합원 4726명 가운데 4225명(89.4%)이 참여했다. 22일 개표에서 탈퇴 찬성 674표, 반대 689표까지 집계된 후 일부 조합원 문제 제기로 개표가 중단됐다. 탈퇴는 재적 인원 3분의 2(66.67%ㆍ2817명)가 동의해야 가능하다. 현재 상황을 놓고 볼 때 탈퇴는 불발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시너에 ‘셀프 용접 감금’ 아찔했던 파업 현장
파업 장기화로 대우조선 사태는 중대한 갈림길에 있었다. 1번 독에서 고공 농성 현장에는 시너 등 인화물질이 반입됐다. 1번 독이 점거되면서 진수 지연 등으로 6000억원대 손실이 났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9일 “국민이나 정부나 다 많이 기다릴 만큼 기다리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며 공권력 투입 시사 발언을 하면서 연일 위기감이 고조됐다.
공권력 투입이 가시화되자 정의당은 22일 “폭력 사태를 막겠다”며 파업 현장에 천막당사를 쳤고,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 60여 개 시민단체가 주도한 ‘희망버스’ 선발대 10여 명도 파업을 응원한다며 이날 옥포 조선소로 몰려왔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장기 파업 과정에서 불거진 갈등을 하루빨리 봉합하겠다”고 말했다.
김민주·김정석 기자 kim.minju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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