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은 서민 세금 감면이라고 했지만.."고소득자·대기업 슈퍼감세"
[류승연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 출근길에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 대통령실 제공 |
"중산층·서민을 위한 세 부담 감면"이라고 했다.
전날(21일) 발표된 정부의 세제개편안 중 소득세 과표 조정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평가다. 그는 22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 도중 기자들과 만나 이 같이 말했다.
종합부동산세 완화 등 부동산 관련 세제 개편을 언급할 때도 그의 입에선 '중산층과 서민'이 다시 등장했다. 그는 "부동산 관련해선 거래나 보유에 관한 징벌적 과세를 정상화시키고, 공공임대주택의 경우 중산층과 서민들에게 신속하게 제공하기엔 시간이 걸리는 만큼 부족한 부분을 민간임대로 보완하는 정책"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시민·사회단체와 진보학계에서 나오는 평가는 이와는 사뭇 다르다. 정부 세제 개편안을 종합적으로 바라보면, 중산층·서민을 위한 대책이 아닌 사실상 고소득자와 재벌·대기업의 부담을 크게 줄인 '슈퍼 감세안'이었다는 것.
"소득세 감면, 인플레이션 반영한 최소한의 조정"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세제 개편안을 살펴보면,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세금 감면이라는 윤 대통령의 말도 일면 맞는 측면이 있다. 근로소득세 과세표준의 하위 2개 구간에 대한 기준 금액이 종전보다 높아진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가령 지금까진 근로소득이 1200만원 이하여야만 가장 적은 소득세(6%)를 냈다. 그런데 앞으론 그 기준이 1400만원 이하로 늘어난다. 15% 세율 구간도 기존 1200만원 초과 ~ 4600만원 이하에서 1400만원 초과 ~ 5000만원 이하로 변경됐다. 총급여가 4800만원이었던 근로자로선 세율이 24%에서 15%로 바뀌어, 세금 절감에 따른 이득을 누리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근로소득세 구간 조정은 물가를 반영한 수준"이라며 "의미 있는 변화라고는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중산층·서민을 위한 대책이었다기 보단, '인플레이션'을 반영한 최소한의 조정이었다는 이야기다. 실제 정부가 소득세제를 개편한 건 14년 만이다.
소득세 구간 조정으로 중산층·서민이 일정 부분 혜택을 받는다 해도 고소득층에 돌아갈 혜택에 비하면 '구색 맞추기용'이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조희원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선임간사는 "(소득세 구간 조정으로) 중산층·서민에게 어느 정도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정부가 주식양도세 기준을 대폭 완화하고 보유세·종합부동산세 등 다주택자를 위한 혜택을 대거 내놓은 데 비하면 미약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 추경호 부총리가 21일 은행회관에서 열린 세제발전심의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2.7.21 |
ⓒ 연합뉴스 |
실제 이번 개편안에 따르면, 앞으로 양도소득세를 내는 대주주 기준이 크게 완화된다. 기존엔 종목당 10억원 넘는 자산을 보유하고 있거나 시장별로 1~4% 등 지분을 보유한 이들을 대주주로 보고 양도세를 부과했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지분율 요건이 사라진다. 또 종목당 100억원을 넘게 보유해야 대주주로 간주하기로 했다.
뿐만 아니라, 다주택자의 종부세 부담도 크게 줄어든다. 정부는 이번 세제 개편을 통해 종부세율을 2년 전 수준으로 되돌리겠다고 밝혔다. 주택 수에 따른 과세 체계도 '집값' 기준으로 바뀐다. 주택 보유자들의 세금 부담을 줄여 위축된 부동산 시장 거래를 활성화 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정부의 바람대로 정책의 효과가 선명이 나타날지는 미지수다. 앞서 하 교수는 "종부세는 기존에 부동산을 1채 이상 보유한 이들에게 부과됐던 세금"이라며 "정부 기대대로 종부세가 낮아졌을 때 다주택자들이 가진 부동산을 시장에서 사고 팔아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이 용이해질 수도 있지만, 한편으론 다주택자들이 더 많은 주택을 매입하려 해 시장에서 매물이 더 줄어들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대책이 '세수 감소'를 초래해 중산층·서민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초기 코로나19에 걸렸던 사람들은 정부 보조금을 받았지만, 최근 확진자들은 받지 못하자 국민들 사이에서 '진작 걸릴 걸 그랬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면서 "이번 개편으로 법인세·종부세·양도세 등 다수의 세수가 줄어들면 중산층·서민에게 갈 혜택이 줄어드는 건 당연한 수순"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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