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연의 역할 소홀하지 않을까 걱정"..총경 회의 만류 나선 경찰 수뇌부

위문희 2022. 7. 22.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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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행안전부의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는 일선 경찰서장급 간부들이 모이는 ‘전국 총경 회의’가 열린다. 이들의 집단적 움직임이 알려지자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현 경찰청 차장)와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등 경찰 핵심 수뇌부는 잇따라 만류에 나섰지만 잘 먹히지 않는 분위기다.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가 21일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전국경찰직장협의회 대표단을 만나고 있다. 경찰직협은 25일부터 경찰국 신설 반대 대국민 홍보전을 할 계획이다. 연합뉴스


유례없는 총경 회의 개최 소식이 전해진 21일 당일 윤 후보자는 총경급 간부들에게 ‘전국 시도경찰청장과 총경 이상 관리자 여러분께 당부 말씀 드립니다’라는 제목의 e메일을 보냈다. e메일에서 그는 “지금은 대우조선해양 상황,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수사권 조정에 따른 책임수사역량 향상 등 현안이 산적해 있다”며 “많은 국민들이 이런 시기에 우리 경찰이 내부 문제에 관심을 집중하며 정작 중요한 본연의 역할에 소홀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총경 회의를 에둘러 자제시키려는 메시지다.

윤 후보자는 또 “총경급은 관할 치안의 총책임자로서 많게는 수백명의 직원과 함께 위험방지와 수사활동 등 주민의 평온한 일상을 지켜내야 하는 막중한 책임과 주어져 있다”며 “국민의 눈에 비친 스스로의 위치와 직분을 생각하며, 신중한 판단과 실행이 요구됨을 숙고해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광호 서울청장도 ‘자제 메시지’
22일엔 김광호 서울청장이 서울청 소속 총경급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김 청장은 “내일(23일) 서울에서는 5000여 명이 운집하는 대규모 집회와 크고 작은 상황이 예정돼 있다”며 “우리 본연의 업무에 작은 차질이라도 생긴다면 경찰 중립성과 책임성 확보를 위한 여러분의 진정 어린 뜻이 국민께 왜곡돼 전달되지는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경찰청장(치안총감) 바로 아래 계급인 치안정감 중에서도 주요 보직을 맡고 있는 ‘투톱’이 공개적으로 총경 회의에 우려를 표시한 것이다.

경찰 수뇌부들의 자제 메시지에 일선에선 “행안부 장관에게 할 만큼 했다고 보여줄 정도는 된 거 아니냐”는 자조 섞인 반응이 나왔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소속 한 경정은 이날 내부망에 “내일(23일) 개최될 총경들의 회의를 방해하고 무산시키려고 하지 말라”며 “진정으로 그분들의 중지를 모으고 의견을 듣겠다는 생각이면 내일 회의에 참석하실 것을 건의 드린다”고 윤 후보자에게 요구하기도 했다.

김광호 신임 서울경찰청장이 10일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에서 열린 취임식에 참석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뉴스1

총경 400여명 모인 단톡방서 대응방안 논의


경찰 등에 따르면 총경 회의는 윤 후보자가 전국 경찰 화상회의를 주재한 지난 18일 류삼영 울산 중부경찰서장이 경찰 내부망에 처음 제안했다. 류 서장은 이날 MBC 라디오에 출연해 “경찰국 신설은 법적, 절차적, 시기적으로 어불성설”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류 서장은 “총경 단체 채팅방도 ‘경찰국 신설은 절대 진행돼선 안 된다. 역사를 30년 퇴보시키는 심각한 문제니 모여서 의논하자’는 분위기”라며 “(철회) 가능성을 보고 발을 넣을지 뺄지 하는 게 아니라 역사에 기록을 남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류 서장에 따르면 전국의 총경 600여명 중 400여명이 온라인 단체 대화방에 모여 의견을 나누고 있다고 한다.

23일 오후 2시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열릴 예정인 총경 회의의 정확한 참석자 규모는 아직 집계되지 않았다. 화상으로도 참여가 가능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 회의에 참석할 예정인 한 총경급 간부는 “윤 후보자의 뜻은 잘 알겠지만 회의를 무를 순 없다”며 “다만 우리도 목숨 걸고 하는 거다. 세를 과시하는 듯한 우려되는 집단 행동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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