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하청 노사 마지노선 지켰지만..'피해 보상' 불씨 남겨(종합2보)
피해만 8000억원.. 보상 문제 향후 또 다른 후폭풍 가져올 수도
노조, 독 점거 풀고 해산 준비
[아시아경제 정동훈 기자]대우조선해양 하청 노사가 옥포조선소 1도크 점거 농성을 한 지 31일 만에 합의했다. 파업에 들어간 지 51일 만이다.
불법 파업에 대한 정부의 강력 의지와 경찰의 공권력 투입 검토, 채권단인 KDB산업은행의 파산카드 시나리오까지 전방위 압박이 들어온 것이 주효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자칫 ‘공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에 노사가 일정 부분 양보했지만 협상의 최대 쟁점이었던 손해배상 청구는 합의를 못하면서 과제로 남게 됐다.
노사간 협상은 타결됐지만 대우조선은 최소 8000억원 규모의 피해를 떠안게 됐고 K조선의 신뢰도도 크게 훼손되면서 후폭풍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상처만 남긴 51일…"파업 피해만 8000억원"=하청 노사는 22일 오후 1시30분께 수차례 정회와 교섭을 재개한 끝에 협상의 매듭을 지었다. 노사는 임금 4.5% 인상에 합의했다. 이 외에 설, 추석 등 명절 휴가비 50만원과 여름휴가비 40만원 지급을 약속했다. 폐업 사업장에 근무했던 조합원 고용 승계 부분은 일부 합의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대우조선 사내 협력사 권수오 회장은 "전 국민 관심사고 모든 대우조선 해양과 관계 회사들에 종사하는 생명줄인 대우조선 해양을 51일째 멈춰있는 상태로 진행됐다는 점에서 국민과 종사하는 모든 사원과 가족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씀을 올린다"고 밝혔다. 그는 "51일 동안 파업이 진행됐는데, 저로서는 51개월 진행된 만큼 긴 기간이었고 저희들이 협상을 진행한지도 22일째 밤낮없이 교섭을 해서 오늘 이렇게 잠정 합의안까지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홍지욱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금속노조 부위원장은 "다행히 늦었지만 이렇게 엄중한 사태를 해결하고 원만하게 잠정 합의했음을 국민들에게 보고 드린다"며 "정말로 피를 말리는 상황이었고 찬반 투표 결과 완전 가결을 선언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민주노총 금속노조 소속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는 지난달 2일부터 30% 임금인상, 노조 전임자 인정 등과 같은 요구 조건을 내걸고 파업에 들어갔다. 지난달 18일부터는 옥포조선소 1도크를 점거하는 농성 시위를 시작했다. 건조 중인 선박을 점거하는 행위는 노동조합법 시행령상 불법이다.
도크는 선박을 건조하고, 물에 띄우는 작업이 이뤄진다. 이곳이 멈추면 도장·배관·용접 등 다른 생산 라인의 작업도 늦춰지고 건조 마감 시한이 곧 실적으로 연결되는 조선업에는 심각한 타격을 준다. 그간 조선업계 파업이 도크를 점거하는 극단적인 시위로까지 이어지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현재 노조가 점거하고 있는 옥포조선소 1도크는 선박 4척 동시 건조가 가능한 축구장 9개 크기로 세계 최대 규모다.
이곳에는 총 4척의 선박이 건조되고 있는데 지난달 진수 예정이된 유조선 진수는 무기한 연기되고 있다. 도크에 물을 채워야 배를 진수할 수 있는데 노조의 점거 농성으로 도크에 바닷물을 채울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이에 따라 대우조선이 이번 파업으로 인해 본 피해는 약 8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사측은 매일 259억원의 매출 손실과 57억원의 고정비 손실이 발생한다고 추산했다.
◆"이러다 다 죽는다" 위기감에 손 잡았지만…=양측은 이번 교섭의 최대 걸림돌이 됐던 파업 과정의 손해배상 문제, 즉 민·형사상 면책 문제에 있어선 합의를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당초 사측은 불법 파업에 따른 책임을 묻지 않으면 나쁜 선례로 남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업무상 배임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했다. 반면 노동계는 손해배상 청구는 사용자가 근로자를 억압하기 위한 악질적인 수단이라고 ‘없던 일’로 해달라고 주장했다. 결국 최종 합의에 걸림돌이었던 파업으로 인한 피해 보상 문제를 뒤로 남겨두고 잠정 합의하면서 또 다른 갈등의 불씨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5년 새 수주 급감과 철강재 가격 인상 등으로 인해 영업손실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영업적자는 1조7547억원에 달했고 올해 1분기도 470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산업은행에 파산 카드를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 것도 대우조선의 이같은 실적 악화 속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정상적인 부채 원리금 상환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수년간 혹독한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추가로 매각할 만한 자산이 남지 않은 상황에서 파업이 더 길어지면 채권단의 추가 대출 없이는 유동성 악화를 견디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산은과 대우조선해양에 따르면 파업 지속으로 인한 매출, 고정비 지출, 지체보상금 등 합계 손실액은 7월 말 8165억원에 달하고 8월 말에는 1조3590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대우조선해양은 자금난으로 2016년 이후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받아왔다. 채권단은 대우조선에 총 4조2000억원을 지원했고, 산은은 그 중 2조6000억원을 담당했다.
한편, 민주노총 금속노조는 이날 노·사가 잠정 합의안 도출에 성공한 직후 보도자료를 통해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의 삶을 바꾸기 위한 하청지회의 파업 투쟁이 교섭 끝에 의견일치를 보고 마무리 된다"면서도 "투쟁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금속노조는 "금속노조 19만 조합원을 선두로 100만 민주노총 조합원, 진보정당의 당원들, 시민사회단체의 활동가, 종교인, 법조인이 함께 했다"며 "이 힘을 조선하청노동자 처우개선을 위해 다시 모으려 한다"고 했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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