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억원 받고 9억원 고? 지지율 위기에 정책 물량 공세 펴는 與

심새롬 2022. 7. 22.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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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여당과 정부는 종일 “감세”, “이자 경감”을 외쳤다. 정부가 전날 5년간 13조원의 세금을 깎아주는 대규모 감세안을 발표한 지 하루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그보다 더 큰 폭의 세금·이자 인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당·정 곳곳에서 분출했다.

이날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와 부정평가의 간극이 1주일 전보다 7%포인트 더 벌어지는 등 지지율 폭락 국면이 이어지는 현실과 무관치 않은 움직임이었다.

국민의힘 권성동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운데)와 성일종 정책위의장(왼쪽), 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먼저 국민의힘이 정부를 압박하며 포문을 열었다. 성일종 정책위의장이 이날 오전 라디오 인터뷰에서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 전환을) 주택가격 4억원에서 추가적으로 8억원이 됐든 9억원이 됐든, 추가로 더 많은 분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해달라고 정책위에서 요청했다”고 말했다.

시중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789조원(6월말 기준)으로, 은행권 전체 가계대출의 70%에 육박한다. 가계빚을 낸 사람 대부분이 주담대 이용자다. 지난 17일 당·정은 고금리·고물가 대책 일환으로 4억원 미만 주택 보유자에 대해 오는 9월부터 주담대 변동금리를 고정금리로 전환해주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서 “4억원 미만 집은 지방에만 있다”, “집값이 높은 수도권 역차별”이라는 불만 여론이 팽배했다.

그러자 불과 닷새만에 여당이 팔을 걷어붙이고 다급히 민심 진화에 나섰다. 성 의장은 이날 “이번에 1인 주택 종합부동산세 기준을 9억원으로 올렸다. 정부 여력이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대폭 상향해서 요청했다”며 “당의 의견을 기획재정부에 전달했고 금융위원회에도 요청했다. 정부에 계속 요청하고 있는 상태”라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출근길 약식 기자회견(도어스테핑)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정부도 질세라 세제·금융 지원을 다각도로 홍보했다. 부처 차관·국장급 간부들이 차례로 방송에 나와 전날 발표된 세제개편안의 정당성 등을 직접 강조했다. 최근 여권 핵심부에서 '정책 홍보 부족이 지지율 부진의 원인'이란 진단이 대두되는 것과도 관련이 있어 보였다.

고광효 기재부 세제실장은 라디오에서 “3~4년 전에는 우리나라 종부세 세수가 1~2조였다. 이거 가만 놔두면 올해 연말에는 8조까지 올라간다. 누가 내겠나”라며 “중산층도 종부세 때문에 피해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상속세에 대해서도 “(개편을) 내년에 할 생각”이라며 “대부분의 국가가 부부간에는 상속세가 거의 없다. 부부간에 평생 재산을 같이 일궜기 때문”이라고 인하 내지 일부 폐지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이원재 국토부 차관도 이날 라디오에서 “금리 인상으로 인해 전세자금 마련에 대한 부담이 크다”며“주택기금에서 전세자금 대출 지원을 강화, 청년과 신혼부부 보증금 대출 한도를 추가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당·정이 한목소리로 정책 홍보에 열을 올리는 데엔 “국민 지출 경감이 지지율을 끌어올릴 가장 빠른 방안”(국민의힘 관계자)이라는 판단이 있다고 여권 관계자들은 밝히고 있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윤 대통령 직무수행에 대한 부정평가는 전 주와 비교해 7%포인트가 오른 60%였는데, 부정평가 이유 중 ‘인사’(24%) 다음으로 꼽힌 게 ‘경제·민생 살피지 않음’(10%)이었다. 같은 조사에서 ‘향후 1년간 우리나라 경기 전망’을 묻자 응답자의 58%가 ‘나빠질 것’, 23%가 ‘비슷할 것’, 14%만이 ‘좋아질 것’이라고 답했다. 갤럽 측은 “(대선 후) 최근 4개월 연속 (경기) 낙관론은 줄고, 비관론이 늘어 다시 코로나19 팬데믹 첫해인 2020년 여름만큼 부정적으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여권에선 이런 국민들의 인식이 윤 대통령에 대한 부정 평가 확산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다고 판단한다.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은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국정 운영과 당에 대한 지지율 추세를 매우 무겁게 인식한다”며 “초심으로 돌아가 묵묵히 할 일을 하고, 꼭 필요한 정책으로 보답한다면 국민들도 우리의 진정성을 알아주실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중앙일보에 “야당 비판이나 전 정부 잘못을 바로잡는 일도 중요하지만, 당장 국민이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주는 게 집권당의 급선무”라고 말했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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