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압색', 조선 또 침묵.. 'TV조선 도둑취재' 때와 달랐다
[민주언론시민연합]
▲ 조선일보 편집국의 모습. 사진은 2021년 6월 28일 조선일보 반인권보도 규탄 및 제도개선 촉구 긴급 기자회견이 였렸을 당시 모습. |
ⓒ 권우성 |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가 지난 15일 조선일보 본사와 자회사 조선IS를 압수수색했습니다.
2021년 3월, 언론소비자주권행동과 민생경제연구소 등 시민단체들이 조선일보와 한국ABC협회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기 때문입니다. 더불어민주당과 열린민주당 국회의원들도 국가보조금법 위반과 사기 등 혐의로 조선일보와 한국ABC협회를 경찰에 고발했는데요. 같은 해 7월 사건을 이첩받은 경찰이 그해 11월 조선일보 신문지국 6곳과 수도권 등 폐지업체를 압수수색한 데 이어 이번이 세 번째 압수수색입니다.
유료부수 근거로 정부광고비·보조금 받아
한국ABC협회가 발행부수와 유료부수 통합인증결과를 발표하기 시작한 2011년부터 지금까지 조선일보는 유료부수 100만 부 이상을 기록하며 1위를 지켜왔습니다. 2016년부터 2020년 5월까지 조선일보가 수주한 정부광고의 광고료는 369억5245만 원, 2011년부터 2020년까지 언론사에 직접 지원된 언론진흥기금 중 조선일보가 받은 금액은 41억3844만 원입니다.
조선일보가 수백억 원대 정부광고비와 언론진흥기금을 받을 수 있던 근거는 바로 한국ABC협회 부수 공사 결과입니다. 한국ABC협회 부수 인증이 조선일보에 '유료부수 1위'라는 명예뿐만 아니라, 막대한 금전적 혜택까지 가져다준 것입니다.
그런데 한국ABC협회 부수 인증에 의문이 제기되기 시작했습니다. 종이신문 열독률과 구독률이 점점 떨어지고, 실제로도 너나 할 것 없이 종이신문을 안 보는 상황에서 유료부수 100만 부 이상이 사실이냐는 근본적 물음이었습니다. KBS <저널리즘 토크쇼 J>(2019년 6월 9일)도 이러한 의문을 제기하며, 비닐포장도 뜯지 않은 새 신문이 폐지로 팔린 뒤 계란판 제조공장으로 향하거나 인터넷에서 애완동물 배변판 혹은 택배 완충재 용도로 거래되는 모습을 알렸습니다.
▲ 새 신문이 폐지가 되어버리는 현실 고발한 KBS <저널리즘 토크쇼 J>(2019/6/9) |
ⓒ 민주언론시민연합 |
문화체육관광부 조사 결과에도 침묵했던 조선일보
한국ABC협회 부수공사 결과를 믿을 수 없다는 의문은 오래 전부터 제기됐지만, 의문이 공식 의혹으로 떠오른 것은 2020년 11월입니다. 박용학 전 사무국장 등 한국ABC협회 내부자들은 조선일보를 비롯한 주요 신문사 발행부수와 유료부수가 부풀려졌다며 문화체육관광부에 진정서를 제출했는데요.
이들은 ABC협회 부수공사 결과 2019년 기준 A신문은 발행부수 중 95.94%가 유료부수, 2018년 기준 B신문은 발행부수 중 93.26%가 유료부수지만 이러한 유료부수공사 결과는 현실세계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ABC협회 일간신문 공사 결과는 신뢰성을 잃었고 공사과정은 불투명해 구성원으로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상태"라고 비판했습니다. ABC협회 내부자들이 말한 A신문과 B신문은 각각 조선일보와 한겨레입니다.
내부자 폭로가 나오자, 문화체육관광부도 자체 조사를 통해 2021년 3월 16일 사무검사 및 신문지국 인터뷰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특히 2019년 기준 A신문, 그러니까 조선일보는 발행부수 중 67.24%만 유료부수였습니다. 발행부수 중 95.94%가 유료부수라는 ABC협회 공사 결과와 30%p 가까이 차이가 납니다.
이튿날(17일) ABC협회 종합일간지 회원사 중 세계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만 문체부 조사결과를 보도했습니다. 한겨레는 종합일간지 중 유일하게 사과문을 실었으며, 사설에서는 "부수인증 제도의 신뢰성, 객관성, 투명성을 높이는 작업에 <한겨레>를 포함한 모든 신문사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ABC협회 공사 결과 유료부수 1위에 따른 혜택을 고스란히 누려온 조선일보는 침묵으로 일관했습니다.
'TV조선 압수수색' 425건 VS '조선일보 압수수색' 29건
한편 TV조선 최민식 기자는 2018년 4월 18일 오전 0시경 드루킹 사건의 김동원씨가 활동한 경기 파주시 느릅나무출판사 사무실에 무단 침입해 태블릿PC와 USB, 휴대전화 등을 훔친 혐의로 불구속 입건돼 수사를 받았습니다. 세간에는 'TV조선의 도둑취재'라는 평가가 나왔는데, 4월 25일 경찰은 TV조선 압수수색을 시도했습니다.
그러나 조선일보·TV조선 기자 100여 명이 거세게 반발하는 바람에 압수수색 영장은 집행되지 못했습니다. TV조선은 7월 25일과 26일 저녁종합뉴스 <뉴스9>에서 보도 4건을 통해 "비판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불순한 의도", "취재활동을 정치적 쟁점으로 몰아가려는 시도와 부당한 압박"이라며 비판했습니다. 조선일보도 7월 26일과 27일 보도 7건을 통해 경찰과 검찰을 비판했습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 검색결과, 7월 25일부터 26일까지 양일간 TV조선 압수수색 관련 보도는 총 425건이나 됩니다.
▲ ‘조선일보 압수수색’ 지면 보도 낸 경향신문과 한겨레(7/21) |
ⓒ 민주언론시민연합 |
지난 15일 집행된 조선일보 압수수색의 경우, 닷새나 지난 뒤인 7월 20일 더팩트 단독보도로 알려졌습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 검색결과, 7월 20일과 21일까지 나온 보도는 29건이 전부입니다. 4년 전 TV조선 압수수색 당시 언론이 열띤 취재를 벌이며 이틀간 425건의 보도를 한 것과 대조되는데요.
▲ 한국ABC협회 회원사 ‘조선일보 압수수색’ 보도여부(7/20~7/21) (※ 보도했을 경우 녹색 표시) |
ⓒ 민주언론시민연합 |
부수조작 의혹 신문 그룹 종편4사 '무보도'
▲ 지상파3사·종편4사·보도전문채널2사 ‘조선일보 압수수색’ 보도여부(7/20~7/21) (※ 단신 0.5건 처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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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료부수 1위 조선일보 본사와 자회사 압수수색이 이뤄진 만큼, 지상파3사와 종편4사, 보도전문채널2사가 관련 보도를 내기에 충분한 보도 가치가 있습니다. 하지만 7월 20일부터 21일까지 나온 보도는 3.5건이 전부입니다. 그마저도 KBS는 저녁시간대 뉴스에서 각각 1건씩 총 2건의 단신을 냈고, YTN은 온라인보도만 1건 냈습니다. 연합뉴스TV도 단신 1건만 전했습니다.
MBC는 저녁종합뉴스에서 관련 보도를 1건 냈는데요. 신문·방송을 통틀어 비교적 충실하게 취재해 보도했습니다. <경찰, 조선일보 본사 압수수색‥'부수조작 의혹' 강제수사>(7월 20일 손하늘 기자)에서 경찰의 조선일보 압수수색을 전하며, ABC협회와 주요 신문의 부수 부풀리기 의혹 규명이 중요한 이유는 "유료 판매부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정부 보조금을 더 받을 수 있는 구조"에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수사가 ABC협회 등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향방도 전했습니다.
2020년 11월 ABC협회 내부자들이 유료부수공사 결과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며 폭로한 신문은 조선일보와 한겨레입니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대로 "ABC협회 일간신문 공사 결과는 신뢰성을 잃었고 공사과정은 불투명해 구성원으로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상태"가 사실이라면 이는 ABC협회 조사에 참여한 모든 신문에 해당되는 부분입니다. 2021년 3월 문체부 사무검사 결과에서 조선일보의 유료부수 부풀리기가 두드러지긴 했지만, 총체적 부실을 보여준 ABC협회 조사에 참여한 다른 신문도 모두 유료부수 부풀리기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종편4사는 관련 보도를 온라인 기사로도 내지 않았습니다. JTBC는 중앙일보와 같은 중앙그룹, TV조선은 조선일보와 같은 조선미디어그룹, 채널A는 동아일보와 같은 동아미디어그룹, MBN은 매일경제와 함께 매경미디어그룹 소속입니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각 신문사들은 유료부수 부풀리기 의혹을 받고 있는데요. 같은 미디어그룹에 속한 종편4사는 이 사안에 침묵하는 길을 택했습니다.
조선일보, 언제까지 비리 의혹에 침묵할 것인가
가장 지탄받아야 할 언론사는 조선일보입니다. 조선일보는 끊임없이 제기되는 자사 관련된 의혹과 비리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해왔습니다.
뉴스타파는 2019년 1월 28일부터 2월 15일까지 홍보대행사 뉴스커뮤니케이션즈 대표 박수환씨가 정·관계 인맥과 주고받은 문자를 근거로 조선일보 기자들의 선물·금품 수수 정황, 조선일보의 기사 거래 정황 등을 밝혀냈습니다. 조선일보 기자들이 재계와 박수환씨로부터 선물과 금품을 수수하거나 조선일보 고위 언론인들이 돈을 받고 기사를 거래하는 등 추악한 민낯이 드러난 것입니다. 내용과 파급력에서 보도가치가 충분했지만, 조선일보와 TV조선의 저녁종합뉴스는 물론 시사대담프로그램까지 침묵으로 일관했습니다. 물론 대다수 언론도 침묵에 동조했습니다.
조선일보가 침묵한 사례는 또 있습니다. 2019년 5월 13일,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은 고 장자연씨 사건에서 나온 이른바 '장자연 문건'에 적힌 조선일보 사주일가에 대한 술접대 등의 내용이 사실이거나 사실일 가능성이 크다는 최종 조사결과를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에 보고했는데요. 소속사 대표가 룸살롱 술접대를 강요한 것이 상당부분 사실로 인정되고, 경찰수사에 조선일보가 관여했으며, 고 장자연씨가 남긴 자필 문건이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겨레와 동아일보에서는 보도한 내용을 정작 당사자인 조선일보는 전혀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의 최종 조사결과 보고에도, 2019년 5월 20일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는 고 장자연 사건 당시 경찰 수사가 미진했던 부분과 조선일보의 외압 의혹은 인정하나 핵심 의혹에 대한 재수사 권고는 어렵다고 결론냈습니다. 그러자 조선일보는 <"'조선일보 수사외압' 과거사위 발표는 명백한 허위... 사건과 무관한 방 사장이 왜 외압을 행사하겠나">(2019년 5월 21일 조백건 기자) 등 기사에서 조선일보 사주일가를 옹호하며 지면 사유화 행태를 보였습니다. 진상조사단 조사결과에는 침묵하며, 진상조사에 참여한 윤지오 씨 논란에만 집중한 TV조선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기자협회와 한국인터넷신문협회가 2021년 1월 19일 발표한 '언론윤리헌장'은 "윤리적 언론은 특정 집단, 세력, 견해에 치우치지 않고 공평무사한 자세로 보도", "모든 권력으로부터 독립해 오로지 시민과 공익의 관점에서 자율적이고 전문적으로 판단", "모든 형태의 권력을 감시"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조선일보는 윤리적 언론으로서 특정 집단, 세력, 견해에 치우치지 않고 오로지 시민과 공익의 관점에서 자사 압수수색과 유료부수 부풀리기 의혹을 보도하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고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요.
* 모니터 대상 : 2022년 7월 20일~21일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검색된 조선일보 압수수색 기사 전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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