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도 어닝 서프라이즈..처음으로 영업이익 2조원 넘겼다

권혁호 기아 국내사업본부장과 카림 하비브 기아디자인센터장이 지난 14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22 부산 국제모터쇼’ 언론공개 행사에서 '더 기아 콘셉트 EV9'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기아]

기아가 반도체 공급난과 원자잿값 상승 등으로 인한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전반적인 침체 속에서도 올해 2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다. 현대차에 이어 기아까지 현대차그룹의 완성차 업체 2곳이 악재를 뚫고 호실적을 발표했다. 고부가가치 차량을 많이 팔고 해외 영업직원에 주는 인센티브를 줄인데다 고환율 효과로도 이득을 봤다.

기아는 연결기준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2조2341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22일 공시했다. 이는 지난 1분기에 달성한 기존의 최고 영업이익(1조6065억원)을 넘어선 역대 최고 기록이다. 지난해 2분기 영업이익(1조4872억원)보다는 50.2% 증가했다. 기아의 분기 영업이익이 2조원대를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차는 전날 연결기준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3조원에 육박하는 2조9798억원으로 공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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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도 처음으로 20조원 넘겨

매출액은 최초로 20조원을 넘긴 21조876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동기보다 19.3% 늘어난 수치다. 기존 분기 최고 매출은 지난 1분기의 18조3572억원이었다. 당기순이익도 역대 최대 규모이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1% 증가한 1조8810억원을 기록했다. 국내외를 합친 자동차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 줄어든 73만3749대를 기록했다. 국내 시장에서는 신형 스포티지와 EV6가 잘 팔렸지만, 반도체 등 공급 부족에 따른 생산 차질 영향으로 작년 동기 대비 5% 줄었다. 해외에서는 2.1% 감소한 59만2881대를 팔았다.

러시아 권역의 판매 중단 영향이 가시화됐지만 수익성이 더 높은 다른 권역으로 물량을 전환하고 북미와 유럽에서 공급 확대해 판매 차질을 최소화했다. 인도에 있는 공장을 3교대 전환하고 카렌스(인도)와 신형 스포티지 같은 신차 효과도 봤다. 정성국 기아 투자관계(IR)담당 상무는 “전체적으로 2.7% 줄었지만, 러시아를 제외하면 작년 동기 대비 3.1% 증가한 도매 판매 실적”이라고 전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지난 21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2022 부산국제모터쇼' 기아 부스에서 대형 전기 SUV 콘셉트카 '더 기아 콘셉트 EV9'과 함께 2030부산세계엑스포 유치를 기원하는 홍보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영업 직원에게 제공되던 인센티브를 줄인 것도 영업이익 향상에 도움을 줬다. 차량 품질이 좋아지고 차를 찾는 고객이 많아지면 인센티브는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에서 특히 기아의 인기는 인센티브 축소를 넘어 오히려 영업직원에게 웃돈을 요구하는 상황까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기아는 2분기 인센티브 절감 효과가 5270억원으로 전체 영업이익을 끌어 올리는데 가장 크게 기여한 것으로 봤다. 환율효과는 5090억원이었다. 올해 2분기 미국 달러 대비 원화가치는 전년 동기보다 12.3% 하락한 1260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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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환율 효과 5090억원으로 집계

전체 판매량은 줄었어도 친환경차 판매는 크게 성장했다. EV6의 빠른 판매 확대 덕분에 작년 동기보다 78.9% 증가한 13만3000대를 팔았다. 전체 판매량에서 친환경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8.7%포인트 오른 17.7%를 기록했다. 특히 국내와 서유럽 시장의 전기차 판매 비중은 각각 9.9%와 12.5%로 확대됐다. 미국에서도 작년 동기보다 5.3배 많은 전기차 1만대가 팔리면서 판매 비중이 0.9%에서 5.5%로 약 6배 커졌다.

기아는 하반기 전망도 기대하는 분위기다. 반도체 등 부품 수급이 점진적으로 나아지는 데다 전기차를 중심으로 친환경차 수요가 크게 확대돼 세계 자동차 시장이 지난해보다 다소 회복될 것이라는 분석 때문이다. 게다가 국내 시장 기준으로 쌓여있는 주문 물량은 51만대로 이중 쏘렌토와 카니발이 각각 11만대와 9만대에 달한다.

이혜인 IR팀장은 “하반기에는 반도체 수급이 완화되면서 내수 시장에서 쏘렌토와 카니발 판매를 더 집중적으로 확대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하반기에는 신차도 속속 내놓을 예정이다. 국내에서 고성능 전기차인 EV6 GT, 미국에서 텔루라이드 상품성 개선 모델과 신형 스포티지, 유럽에서 신형 니로 등을 각각 출시한다.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